녹색 고전 : 서양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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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hould save the Earth. 초등학교 6학년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제목 중에 하나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가 아프고 있음을 우리가 지구를 구해주고 보살펴줘야 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모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아주 많이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밀림에서는 수백년 자란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잘려나가고 있고 그만큼 또 지구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살았던 아주 예전 초창기는 어땠을까. 공장도 없고 차도 없었던 그 시절 지구는 살기 좋았을까. 아무도 기억할수 없었던 그 시절의 일들이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환경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생태문학을 연구한다. 생태문학이라고 하니 무언가 어려운 듯 하지만 여러 작품 속에서 환경과 관련있는 문학작품을 연구한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일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포함한 녹색고전은 세권이 한 세트이다. 각기 한국편과 서양편 그리고 동양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동일할 것이다. 지구를 구하자는 것, 그리고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각기 다른 문학작품들 속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몸부림을 찾아내어서 연결하고 연구한다. 서양편인 이 책에서도 성경을 비롯한 꽤 많은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다.

 

유대인의 기도문에서 연결된 이야기는 영화 설국열차에까지 연결된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그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꼭 봐야 할 목록에 적어 두게 된다. 인간이 계속 이렇게 자연을 훼손하다가는 그런 사태가 현실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같다. 지구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들을 볼때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곤한다.

 

어떤 식물에게는 하루에 세 시간씩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옥수수는 줄기가 휘어졌고, 석 달 만에 호박잎에는 깊이 주름이 생겼으며 꽃잎은 색깔을 잃은 채 시들어버렸습니다. 한편 하루에 세 시간씩 클래식 음악과 찬송가를 들려준 식물들은 싱싱하게 자랐습니다.(229p) 본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물에도 결정체가 있어서 좋은 말을 하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이쁜 모양의 물이 생기고 욕을 하면 물 조차도 악마의 형상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물며 살아있는 식물이야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서 알아낸 사실이니 더욱 신빙성이 있다. 식물이 있어야 지국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주위의 모든 자연에게 늘 감사하고 좋은 말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들이 있기에 인류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앨런 긴즈버그의 루르-게비트라는 작품이었다. '너무나 많은' 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각 행마다 '너무나 많은'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그런 시이다. [너무나 많은 공장들/너무나 많은 음식/너무나 많은 맥주/너무나 많은 담배]로 시작되는 1연부터 계속해서 반복해서 언급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이라는 단어가.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너무나 많은 세상 말이다. 성인병이라는 것 또한 너무나 많은 것을 먹어댔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공해라는 것도 너무나 많은 교통수단들과 공장때문에 생긴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는 너무나 많은 인간들이 이 지구에게 너무나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이성에 호소하는 추상적인 이론은 색깔로 치자면 회색에 속할 것입니다. 한편 감성에 호소하는 구체적이고 극적인 예술과 생명의 색깔은 다름 아닌 녹색일 것입니다. 죽음의 색깔이 회색인 반면 생명을 살리는 환경운동을 상징하는 색깔은 바로 녹색입니다.(184p)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푸른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시에 살고있는 우리는 회색을 훨씬 더 많이 볼때가 많다. 건물들 건물들건물들. 지구가 푸른빛을 잃으면 죽어가는 것이다. 지구를 푸르게푸르게 녹색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하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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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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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요즘 특히 동화를 이용해서 변형된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스토리콜렉터의 '신더' 시리즈도 신데렐라를 비롯한 여자아이 이야기들을 변형한 작품이고 최근에 읽었던 '빨간구두당'도 여러 동화들을 작가의 뜻대로 변형시킨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르테에서 새로 나오고 있는 시리즈인 '딥블루'도 인어공주를 바탕으로 해서 그것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백설공주를 포인트로 해서 구성된 삼부작 이야기.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 물론 그 아이는 백설공주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공주이미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를 가져다 쓴것은 아마도 이 이야기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 같다. 첫번째 책으로 나온 이 책의 제목은 '피처럼 붉다, as red as blood'. 두번째 책으로 나올 이야기는 '눈처럼 하얗다, as white as snow'이 준비되어 있다. 아마도 세번째 책은 '흑단창틀처럼 검다'가 될지도 모르겠다.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지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리고 까만 눈썹을 가진 그런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백설공주이다. 이 책에서 '피처럼 붉은'을 강조한 이유는 당연히 첫 장면 아닐까. 하얀 눈위에 쓰러진 여자에게서 나온 붉은 피. 하얀 바탕에 빨간색.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가지 색. 그것이 피일지라도, 피가 아닐지라도 그것을 직접 본 사람은 죽을때까지 잊히지 않을 하나의 장면이 뇌속에 새겨졌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몸을 숨기는 능력이 있는 루미키. 자기자신을 보호할줄 알고 웬만한 사람들의 미행도 할줄 아는 그녀는 그저 남에게 튀고 싶지 않은 여고생일뿐이다. 집에서 나와서 독립해서 혼자 학교를 다니는 한 여학생.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독립을 하는 유럽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튀고 싶지 않아 하는 그녀. 어느날 아침 수업시작 전 들르곤 하는 암실에 들렀다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한가지를 보게 된다. 피에 젖어 물에 헹구어진 돈들이 널려 있는 광경이다. 수많은 돈이 널려 있는 것을 본 그녀. 슬며시 빠져 나와서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다시 들른 그곳에서는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방금 마주쳤던 아이의 평상시 모습과 대조해 본 그녀는 다른점을 발견하고 그를 미행하기에 이른다. 과연 그 아이는 그 돈이 어디에서 난 것일까.

