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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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날씨가 좋을 5월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트케이스를 꺼내고 어디론가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인 루틴이었다. 적어도 3년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단지 한 사람이 발견되고 치료가 되고 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다. 우리의 일상은 아주 작은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일한 권고는 집에 머물라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 남자들은 집에 머물다가 죽을 것이다.

59p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모든 과정을 그대로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작가도 각종 기사라던가 자신의 경험으로 아주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스웨덴인은 면역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소문도 그랬고 싱가포르 정부가 시민과 외국인 모두의 이탈을 금지했던 것도 그랬다.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고 집에 머물르라는 것도 지극히 이보다 더 자세할 수는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했기에 지금도 아직 완전하게 우리는 그것이 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에 더욱 섬짓함을 자아낸다.

내 이메일이 응답받지 못한 채 흘러가는 일분일초마다 백신은 점점 더 늦어진다. '역병'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그런데 모두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53p

물론 현실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 소설 속에서의 공격 대상은 오로지 남자뿐이다. 의사였던 어맨더는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챙기는 한편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 그것을 무시해 버린 남자가 문제다. 자신이 죽는 것은 모른 채로 말이다. 오로지 남자만 공격하고 열이 오르다 죽어버리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치료제도 없거니와 어떻게 전염이 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도 전무하다. 어맨더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세계 곳곳의 여자들을 대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낸다. 남자들이 주요 대상이기 때문에 전면에 설 수가 없다. 이분법적으로 여자는 우위에 있고 남자는 열세하다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남자뿐인 이 세상에서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타개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하나가 아니던가. 그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이 인류라는 종족은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 내가 합리성까지 갖추기란 무리다.

252p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그리고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가 있는 가정들은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집집마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성경 속에 나오는 역병에 돌아서 모든 장자가 죽었던 그때의 사람들의 상황과도 닮지 않았을까. 딸이 있거나 여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반발감이 덜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가진 사람을 보면서 아이를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시기 어린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틈은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손쓸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347p

작가는 이 문장을 쓰기 위해서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고전의 진수로 꼽는 [페스트]에서도 결국은 사람의 일상으로 삶으로 돌아가듯이 말이다. 엔드 오브 맨. 남자들의 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Man이라는 단어가 인류 전체를 가르키는 말로도 사용이 되곤 하니 이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끝은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 딱 두종인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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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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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을 보자마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떠올렸다. 그 책을 읽은 적도 없지만 그만큼 작가 이름과 작품이 찰떡으로 매치가 된 이유다. 블로그 이웃 중 하나가 그랬다. 이 책 제목을 보고. 이럼 손핸디? 하고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 누구든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내내 혼자만 좋아한다면 그건 조금 손해라고 여기지 않을가. 하기야 좋아하는 관계에서 이기도 지고가 어디 있으며 누가 더 낫고 못하고가 어디 있고 손해나고 이익보는 게 어디 있겠는가.

아이와 소우가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우연히 다쿠마와 사이카를 만나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두 커플의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연예인인 사이카가 너무 도도해 보여서 동갑임에도 아이는 존댓말을 하는 등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시면서 서먹했던 것이 풀어지고 천둥 속에서 아이와 사이카가 둘만 남아서 남자들을 기다리면서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지만 거기서 끝.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아니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어, 너라서 좋아해 .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이는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 되었어.

105p

뒷표지를 살폈어야 했다. 퀴어 로맨스. 이 책은 아이와 사이카 그 둘의 이야기였다. 사이카도 그렇지만 아이도 처음부터 동성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각기 남자친구가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서로를 좋아했고 그 상대방이 여자였던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질투도 한다. 파티에서 서로의 이상형이다 싶은 그런 남자를 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이 사랑이 그저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쪽은 휴대폰 판매를 하고 한쪽은 연예인이다. 당연히 숨겨야 할 것이 많은 그런 직업이다. 하물며 동성 애인에 대한 것은 더욱 극비로 해야 할 판이다. 그러다 보니 부자연스러움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로 인한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단기간의 사랑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세월이 흘러도 끝없이 차오르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겠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래 만나지 못해도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말이 진리로 여겨지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다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할 텐데 아이는 그래도 괜찮아?

357p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고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바란다. 그런 부모에게 자신은 이런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하겠는가. 그들에게는 이미 사랑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으니 두번 다시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원체 내 결혼에 적극적인 엄마는 이제 결혼 적령기니 이번에야말로 결혼에 골인하라고 닦달하겠지. 하지만 애인이 여자인 걸 알면 어떨까.

