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
이주성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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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그만큼 더욱 사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일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작가 역시 탈북자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2006년 탈북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쓴 이야기니만큼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때로는 오타인가 싶다가도 그것이 북한식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왠지 모르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다른 것이 많은 남과 북이다. 떨어져 산 지가 벌써 몇해째이던가. 더군다나 자신들의 나라를 개방하지 앟는 북한의 특성상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말것이다.

 

북한을 알고 있는 사람이 쓴 이야기라고 해서 그냥 사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라. 이 책은 순수한 사랑이야기 일뿐이다. 원명과 선화의 사랑이야기. 운명같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선택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 것은 누구일까.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결국은 자신들의 선택일 수 밖에 없으니 그들의 운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짐작하고 넘겨버리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도 허망하다.

 

원명의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는 담배를 파는 사람이다. 물론 공장에 적을 두고는 있지만 거기서는 일감도 없고 배급도 끊겨서 그것만 기대하고 있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을 판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연명을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언제 먹을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그러다가 잡혀가면 그날로 그들의 목숨은 끝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돈을 훔쳐서 유흥비로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로 먹고 살기가 급급해서 훔쳤던 것 뿐이다.

 

시장에서 꽈배기 아줌마의 꽈배개를 훔쳐서 달아나는 아이들. 꽈배기는 땅에 떨어져 빗물에 젖어 못 쓰게되고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주지 하고 안타까이 여길 무렵 들려온 아줌마의 한마디. 너네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가면 집에 있는 우리애들은 굶는다는 그 말. 아줌마는 이 꽈배기를 팔아서 또 굶고 있는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야 했을 것이다. 쌍이 다 불쌍하니 어느 한쪽을 편들수가 없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실상이란 일부분일 것이다.

 

요즘은 케이블 채널들이 많아서 탈북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또 그곳에서 인기있는 음식들도 만들어서 보여주고 하지만 일단 탈북한 그들은 어느정도 빽도 있고 배경도 있고 돈도 있는 집안일때가 많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에 씌여진 현실이 조금은 리얼스럽기도 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넘어온 것이 2006년, 지금부터 십여전 전의 일이다. 아마도 그 사회특성상 크게 달리지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김정일만 죽으면 모든게 다 끝날것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지금 2015년 현재, 김일성도 김정일도 다 죽은,  이제는 삼대계승을 한 김정은이 다스리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무조건 다 현실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기차를 타고 물건을 살고파는 그는 항상 기차에 탈때마다 난리를 겪어야 한다. 자주 오지 않는 기차. 자리도 구분없는 기차. 꽉 밀려든 사람대문에 문으로도 탈 수없고 그나마 창문으로라도 타면 다행이고 열차위로까지 기어오르는 사람들. 한국의 전쟁통에 운송수단을 생각을 하면 딱 맞을 듯 하다. 돈을 주면 그나마도 겨우 탈 수 있게 밀어넣어주는 시스템, 그는 거기서 선희를 처음 만난다.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그녀와 어린 아이를 집까지 잘 데려달라는 부탁을 얼결에 받은 그는 대신 자신들은 기차에 태워달라고 한다. 우역곡절끝에 탄 그들은 잘 가는 듯이 보였으나 군인들이 올라타면서 갓난쟁이가 압사를 당하고 만다. 그렇게 만나 돌아온 고향. 그녀, 선희와 원명은 다시 만날수 있을까.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그들. 선희의 남편은 죽었고 충격으로 시어머니까지 죽고 아이도 잃은 그녀는 아무것도 살아갈 희망이 없다. 그런 그녀는 그에게 자신도 장사에 도움이 되고 싶으니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한다. 아무 의심없이 흔쾌히 승낙한 그. 하지만 그에게도 한가지 문제점은 있었으니 한창때인 그는 이쁜 선희를 보고 한달 넘는 시간동안 같이 다니면서 인간적인 기본적 욕구인 성욕을 참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죽은지 얼아 안되었다는 이유로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일방적으로 원명의 입장에선 서술되던 이야기는 반은 넘어가서 그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후에 끊긴 후 선희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선희가 그를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글은 그와 재회한 뒤 자신이 돈을 벌기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북한이 유일하게 기대는 나라가 중국. 그런 나라에서 북한 사람들의 위치는 어느정도일까. 이루 말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여자라면 더하다. 우호관계가 아니라 속국도 이런 속국이 없다. 결국 북한이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단 하나의 고립된 나라이며 어느 나라하고도 교류관계가 없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멸망할지도 모르는 나라인것이다.

 

그런 나라의 사람들은 어떨까.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배가 부르다고 해서 과연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한 나라임을 부르짖지만 너무나도 다른 북한과 우리 나라. 지금 신문에서는 통일 모금운동을 한다고 매일같이 성금이 모인다고 하지만 그 통일 기금이 언제 쓰일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겠지만 확실히 다른 그들과 우리의 모습을 생각할때 통일이 되는 것이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조차도 지금 제대로 서지 않아 이모냥인데 통일이 되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가 힘들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장벽이 무너진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독일의 경우와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 당시 서독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아마 더욱 확실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때의 서독과 비교해서 그만큼 잘 살아나가고 있나? 아닐 것이다. 극빈층이나 수급자들도 많고 하나같이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개인적인 생각이고 미안한 생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통일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내는 도움조차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의 고위층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면 굳이 도움도 주지 않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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