 

자신의 마당앞에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한 앨리스. 그녀는 경찰의 딸이다. 그녀와 친한 친구 세명이 공평하게 나눠가진 그 돈. 과연 그 돈을 누구에게 보내진 것일까. 엘리스의 집에 들러서 추리를 하고 나오던 그녀는 괴한에게 납치될뻔한 기회를 무사히 넘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왜, 무슨 이유로, 그녀를 납치하려 한 것일까. 자신이 아닌 앨리스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고 앨리스에게 긴급히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앨리스를 비롯한 삼총사와 더불어 루미키의 활약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저 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해서 이 이야기는 뻔한 스릴러물이 아니라 훨씬 박진감 넘치면서도 조금은 산뜻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루미키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결해 나가는 일들이 하나씩 쌓일때마다 그녀의 경험치는 점점 높아간다. 추적을 하고, 미행을 하고, 변장을 해서 잠입을 하고. 모든 것이 전혀 고등학생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루미키라면,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 이야기다.

 

이미 삼부작으로 구성이 되어서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은  첫 이야기가 지났다. 이제 시작일뿐이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루미키의 옛이야기.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편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이 스릴러는 밀레니엄 시리즈에 비교될만큼 재미나다고 소문나 있다. 이렇게 보니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비슷하고 특출나다는 것도 비슷해 보이기는 하다. 단지 밀레니엄이 조금은 하드하고 조금은 더 꼬여진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꼬여있지는 않다. 피처럼 붉은 이야기를 한단 쌓아놓고 어서 눈처럼 하얀 다른 이야기가 이 위에 쌓이길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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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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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듯 말듯 이해할듯 말듯한 문장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로 모호한 경계선을 타 넘으면서 들어온다. 철학적인 문체가 계속되는 듯 하면서도 끊없이 새로운 인물들을 추가를 하면서 이야기를 끈질기게 이어나간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다. 문체가 복잡하다고, 어렵다고 해서, 그 글을 끊을수가 없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것이 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포인트다. '독'이라는 존재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독을 일으킨다. 아마도 작가가 이 책에 뿌려놓은 독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열개가 나빠도 나쁘고, 하나가 나빠도 나쁘다. 그러나 열 개가 나쁜 것과 하나가 나쁜 것이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요는 그 나쁨이 얼마나 나쁘냐, 누구에게 대해서 나쁘냐일 뿐이다. 이 사람에게 선인것이 때때로 저 사람에게는 악이다. 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저 사람을 해롭게 해야 하는 것이 인생사다. 이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 저 사람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18p) 어려운 말의 중복인 듯 하면서도 자세히 읽어보면 그 말이 신통하게 알기 쉽게 들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조차도 그러하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누군가를 편들어야 한다면 한사람에게는 이롭지만 다른 한 사람에게는 해로운 것이다. 그렇고 그런 가벼운 말장난이 아니다.

