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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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노조키메], [괴담의 집], [괴담의 테이프], [화가] 그리고 [흉가]까지 북로드에서 나온 미쓰다 신조의 책들은 마가를 제외하고 모두 읽은 것 같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를 읽은 것도 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미쓰다 신조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그 특유의 공포스러움일 것이다. 일본의 문화와 우리나라 정서가 다르다 보니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분야는 정녕 사랑받기 어려울진대 아마도 작가는 그런 차이를 가뿐하게 뛰어 넘은 듯이 보인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그런 이야기 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춘 것도 아니다. 일본 특유의 호러스러움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고 일본 특유의 토속신앙 또한 바탕이 되어 있고 전통이 주로 쓰일 때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특징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대만의 출판사인 독보문화로부터, 나와 홍콩 및 대만의 작가 다섯 명의 작품을 묶은 <<쾌:젓가락 괴담 경연>>이 올 2월에 간행되었다.

332p

이번 이야기는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서 이야기 속의 나라는 존재는 마치 작가와 동일하게 느껴진다. 작가로 설정이 되어서 이상하고 괴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쓴다는 점이 그러하다. 더구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그런 부분까지도 나와 있어서 더욱 반갑다. 바로 작가의 다른 작품이 언급된 것이다. 대만 작가들과 함께 한 '쾌'라는 작품을 읽은 바 있어서 저 문장을 읽었을 때의 반가움이란. 이러다보니 극중 나와 작가를 동일시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아들을 7살이 되기 전에 어떤 한 집에서 일주일동안 지내게 만든 아버지. 그동안 아이는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명령을 받는데 다른 친구를 만난 아이는 잠깐이면 되겠지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일 처음에 나온 <은거의 집>의 줄거리다. 집이라는 존재는 작가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듯이 보인다. 화가, 흉가 그리고 마가로 이어진 집 시리즈를 비롯해서 기관이라는 제목의 작품도 작가가 사는 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지 않던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여겨지는 바이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고를 예견하는 그림 이야기를 그린 <예고화>는 상당히 흥미로왔으며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모 시설의 야간 경비>는 솔직히 약간은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느껴졌고 < 부르러 오는 것>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도 역시나 집과 관련된 이야기이며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우중괴담>은 오래전 자신과 같이 작업을 했던 북디자이너를 만나 그의 괴담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미쓰다 신조는 작가의 이름이 곧 그 장르가 된다. 그런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작가다. 그런 특징만으로도 앞으로 계속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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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첩 - 상
최재효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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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느낀 것은 강릉대첩이라는 네글자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였다. 강릉?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오죽헌이 있고 바다가 있는 곳? 그곳에서 대첩이라니 무슨 전쟁이 일어난 것인가가 궁금했던 것이다. 또한 이것이 고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우리는 조선 시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조선왕조실톡이라는 책이 미친 영향도 아주 크다- 그 이전인 고려 시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이옥을 병부시랑에 승차시키고자 합니다.

51p

아니 '우리는'이 아니라 '나는'이라고 정정해야 겠다.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겨우 없고 최근 출간된 [우주전함 강감찬]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통해서 강감찬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다. 그것은 최재효 작가의 [설죽화]가 미친 영향이기도 하다. 설죽화가 출간된 이후 그 책을 읽었고 그녀의 업적을 알게 되었고 강감찬 장군에 대해서 가진 궁금증이 또 다른 책으로 이어졌고 그 관심이 고려라는 시대에서 머물렀고 이 책에까지 이른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상 권에 속에서도 강감찬 장군과 설죽화의 이야기는 잠깐 언급된다. 왜구들이 침입을 대비한 김구용의 연설에서다. 고려 시대부터 왜적들은 이 땅을 엿보고 있었다는 소리다. 이 이야기는 고려 시대 시중으로 신돈을 보좌했으나 신돈의 몰락과 함께 처형당했던 이춘부의 아들인 이옥의 이야기다. 

신돈. 이름이 낯익다. 그저 스쳐 지나간 것은 아니다. 맞다. <신돈>이라는 동명의 드라마가 있었다. 손창민이 신돈으로 분해 연기를 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신돈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욱의 아버지인 이춘부가 같이 연결된다. 이춘부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음에도 같이 엮여서 왕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했고 그의 처를 비롯한 자식들은 다들 흩어져 관비로 배속되었다.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 쫓겨간 곳에서 이옥은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또한 적들의 침략을 막아내기도 한다. 노비가 되어 가족들이 흩어져 자신의 부인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가운데에 다른 여인들의 추앙을 받기도 한다. 그녀들이 만들어 준 옷을 두고 어느 것을 입어야 하는 고민에 빠질만큼 말이다.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또 익숙한 이름이 등장을 한다. 그것은 바로 최무선이다. 고려 시대 최초로 화약을 발명한 사람이다. 이 이름은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 들은 적이 있어서 이 또한 기억을 새록새록 더듬게 된다. 

