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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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을 보자마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떠올렸다. 그 책을 읽은 적도 없지만 그만큼 작가 이름과 작품이 찰떡으로 매치가 된 이유다. 블로그 이웃 중 하나가 그랬다. 이 책 제목을 보고. 이럼 손핸디? 하고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 누구든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내내 혼자만 좋아한다면 그건 조금 손해라고 여기지 않을가. 하기야 좋아하는 관계에서 이기도 지고가 어디 있으며 누가 더 낫고 못하고가 어디 있고 손해나고 이익보는 게 어디 있겠는가.

아이와 소우가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우연히 다쿠마와 사이카를 만나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두 커플의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연예인인 사이카가 너무 도도해 보여서 동갑임에도 아이는 존댓말을 하는 등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시면서 서먹했던 것이 풀어지고 천둥 속에서 아이와 사이카가 둘만 남아서 남자들을 기다리면서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지만 거기서 끝.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아니 남자도 여자도 상관없어, 너라서 좋아해 .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이는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 되었어.

105p

뒷표지를 살폈어야 했다. 퀴어 로맨스. 이 책은 아이와 사이카 그 둘의 이야기였다. 사이카도 그렇지만 아이도 처음부터 동성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각기 남자친구가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서로를 좋아했고 그 상대방이 여자였던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겠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질투도 한다. 파티에서 서로의 이상형이다 싶은 그런 남자를 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이 사랑이 그저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쪽은 휴대폰 판매를 하고 한쪽은 연예인이다. 당연히 숨겨야 할 것이 많은 그런 직업이다. 하물며 동성 애인에 대한 것은 더욱 극비로 해야 할 판이다. 그러다 보니 부자연스러움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로 인한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단기간의 사랑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세월이 흘러도 끝없이 차오르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겠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래 만나지 못해도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말이 진리로 여겨지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다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할 텐데 아이는 그래도 괜찮아?

357p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고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바란다. 그런 부모에게 자신은 이런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는 것도 힘든 일이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하겠는가. 그들에게는 이미 사랑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으니 두번 다시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원체 내 결혼에 적극적인 엄마는 이제 결혼 적령기니 이번에야말로 결혼에 골인하라고 닦달하겠지. 하지만 애인이 여자인 걸 알면 어떨까.

157p

가장 평범한 보통의 연애를 그린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 특별할 수는 없는 그런 연애 이야기이고 사랑이야기다.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동성 커플 등 다영한 가족형태도 법적으로 인정되도록 개선하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세상에 딱 두 종류뿐인 인간인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새로운 성이 생기는 것인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는가. 그래서 아이와 사이코의 사랑이야기가 다른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와 하등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아니 그들에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많기에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도 있지 않던가. 하지 말라고 말리면 더욱 더 한다는. 아이와 사이코의 사랑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그들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분명 다툴 날도 있을 것이고 서로의 사랑이 식거나 다른 사람이 좋아지는 날도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지금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하라.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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