 

'새처럼 자유롭다'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이어지는 말에서는 위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호랑이나 사슴이 '우리 안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것처럼, 새들도 역시 '우리 안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다. 차이는 어슬렁어슬렁 이거나 훨훨 정도이다. 새들은 호랑이나 사슴이 자유로운만큼 자유롭고, 그들이 부자유한 만큼 부자유하다. 그들의 자유는 '우리 안의' 자유이다. 새들이 자유롭다고? 무책임하게, 관습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마라.(51p) 갇혀진 새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문구들을 세세하게 꼬집고 있다.

 

맹인은 밝음을 잃은(失明)사람일  뿐, 어둠까지 잃은 사람은 아니다. 그는 어둠을 '본다'. 그는 세상에 대해 '검다'고 느끼고 수용하고 응답한다. 세상은 고립된 채 죽어 있는 것이 아니다.(201p) 어찌보면 철학책에서나 볼수 있는 문구들 같지만 이 책은 엄연히 소설이다. 임순관이라는 사람의 일기를 통해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그리고 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엮는 그는 오늘도 사형수를 만나러 간다. 그는 사형수가 말한 '쥐새끼'라는 한단어에 꽂혀 꿈에서조차도 시달린다.

 

사형수와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또 다른 이야기를 의뢰한 여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그 스케일을 부풀려간다. 임순관과 그 여자 민초희, 그녀를 보좌하는 독일병정같이 생긴 한 남자, 그리고 사형수 손철희, 여기에 풀판사 사장 홍과 그의 처제, 더하여 임순관의 누나와 아버지 하다못해 동네 주민들까지도 적당한 위치에 놓여서 이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달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 이야기를 쫓아가는 재미 때문에라도 절대 이야기를 읽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불면의 밤에 읽는 소설책과 삐익 삑 우는 전화벨과 검은 물속에 떠 있는 내 몸과 내 몸 위의 쥐 떼들과 내 손에 들린 가위와 그 가위에 잘려 나가는 어떤 여자의 긴 머리카락과 아기 울음 같은 고양이 소리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 소리......등이 한데 뒤섞여 뭉툭한, 하나의 무채색의 덩어리가 된다. 나의 의식은 예리하지 못해서 그것들 사이에 경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280p)

 

그저 형이상학적인 소리가 계속될무렵 마지막에 걸려넣은 '나'라는 사람의 존재는, 그의 입장에서 말하는 한 문장은 공기중 어딘가에서 모호하게 떠있던 의식을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만들어버린다. 공상속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이야기에 집중을 한다. 독. 작가의 이야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치명적인 독과 같다. 하지만 그 독으로 인해서 이 책의 매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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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이주성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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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그만큼 더욱 사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일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작가 역시 탈북자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2006년 탈북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쓴 이야기니만큼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때로는 오타인가 싶다가도 그것이 북한식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왠지 모르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다른 것이 많은 남과 북이다. 떨어져 산 지가 벌써 몇해째이던가. 더군다나 자신들의 나라를 개방하지 앟는 북한의 특성상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말것이다.

 

북한을 알고 있는 사람이 쓴 이야기라고 해서 그냥 사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라. 이 책은 순수한 사랑이야기 일뿐이다. 원명과 선화의 사랑이야기. 운명같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선택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 것은 누구일까.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결국은 자신들의 선택일 수 밖에 없으니 그들의 운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짐작하고 넘겨버리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도 허망하다.

 

원명의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는 담배를 파는 사람이다. 물론 공장에 적을 두고는 있지만 거기서는 일감도 없고 배급도 끊겨서 그것만 기대하고 있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을 판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연명을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언제 먹을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그러다가 잡혀가면 그날로 그들의 목숨은 끝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돈을 훔쳐서 유흥비로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로 먹고 살기가 급급해서 훔쳤던 것 뿐이다.

