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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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날씨가 좋을 5월쯤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트케이스를 꺼내고 어디론가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인 루틴이었다. 적어도 3년 전까지는 그랬다.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단지 한 사람이 발견되고 치료가 되고 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다. 우리의 일상은 아주 작은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일한 권고는 집에 머물라는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 남자들은 집에 머물다가 죽을 것이다.

59p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모든 과정을 그대로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작가도 각종 기사라던가 자신의 경험으로 아주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스웨덴인은 면역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소문도 그랬고 싱가포르 정부가 시민과 외국인 모두의 이탈을 금지했던 것도 그랬다.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고 집에 머물르라는 것도 지극히 이보다 더 자세할 수는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현실 그대로를 반영했기에 지금도 아직 완전하게 우리는 그것이 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에 더욱 섬짓함을 자아낸다.

내 이메일이 응답받지 못한 채 흘러가는 일분일초마다 백신은 점점 더 늦어진다. '역병'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그런데 모두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53p

물론 현실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 소설 속에서의 공격 대상은 오로지 남자뿐이다. 의사였던 어맨더는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챙기는 한편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 그것을 무시해 버린 남자가 문제다. 자신이 죽는 것은 모른 채로 말이다. 오로지 남자만 공격하고 열이 오르다 죽어버리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치료제도 없거니와 어떻게 전염이 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도 전무하다. 어맨더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세계 곳곳의 여자들을 대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낸다. 남자들이 주요 대상이기 때문에 전면에 설 수가 없다. 이분법적으로 여자는 우위에 있고 남자는 열세하다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남자뿐인 이 세상에서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타개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하나가 아니던가. 그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이 인류라는 종족은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 내가 합리성까지 갖추기란 무리다.

252p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그리고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가 있는 가정들은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집집마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성경 속에 나오는 역병에 돌아서 모든 장자가 죽었던 그때의 사람들의 상황과도 닮지 않았을까. 딸이 있거나 여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반발감이 덜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가진 사람을 보면서 아이를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시기 어린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틈은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손쓸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우리는 어떻게든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347p

작가는 이 문장을 쓰기 위해서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고전의 진수로 꼽는 [페스트]에서도 결국은 사람의 일상으로 삶으로 돌아가듯이 말이다. 엔드 오브 맨. 남자들의 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Man이라는 단어가 인류 전체를 가르키는 말로도 사용이 되곤 하니 이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끝은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 딱 두종인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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