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내 이후를 병으로 떠나 보낸 남자 김홀이 있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의 떠남은 참으로 간단하다. 단지 몇 번의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장례식. 그들에게는 진정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가족이라던가 친지라던가 또는 친구라던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간단히 메세지 하나만으로 누군가의 떠남을 알린다. 그리고 이 년 후 잊혀졌던 메일에서 그녀 이후가 부르는 메세지를 발견한다. '여보, 나야'라는 제목의 메세지. 그렇다. 이 이야기는 오직 이후와 김홀 그 두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들이 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 둘이다. 그들의 사랑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후는 세상을 떠났지만 김홀이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고 김홀은 고민 끝에 그녀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결정을 하는데는 무엇이 작용했을까. 만약 그가 자신의 부모를 생각했었다면 그가 그렇게 그녀를 따라 욘더라는 공간에 입성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나는 또 알고 싶어졌다. 사이버 이모탤리티, 가상공간에 마련된 불멸의 세상, 또 다른 말로 하면 사이버 천국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곳. 거기에 가면 누구나 영원히 생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곳.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 가는 곳.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상상으로만 그곳에 그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야만 하는 그런 곳. 그곳에 갔다 돌아온 사람은 없기에. 작가는 SF적인 판타지를 구현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종교라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닐까. 누가 보아도 이것은 극락이나 천국을 의미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곳을 위해서 이곳을 버릴까 아니면 아직은 이곳에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