 

시장에서 꽈배기 아줌마의 꽈배개를 훔쳐서 달아나는 아이들. 꽈배기는 땅에 떨어져 빗물에 젖어 못 쓰게되고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주지 하고 안타까이 여길 무렵 들려온 아줌마의 한마디. 너네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가면 집에 있는 우리애들은 굶는다는 그 말. 아줌마는 이 꽈배기를 팔아서 또 굶고 있는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야 했을 것이다. 쌍이 다 불쌍하니 어느 한쪽을 편들수가 없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실상이란 일부분일 것이다.

 

요즘은 케이블 채널들이 많아서 탈북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또 그곳에서 인기있는 음식들도 만들어서 보여주고 하지만 일단 탈북한 그들은 어느정도 빽도 있고 배경도 있고 돈도 있는 집안일때가 많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에 씌여진 현실이 조금은 리얼스럽기도 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넘어온 것이 2006년, 지금부터 십여전 전의 일이다. 아마도 그 사회특성상 크게 달리지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김정일만 죽으면 모든게 다 끝날것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지금 2015년 현재, 김일성도 김정일도 다 죽은,  이제는 삼대계승을 한 김정은이 다스리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무조건 다 현실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기차를 타고 물건을 살고파는 그는 항상 기차에 탈때마다 난리를 겪어야 한다. 자주 오지 않는 기차. 자리도 구분없는 기차. 꽉 밀려든 사람대문에 문으로도 탈 수없고 그나마 창문으로라도 타면 다행이고 열차위로까지 기어오르는 사람들. 한국의 전쟁통에 운송수단을 생각을 하면 딱 맞을 듯 하다. 돈을 주면 그나마도 겨우 탈 수 있게 밀어넣어주는 시스템, 그는 거기서 선희를 처음 만난다.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그녀와 어린 아이를 집까지 잘 데려달라는 부탁을 얼결에 받은 그는 대신 자신들은 기차에 태워달라고 한다. 우역곡절끝에 탄 그들은 잘 가는 듯이 보였으나 군인들이 올라타면서 갓난쟁이가 압사를 당하고 만다. 그렇게 만나 돌아온 고향. 그녀, 선희와 원명은 다시 만날수 있을까.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그들. 선희의 남편은 죽었고 충격으로 시어머니까지 죽고 아이도 잃은 그녀는 아무것도 살아갈 희망이 없다. 그런 그녀는 그에게 자신도 장사에 도움이 되고 싶으니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한다. 아무 의심없이 흔쾌히 승낙한 그. 하지만 그에게도 한가지 문제점은 있었으니 한창때인 그는 이쁜 선희를 보고 한달 넘는 시간동안 같이 다니면서 인간적인 기본적 욕구인 성욕을 참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죽은지 얼아 안되었다는 이유로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일방적으로 원명의 입장에선 서술되던 이야기는 반은 넘어가서 그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후에 끊긴 후 선희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선희가 그를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글은 그와 재회한 뒤 자신이 돈을 벌기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북한이 유일하게 기대는 나라가 중국. 그런 나라에서 북한 사람들의 위치는 어느정도일까. 이루 말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여자라면 더하다. 우호관계가 아니라 속국도 이런 속국이 없다. 결국 북한이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단 하나의 고립된 나라이며 어느 나라하고도 교류관계가 없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멸망할지도 모르는 나라인것이다.

 

