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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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가득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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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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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자동차도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겠죠.

91p

역시 이케이도 준이다 라는 말이 바로 튀어 나온다. 이런 기업 이야기를 다룬 사회파 소설에서 그를 따라올 다른 작가는 없는 듯 하다. 그의 작품은 그렇게 특색을 보인다. 물론 정치 이야기를 다룬 [민왕]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회사 일들을 다룬 [한자와 나오키]를 빼고 거론할 수 없고 그것은 [일곱개의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작가 이름을 딱 들으면 바로 이 이야기는 회사와 기업 그리고 사회의 연관성을 가진 이야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변두리 로켓]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한자와 나오키도 변두리 로켓도 모두 네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다. 아마도 그런 특성 탓에 한 번 시작하기가 꽤 어렵다. 계속 읽어줘야 제 맛인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7백 쪽이 넘어가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나마 한 권이기 때문에 시리즈로 구성된 이야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두꺼워야만 했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하나의 사건이 맞물린 과정을 보면 이 페이지를 줄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할 수도 있다.

도의적으로 올바른 것과 경영적으로 올바른 것은 이따금 일치하지 않으니까요.

413p

한 운송회사의 트럭이 사고를 냈다. 운행 중에 타이어가 빠져서 길을 가던 행인을 덮친 것이다. 타이어의 무게가 있고 속도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바로 즉사했다. 그나마 옆에 있던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달까. 행인은 한 아이의 엄마였고 한 남자의 아내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가정에게는 말이다. 그래도 운송회사에서는 책임을 지고 장례식에 찾아가는 등 성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에 차겠는가. 누군가의 죽음에 값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이다.

운송회사는 트럭회사에 조사를 해달라고 맡겼고 경찰은 이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조사한다. 운송회사를 압수 수색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해 관계가 상충된다. 경찰은 원인을 찾고 그 원인 제공자를 잡아야 하고 운송회사는 자신들이 올바른 대처를 하고 일을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 억울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일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트럭회사는 정비불량으로 돌리고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할 것인지 더이상 융자를 해주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 와중에 피해자는 소송을 하고.

지금 당신들은 한 회사를 잘라냈어. 회사라는 건 말이야, 사람으로 이루어지지. 직원에게는 가족이 있고, 자식도 있어. 당신들 체면 때문에, 제멋대로인 논리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거야. 알겠나?

181p

사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랐던 나는 이런 과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빌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그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믿고 받아둔 어음이 부도가 나는 경우도 당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었기에 나는 이 운송회사의 사정을 너무 잘 이해했다. 그들이 겪는 부당한 일들이 내 일인냥 울분을 토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금이 여력이 없고 그들을 도와주는 다른 길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나처럼 온 집안에 빨간 딱지가 붙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일본의 경우는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경영자의 전형이다. 실력도 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경영하는 얼간이 사장이다.

436p

운송회사의 사장은 회사를 다니다 갑작스레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경우였다. 그런 경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경영자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 운송회사의 사장은 올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힘들더라도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가 이 사건을 수습하는 데서 나오는 모든 과정을 보면 그러함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부당함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는 꼿꼿했다. 훅 들어온 돈의 위력에 잠시 망설이기도 하고 생각해보겠다고도 했지만 그래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회사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해서 바뀌는 조직은 올바른 조직뿐이다.

132p

이야기 속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나란히 등장을 한다. 운송회사는 대기업인 트럭회사에서 차를 샀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고객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갑질을 당해야만 했다. 그들을 트럭을 팔면 그뿐이라는 것일까. 이 회사가 아니어도 자신들의 차를 사 줄 회사는 많다는 그런 든든함일까.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느 한쪽에서 막혀 버리면 그대로 자멸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아도 그렇고 일거리가 더이상 없어도 그렇다. 일을 하다가 작은 사고가 터져도 마찬가지다. 하비만 대기업은 다르다. 같은 이름으로 계열사가 여러 개 있다. 한 쪽이 망가져도 다른 한 쪽에서 수혈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대기업이다. 그래서일까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도 많이들 한다. 그런 든든함이 너무 큰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이야기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가 클수록 더 세심한 경영을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일까.

타이어가 그렇게 툭하면 빠지는 물건인가, 사와다씨? 당신 회사 타이어는 하늘을 날아다니나?