노비였던 이옥은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총관이 되었다. 하지만 나라에서 정식으로 면천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그는 관노의 신분이었다. 노비가 되어 강릉으로 왔지만 이곳에서도 자신의 일을 잊지않고 해내고 있는 이옥이다. 이제 그의 앞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 버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25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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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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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만든 회사. 일단 이 분위기부터 너무 부러웠다. 회사가 잘 나가고 튼튼한 기반이 있고를 떠나서 그 분위기 자체가 부러웠던 것이다. 일을 하되 조금은 부드럽고 격식이 덜한 그런 분위기랄까.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나 그러하듯이 그곳에서도 문제점은 발생했다. 아무래도 다른 회사보다 오래 사무실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청소 및 요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다. 가케이 씨다. 

이 회사의 단 혼자 여자였던 고유키는 내심 불편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 모든 것을 담당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물론 조금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불편했던 것은 아무래도 자신의 자리가 사라졌다고 느낀 탓일까. 그녀가 맡은 일이 비단 그것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가케이 씨는 그런 부분까지도 다 공감해주고 이해하는 듯이 보인다. 

가케이 씨가 회사에 등장하는 것은 일주일에 몇번 그것도 몇 시간 만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분위기는 새로와진 것 처럼 보인다. 그것은 바로 가케이 씨가 만들어 내는 음식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가 만들어 내는 것이 별로 거창하거나 그런 음식은 아니다. 오히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주먹밥 같은 것들이 더 많다. 그럴지라도 그 회사에 맞게 일하는 사람들의 식성과 열량에 맞춰서 신경써서 만드는 그녀의 솜씨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인다.

이야기는 비단 회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가케이 씨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녀가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 때의 모습도 보여준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모습은 또 어떻게 비칠까. 그녀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다른 사연은 무엇일까. 

스릴러나 호러 등 장르소설에도 여러 세부장르가 존재한다.그런 장르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러나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아니 음식을 소재로 해서 거기에 미스터리를 양념으로 끼얹은 이야기는 그보다 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음식 미스터리라면 작가나 출판사를 보지도 않고 선택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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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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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이도우 작가의 심사평만으로도 충분히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었다. 감동과 재미가 살아있는 그런 이야기. 음식을 소재로 해서 식당을 배경으로 해서 사람의 인생을 줄줄 엮어 놓은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동감하고 이해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정성이란 참으로 번거로운 것이군.

162P

더구나 심사평에도 나와있다시피 선명한 캐릭터가 더욱 그 재미를 더해준다. 아빠의 뒤를 이어 금귀비 정찬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뒤를 잇고 싶어하는 문망초. 엄마는 망초에게 계약서를 들이민다. 손님으로부터 7개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 목적은 손님의 편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100일동안 물망초 식당을 운영해서 조건을 클리어 하면 엄마의 식당을 물려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편식'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등장을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도 있지만 싫어하는 음식도 있지 않은가. 그런 편식은 어디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일까. 딱 백일 동안만 운영되는 이 물망초 식당의 오너인 망초는 그런 손님의 심리상태에 맞춰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고 공간을 창조해서 손님에게 대접을 한다. 그저 단순히 음식만 맛있게 만들어 낸다고 편식이 고쳐지지는 않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와의 이별이라던지 누군가와의 안 좋은 기억이라던지 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그런 이유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 이 물망초 식당에서는 그저 단순히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 오기 전 한번 더 들러서 상담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게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59P

나는 당근을 싫어한다. 쑥갓과 미나리와 고수와 향이 나는 모든 음식재료들을 안 먹는다. 알러지가 나서 안 먹는 것도 아니다. 단지 향이 강한 것이 별로다. 음식에 들어간 이런 것들은 어지간하면 건져내고 먹거나 따로 골라낸다. 당근 같은 경우엔 채를 쳐서 잘게 들어간 것을 일부러 골라내지는 않지만 일부러 찾아먹지는 않는다. 나의 이 상태를 문망초가 알면 뭐라고 결론을 내리고 어떤 음식을 해줬을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라고 서두에 말을 해두었다. 알고 보니 이 공모전의 대상작인 [악마의 계약은 연기되지 않는다]와 다른 최우수상 수상작인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이 두 권을 모두 읽었다. 이 책까지 합하면 다른 최우수상 수상작인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만 안 읽었다는 결론이 나는데 수상작들이 다 꽤 괜찮았다라는 생각이 드니 이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이 수상작들은 모두 제목의 길이가 기존의 책들보다는 긴 편이다. 이 공모전에 수상을 하려면 제목부터 길게 지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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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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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다 고유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절대적으로 빠르게 읽혀서 페이지 터너라는 별명울 붙여야 할 정도의 이야기가 있는 반면 충분히 긴 호흡으로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그렇게 느리게 느리게 읽어주어야 할 이야기도 있는 법이다. 절대 빠르게 읽지 말아야 할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책 굿바이 욘더다.