그런 나라의 사람들은 어떨까.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배가 부르다고 해서 과연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한 나라임을 부르짖지만 너무나도 다른 북한과 우리 나라. 지금 신문에서는 통일 모금운동을 한다고 매일같이 성금이 모인다고 하지만 그 통일 기금이 언제 쓰일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겠지만 확실히 다른 그들과 우리의 모습을 생각할때 통일이 되는 것이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조차도 지금 제대로 서지 않아 이모냥인데 통일이 되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가 힘들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장벽이 무너진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독일의 경우와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 당시 서독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아마 더욱 확실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때의 서독과 비교해서 그만큼 잘 살아나가고 있나? 아닐 것이다. 극빈층이나 수급자들도 많고 하나같이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개인적인 생각이고 미안한 생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통일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내는 도움조차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의 고위층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면 굳이 도움도 주지 않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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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 베스트 레시피북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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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일주일동안의 모든 요리를 모아서 방송해주는 요리프로그램을 꼭 챙겨보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그닥 요리에 큰 관심은 없는 편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주의랄까. 챙겨주는 사람이 있음 먹고 없으면 안 먹는 편이기도 하다. 먹기 위해서 사는 것보다는 살기 위해서 먹는 편에 더 가깝다. 그런 내가 꼭 챙겨보는 요리프로그램은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 이 프로그램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본 것도 얼마되지는 않았다. 작년에 처음 파일럿으로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스타가 냉장고를 공개하고 쉐프가 그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는 것인데 우리집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스타들의 냉장고를 굳이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가지고 지지던 볶던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9시 넘어 늦은 저녁을 먹는 나에게 그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채널에서 걸렸고 밥을 먹으면서 계속 보고 판단한 결과 꽤 재미나는 포맷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쉐프들이 손이 그렇게 빠르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게 느끼는 바였다. 나조차도 음식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싫어해서 여러개를 한번에 시도해서 빠르게 끝내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니 빠르게 지나가는 방송특성상 아무리 나중에 이긴 음식의 조리과정을 차례대로 보여준다해도 도저히 따라서 해먹기에는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그동안의 음식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음식들을 골라서 책으로 엮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회부터 시작해서 40회까지의 음식들을 모아서 편집해 놓은 이 책은 주로 이긴 음식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지만 졌어도 사람들이 궁금하거나 따라하기 쉬운 요리들을 다같이 편집해둠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요리들을 찾아서 만들어 먹는 재미를 주고있다. 각 쉐프별로 편집을 해서 그 쉐프별로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회별로 편집을 해서 어느 편에 나왔었는데 하는 기억을 가지고 찾을수도 있게 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냉장고 주인들을 위해서 만들어 내는 일인분의 요리라 요리초보자들은 양이 가늠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전문 요리사로 하여금 2인분을 기준으로 하여 조리분량을 따로 편집해두고 있으니 뒤쪽에 가서 재료를 가늠해서 어느정도 요리를 할것인지 알수 있게 해두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만들어 하는 특성상 쉐프들이 자신들이 얼마만큼의 양을 썼는지 기억하기도 어렵고 또 그날그날 주인공들에 맞춰서 간을 적절하게 조절하기도 했다하니 아무래도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조리분량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요리하는 법만 나오면 기존의 요리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음을 예상했을까 각 요리사들의 인터뷰와 함께 스튜디오 사진을 첨부하기도 하고 요리사들의 팁을 중간중간 편집하기도 하는 센스를 살렸다. 방송될 당시에 어떤 사람이 이런 팁을 주었다 하는 것이 발견되면 그 요리법 사이에 넣어두기도 해서 방송을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궁금해자는 점의 답들도 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다같이 시식하는 음식은 언제 만드는지가 궁금했다. 만드는 과정들을 보면 다 일인분인것 같은데 나중에 다같이 맛을 보는 코너가 있어서 저건 또 언제 만든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쉐프들이 만드는 동안 뒷편 어디서 다른 전문가들이 그대로 따로 만드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언제 메뉴를 구상하는지도 궁금했다. 재료들을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메뉴를 만들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의문도 플렸다.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이 책을 볼 것.

 

요리들을 하나하나 살편본 결과 요리 전문이 아닌 사람들이 따라하기에는 좀 버겁다하는 요리들도 있긴 했다. 반면에 이런것은 진짜 간단해서 따라하기 쉽겠다하는 요리들도 있었다. 주로 김풍의 요리가 그랬다.  그의 요리는 정말 간단한 것들이 많아서 이 정도라면 나도 한번 해먹어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예전 다른 프로그램의 야간매점 코너의 응용버전이랄까.

 

손님들이 왔을때나 친구들이 왔을때 대접하기 좋은 요리들. 한번쯤은 멋지게 대접하고 싶을때 시도해보면 좋을 요리들이 산지사방에 널려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애청자라면 그리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쉐프들의 요리를 한번이라고 먹어보고 따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참고로 한다면 좋을 법한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수 있겠다. 아울러 진행자 중의 한분인 정형돈씨의 빠른 쾌유를 빌겠다. 이 프로그램은 그의 진행솜씨가 곡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아니할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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