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요즘 특히 동화를 이용해서 변형된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스토리콜렉터의 '신더' 시리즈도 신데렐라를 비롯한 여자아이 이야기들을 변형한 작품이고 최근에 읽었던 '빨간구두당'도 여러 동화들을 작가의 뜻대로 변형시킨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르테에서 새로 나오고 있는 시리즈인 '딥블루'도 인어공주를 바탕으로 해서 그것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백설공주를 포인트로 해서 구성된 삼부작 이야기.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 물론 그 아이는 백설공주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공주이미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를 가져다 쓴것은 아마도 이 이야기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 같다. 첫번째 책으로 나온 이 책의 제목은 '피처럼 붉다, as red as blood'. 두번째 책으로 나올 이야기는 '눈처럼 하얗다, as white as snow'이 준비되어 있다. 아마도 세번째 책은 '흑단창틀처럼 검다'가 될지도 모르겠다.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지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리고 까만 눈썹을 가진 그런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백설공주이다. 이 책에서 '피처럼 붉은'을 강조한 이유는 당연히 첫 장면 아닐까. 하얀 눈위에 쓰러진 여자에게서 나온 붉은 피. 하얀 바탕에 빨간색.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가지 색. 그것이 피일지라도, 피가 아닐지라도 그것을 직접 본 사람은 죽을때까지 잊히지 않을 하나의 장면이 뇌속에 새겨졌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몸을 숨기는 능력이 있는 루미키. 자기자신을 보호할줄 알고 웬만한 사람들의 미행도 할줄 아는 그녀는 그저 남에게 튀고 싶지 않은 여고생일뿐이다. 집에서 나와서 독립해서 혼자 학교를 다니는 한 여학생.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독립을 하는 유럽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튀고 싶지 않아 하는 그녀. 어느날 아침 수업시작 전 들르곤 하는 암실에 들렀다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한가지를 보게 된다. 피에 젖어 물에 헹구어진 돈들이 널려 있는 광경이다. 수많은 돈이 널려 있는 것을 본 그녀. 슬며시 빠져 나와서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다시 들른 그곳에서는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방금 마주쳤던 아이의 평상시 모습과 대조해 본 그녀는 다른점을 발견하고 그를 미행하기에 이른다. 과연 그 아이는 그 돈이 어디에서 난 것일까.

 

자신의 마당앞에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한 앨리스. 그녀는 경찰의 딸이다. 그녀와 친한 친구 세명이 공평하게 나눠가진 그 돈. 과연 그 돈을 누구에게 보내진 것일까. 엘리스의 집에 들러서 추리를 하고 나오던 그녀는 괴한에게 납치될뻔한 기회를 무사히 넘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왜, 무슨 이유로, 그녀를 납치하려 한 것일까. 자신이 아닌 앨리스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고 앨리스에게 긴급히 전화를 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앨리스를 비롯한 삼총사와 더불어 루미키의 활약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저 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해서 이 이야기는 뻔한 스릴러물이 아니라 훨씬 박진감 넘치면서도 조금은 산뜻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루미키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결해 나가는 일들이 하나씩 쌓일때마다 그녀의 경험치는 점점 높아간다. 추적을 하고, 미행을 하고, 변장을 해서 잠입을 하고. 모든 것이 전혀 고등학생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루미키라면,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 이야기다.

 

이미 삼부작으로 구성이 되어서 맛보기로 보여준 것 같은  첫 이야기가 지났다. 이제 시작일뿐이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루미키의 옛이야기.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편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이 스릴러는 밀레니엄 시리즈에 비교될만큼 재미나다고 소문나 있다. 이렇게 보니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비슷하고 특출나다는 것도 비슷해 보이기는 하다. 단지 밀레니엄이 조금은 하드하고 조금은 더 꼬여진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꼬여있지는 않다. 피처럼 붉은 이야기를 한단 쌓아놓고 어서 눈처럼 하얀 다른 이야기가 이 위에 쌓이길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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