미리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개정판이다. 전에 나왔었지만 어느 순간 잊혀졌었고 그 이야기를 새로 발견해 내서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렇다. 이 책은 드라마 <욘더>의 원작소설이다. 이쯤되면 더 궁금하지 않은가. 감독은 이 책에서 어떤 점을 발견해서 그것을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어떤 매력을 꺼낸 것일까. 나는 그 포커스를 찾고 싶었다.

요즘 사람들 죽어가는 거, 그게 그냥 죽은 게 아니오. 모두 욘더로 간 거지.

188P

여기 아내 이후를 병으로 떠나 보낸 남자 김홀이 있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의 떠남은 참으로 간단하다. 단지 몇 번의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장례식. 그들에게는 진정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가족이라던가 친지라던가 또는 친구라던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간단히 메세지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떠남을 알린다. 그리고 이 년 후 잊혀졌던 메일에서 그녀 이후가 부르는 메세지를 발견한다. '여보, 나야'라는 제목의 메세지. 그렇다. 이 이야기는 오직 이후와 김홀 그 두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들이 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 둘이다. 그들의 사랑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후는 세상을 떠났지만 김홀이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고 김홀은 고민 끝에 그녀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결정을 하는데는 무엇이 작용했을까. 만약 그가 자신의 부모를 생각했었다면 그가 그렇게 그녀를 따라 욘더라는 공간에 입성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나는 또 알고 싶어졌다. 사이버 이모탤리티, 가상공간에 마련된 불멸의 세상, 또 다른 말로 하면 사이버 천국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곳. 거기에 가면 누구나 영원히 생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곳.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 가는 곳.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상상으로만 그곳에 그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야만 하는 그런 곳. 그곳에 갔다 돌아온 사람은 없기에. 작가는 SF적인 판타지를 구현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종교라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닐까. 누가 보아도 이것은 극락이나 천국을 의미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곳을 위해서 이곳을 버릴까 아니면 아직은 이곳에 남을까. 

'지금 아닌 다른 곳에 더 나은 곳이 있다'는 믿음이란 것이었다.

42P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세상에 대한 힘듦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환멸이라던가 부당함 그리고 억울함도 있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런 끔찍한 선택을 자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 이후의 삶이 있었다고 믿었을까. 아니면 단지 끔찍한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떠났을까. 여기 아니면 다른 곳이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곳에 남는 것을 선택할까.

당신은 한 다발의 뉴론, 나는 한 움큼의 회로일 뿐이에요.

219P

본문 속에서는 사람과 더불어 각종 사이보그들이 공존한다. 사람들은 오래 살기 위해서 또는 자신만의 편리를 위해서 자신들의 장기를 인공적인 기관으로 바꾸어 놓았다. 신경으로 구성된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회로로 구성된 사이보그라는 존재. 그들 사이에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느 존재가 더 우월한 것일까.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따질 수 없는 대적관계이려나. 만약 인간과 사이보그의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그들의 자손은 어떠한 존재로 구성될지 그 또한 상상하기 힘든 그런 요소이기도 하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에서 쓰였던 단어들을 좀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두었다고 했다. 개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본문 속에서 쓰인 단어나 명칭이나 기술들은 이미 우리에게 바짝 다가와 있기도 하다. 컴퓨터가 발달되고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우리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그런 속도를 만들어 냈다. 분명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드르륵 거리면서 문을 닫을 수 있는 흑백 티비가 있었고 엄마가 시집 올 때만 하더라도 할머니가 살았던 그 동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했는데, 할머니 집 화장실은 푸세식이라서 냄새와 벌레와 싸우며 화장실을 참아야만 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런 시절이 아주아주 몇백년 전으로만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빠른 세상이다. 그만큼 적응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빠르게 읽히지 않는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마음 하나로만 욘더로 향하기에는 내가 가진 사랑의 깊이는 아주 얕은가보다. 아니면 나는 아직은 이 세계에 더 발을 붙이고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그곳으로 이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읽을 책들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남아 있고 싶은 마음으로 굿바이 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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