157p

가장 평범한 보통의 연애를 그린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 특별할 수는 없는 그런 연애 이야기이고 사랑이야기다.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동성 커플 등 다영한 가족형태도 법적으로 인정되도록 개선하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세상에 딱 두 종류뿐인 인간인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새로운 성이 생기는 것인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는가. 그래서 아이와 사이코의 사랑이야기가 다른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와 하등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아니 그들에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많기에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도 있지 않던가. 하지 말라고 말리면 더욱 더 한다는. 아이와 사이코의 사랑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그들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분명 다툴 날도 있을 것이고 서로의 사랑이 식거나 다른 사람이 좋아지는 날도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지금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하라.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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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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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런 올라미나다. 로스엔젤레스에서 30키로미터 떨어진 로블리도라는 마을에서 살고 있다. 아니 살았다. 2024년에는 그랬다. 아버니는 목사이자 교수였고 새엄마는 선생이었다. 동생들도 있었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고프지는 않게 살았다. 우리 마을은 들어오는 입구에는 자물쇠가 달렸고 장벽이 둘러져 있었다. 외부인들이 함부로 올 수 없도록 말이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2025년 이웃이 실종됐고 내 동생은 집을 나갔다. 엄마 보러 선물도 가지고 온다던 동생은 그렇게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시신을 확인했고 나는 생존가방을 만들었다. 나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예언이라도 했던 것일까. 2026년 친구네 집은 새로운 곳으로 이주를 했고 아버지가 실종되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이웃집에는 불이 났고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린 틈을 타서 우리집에는 도둑이 들었다. 그래도 숨겨 둔 돈을 다 가져가지는 못했다.

하느님이 있기는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그녀? 아니면 그것?)는 우리를 소중히 여기기는 할까?

29p

2027년 온 동네가 다 불탔다. 마약메 미친 침략자들은 불을 지르고 강간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모두가 다 도망을 쳤다. 마을을 떠나 피난민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새엄마를 중심으로 남은 동생들과 함께 나도 떠났다. 하지만 나는 초공감신드롬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다친 사람을 보고서는 그 사람에 공감된 나머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가족들은 내가 이렇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속 가버렸다. 그렇게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나는 혼자 남았다. 아니 나에게는 생존가방이 있었고 묻어두었던 비상금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웃들을 만나서 하나의 그룹을 만들었다.

내게는 진리처럼 보이는 '변화가 곧 하느님'이라는 특이한 신앙 체계는 지구의 씨앗이라는 뜻에서 '지구종'으로 이름 지을 것이다.

136p

지금 나는 처음의 사람들과 여전히 함께 있다. 아니 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다. 우리는 이동을 하면서 누군가를 구해주었고 그들은 우리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시를 쓴다. 지구종에 관한 시다. 내가 무언가를 쓰는 것을 궁금해 하던 친구 해리에게 시를 보여 주었고 읽고 쓰는 것을 자라에게 알려주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는 없다. 방심하는 사이 누군가는 내 배낭의 끈을 자르고 가져가 버릴수도 있고 목숨과도 같은 물을 가지고 도망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기에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새식구들을 받아들이면서 지금은 처음보다는 훨씬 많은 인원이 되었다. 그중에는 물론 아이들도 있다.

결백이 입증될 때까지는 모두가 유죄라고?

318p

처음에는 무작정 북쪽으로 향했다.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 정당하게 일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곳,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떠났다. 계획은 계획일 뿐 그것이 언제나 온전하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다. 나 아니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고속도로를 따라 가는 길에는 별별 일들이 다 생겼다. 가려던 길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안전하지 못하게 되자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런 모든 것에는 새로 만난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지구종이 다루는 건 계속 진행되는 현실이지, 초자연적 권위의 표상이 아니에요. 숭배는 행동을 동반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요. 행동을 동반하는 숭배는 오로지 그것이 당신을 진정시키고, 당신의 노력을 집중시키고, 당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때만 쓸모가 있고요.

387p

아버지가 목사였고 목사의 딸이었던 나였지만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아니 나만의 하느님을 만들었다. 변화가 곧 하느님이다. 변화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나만 알고 있던 내용을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들은 내 의견에 동조를 하기도 했지만 반박을 하기도 했다.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그들이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하느님을 만들고 지킬 것이다.이제 우리는 한 곳에 정착을 하려 한다. 이 곳에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참 좋을테지만 일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 이름은 로런 올라미나이고 나는 열여덟살이다.

변화가 곧 하느님이고, 마지막에는 하느님이 진실로 승리한다. 하지만 그 마지막이 언제이고 어째서 찾아오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5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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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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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통쾌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했기에 더욱 놀라운 반전을 맞이했다. 패턴이 바뀌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에 막 소름 끼칠 듯한 전율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장르소설에서 이러한 결말을 맞은 적이 기억에 남은 것이 없어서일까 이런 식의 변형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시원함을 느길 수가 있었다. 에라 이 녀석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고나 할까.

사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처음부터 밝히고 있기에 누가 범인인지 찾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해야만 했는지 또는 어떻게 자신의 범행 수법을 발전시켜왔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삼았는지 하는 면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요즘 시대에 맞게 게임이라는 설정을 해서 타겟을 잡았지만 경찰은 그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사건 조사는 답보상태를 맴돌게 된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그런 여자들을 찾아내 충분히 가까와지되 꼬리를 밟히지 않을 수 있을까?

199p

경위로 승진한 조 푸르니에는 사실 현장 체질이다. 하지만 관리라는 것이 그렇잖은가. 항상 수많은 서류작업에 둘러 싸이게 된다. 그녀는 호텔 방에서 살해된 시신을 맡아 수사를 하지만 지지부진했다. 일도 쌓이고 사건을 해결이 안되고 피할수 없는 휴가까지. 강제로 떠난 휴가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때로는 떠나야 만 찾을 수 있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피해자는 한 건으로 묻힐 수도 있었다. 아니 두 건으로 늘었는데도 결혼 반지가 사라지고 무언가로 목이 줄려 호텔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분명 공통되게 있음에도 조가 연쇄살인이라고 주장을 했음에도 이것은 단건으로 취급되고 만다. 누군가의 분명한 사실 지적을 무시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가. 사건 조사에 열성을 가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발 좀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라고 그래야 사건이 해결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이 안정적인 집과 아버지와 평범한 삶을 박탈당할 수 있는데도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여자들은 죽어 마땅했다.

97p

이번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은 연속적으로 계속될 것이고 조는 경위직을 벗어나 현장으로 돌아갈 탄원서를 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닌 것이다. 다음 번 조의 활약을 보고 싶다. 이번에는 너무 단편적으로 끝나서 아쉬우니 말이다. 아직은 조의 특징도 제대로 캐치해내지 못했다. 꼭 속편이 나올 수 있길.

참고로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아이의 성장과정에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자이다. 그걸 알고 있겠지만 새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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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미식 여행 - 바람이 분다 여행이 그립다 나는 자유다
BBC goodfood 취재팀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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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여행사에서 광고 문자가 왔었다. 스페인 여행을 소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3백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의 일정이었고 그걸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 순간 스페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휙 하고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 우리는 여행을 마음대로 못 가는 코로나 시대에 벌써 3년째 살고있다. 이제 조금씩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도 생기고는 있지만 단체여행은 아직 무리인 것 같고 백신을 2차까지만 완료한 나는 더더군다나 아직은 마음대로 못 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여기 실린 나라들 중에는 물론 가 본 곳들도 있지만 미식 여행이라는 테마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더 궁금했던 것이다. 사실 다른 나라에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나라의 특이한 음식을 일부러 막 찾아다니면서 먹는 편은 아니다. 그러니 이 푸드 취재팀이라는 전문가가 추천하는 맛은 어떤지 눈으로라도 보고 싶어졌다.

크게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스 그리고 스페인의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고 나머지는 그 너머라고 해서 한꺼번에 묶어 두었다. 유명한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호텔과 주위 음식점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까지 소개하고 대표적인 음식들은 사진과 함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위제스라는 곳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예전에 스페인에서 했던 프로그램인 윤식당을 연상했다. 그곳 어디엔가의 음식점에서 배우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을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곳의 호텔 '라 메종 뒬리스'는 16세기 농가를 복원해 미식호텔로 바꾼 곳으로 미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미식 체험 프로그램은 그동안 어느 나라를 가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터라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어졌다. 신기한 맛이 나는 그런 음식들을 실컷 먹어 볼 수 있으려나.

그리스는 실제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산토리니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코르푸라는 곳이 있었다. 이 곳에서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빌라인 '리어 하우스'가 있다. 파스텔톤의 빌라 앞마당에는 수영장이 있고 야외 바베큐가 가능하다고 하니 마치 우리나라 팬션 같은 느낌이려나. 요리 강좌 듣기도 가능하단다. 그런가하면 레스토랑 '유칼립투스'에서 문어다리를 먹어보고 싶다. 진짜 꼭 한번 저 곳에 가서 하루 종일 빌라에 앉아서 가져간 소설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된 휴양을 느껴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호텔 '래플스'는 이 곳에 나온 모든 곳 중에서 유일하게 가 본 곳이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타워형태의 호텔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하지만 여기에 설명되어 있는 레스토랑 '로카'나 '아롤라'는 가보지 못해서 더 궁금하다. 취재팀들도 경험을 했는지 시내 교통 체증이 악몽같다고 적어 두었다. 나 또한 그곳에서 갇혀본 적이 있어서 너무너무 공감했다. 분명 얼마 안 걸리는 길이었는데 원래도 밀리고 퇴근 시간에는 꼼짝도 하지 않더라는. 이스탄불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로만 이동을 해서 지하철 역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여러기지 물건들을 잔뜩 사왔던 그랜드 바자르는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다시 간다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이동해 보고 싶어진다.

공통적으로 인기있고 유명하고 대표적인 음식들을 소개하며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는데 몇 가지의 음식만 제외하고 난이도 면에 있어서 거의 다 쉬움으로 적어 두었다. 아니 반죽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하루동안 휴지 시켜야 하고 그걸 다시 오븐에 굽기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쉽단 말이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음식을 만드는 것과 다른 구조라서 취재팀들에게는 쉽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토끼고기라던가 여러 가지 채소들은 낯선 것들이 많아서 약간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요리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정말 미식가다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도전해봐도 좋을 그런 레시피들이다.

바람이 분다. 여행이 그립다. 나는 자유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카피다. 이 카피 그대로 나는 자유다를 외치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자니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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