246p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 이끌어 가는 기업체도 그러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는 생길 수가 있다. 단 그런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막아야 할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준을 세우고 그대로 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만 한다면 절대는 아니더라도 사고가 일어나는 비율도 낮아질 것이다. 인명 사고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요즘에도 그런 사고는 너무 많이 발생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일어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타이어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그런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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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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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 you. 지켜보고 있다쯤으로 이해하면 되려나. 엿보는 마을이라는 제목은 한 남자를 향해서 보이는 맹목적인 시선들을 의미하고 있는 바를 암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 비단 그를 향해서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본다. 그것도 몰래. 이 마을의 사람들은 편집증 환자들인가.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101p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그 남자와 결혼을 한 조이. 해외 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돌아왔다. 당장 살 곳은 없지만 오빠가 자신과 같이 살자고 해서 오빠와 새언니 그리고 조이와 남편까지 같이 동거 중이다. 남편은 아이를 원하고 조이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이웃집에서 그 남자를 보았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일수도 있다. 학교의 교장이라는 그 남자 톰. 조이는 본능적으로 그 남자에게 이끌린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이라는 존재는 호기심이 많다. 특히 자신이 아닌 남의 생활에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같이 공개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사생활에 낱낱이 공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sns가 일반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친구들과 같이 만났던 일들을 기록해 놓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올린 것뿐인데 그런 모든 사진들은 기사화 되어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무엇이든 적당히라는 것은 꽤 필요한 요소다. 지켜보는 것도 어느 정도지 그 이상 지나치면 스토킹이라는 죄목이 된다. 남의 사생활이 과하게 침입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여기 이 마을에는 꽤 많은 스토커들이 산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본다. 기록한다. 해를 끼치고자 함이 아니다. 단지 그냥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 중에서 자신이 지켜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예민하고 구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읽으면서 내내 이건 처벌감인데 라고 생각한 경우도 많다. 은연 중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지켜봄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

망상 장애예요. 세상에는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된대요. 자신들을 목표 대상이라고 불러요.

235p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완벽히 스토킹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 건의 살인사건이 저질러 짐으로 인해서 이 피해자는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살인 사건의 동기에 대해서 완벽하게 다 이해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난 후에 저질러져야만 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명분은 있으나 그것이 완전하게 들어 맞지 않고 약간은 아귀가 틀어진듯한 느낌을 받게 된달까. 전작을 읽었기에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충분한 스릴과 재미는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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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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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었던 폰지 사기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야기. 사실 금융 쪽에 무지한 터라 사기라는 것만 알았을 뿐 폰지 사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야기 속에서도 나와있지만 검색을 해본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되었다. 이것이 두산백과에서 나오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다. 이익을 준다고 해 놓고 다음 투자자를 모집해서 그 돈으로 앞의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돈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도 단점이 있었으니 더이상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줄 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사기라는 것이 바로 들통이 나게 되는 것이다. 언제 밝혀지느냐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마치 머리 위에 바람이 가득한 풍선을 매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옆에서 계속 펌프를 누를테고 언젠가는 터질테니 말이다.

호텔의 바에서 일하던 빈센트는 그날 그를 만났다. 호텔의 주인이자 부자였던 조너선 알카이티스. 그들은 서른 살이 넘는 나이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빈센트는 돈이 필요했고 조너선은 그녀의 젊음을 돈으로 산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남들에게는 결혼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이 그들의 계약이었다. 빈센트는 돈 걱정 아니 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했을까.

다양한 인물들이 줄줄이 나오게 된다. 누군가는 여윳돈을 누군가는 전 재산을 누군가는 퇴직금을 투자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조너선이라는 사람을 믿어서였을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도 자신의 돈을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고 얼마나 철저하게 알아보았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은 믿을 수밖에 없고 더군다 고위층이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추천을 하면 그것은 더욱 신뢰가 가는 투자가 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들은 자신들의 돈을 밀어 넣은 것이다.

사기범은 누가 보아도 선한 인상을 준다. 전혀 아무도 속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것을 다 퍼주는 그런 사람이다. 여기 조너선도 그랬다. 온몸으로 침학함을 발산했고 허세를 부리지 않고 거만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되 오만하지 않고 차분하고 절제할 줄 알며 지적이고 남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그것이 바로 이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 있는 조너선이다. 그리고 바로 그 조너선이 사기를 친 것치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새삼 다시 생각나는 시점이다.

돈이 그 자체로 하나의 나라라는 걸 깨달았죠.

104p

돈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151p

그렇다면 돈은 믿을만한가. 본문 속에서는 돈이 하나의 나라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이 반복되어 나온다. 돈이 나라라. 그럴 수도 있겠다. 돈은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돈이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아니 무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돈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돈을 좆지 말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좇게 해야 한다고 했던가. 사실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착실히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아 저축하는 것이 전부인 나에게는 다단계의 공격적인 투자는 성향이 맞지 않는다.

글래스 호텔. 성경 속에서는 모래 위에 집을 짓지 말고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이다. 글래스 호텔은 유리로 만들어진 호텔일까. 그 호텔이 의미하는 바는 유리로 만들어 속이 훤히 비치는 그런 호텔인 것일까 아니면 유리로 만들어 내구성이 전혀 없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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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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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스뵈는 해리를 가장 극한까지 몰아붙이기로 유명한 작가다.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숨을 불어 넣고 자신이 형상화 시켰지만 자신이 애정하는 만큼 해리를 괴롭힌다. 조금 행복해졌나 싶으면 다시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그것이 누군가의 다른 사람으로 인한 것이 아닌 자신으로 인한 것이기에 무어라 말을 할 수도 없다. 이제는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더이상은.

해리도 마찬가지로 온화하고 친절해졌다. 거의 사교적인 인간이 되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원만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행복하게 길들여졌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젠장, 누구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했다.

445p

시리즈의 특성은 두가지로 나뉜다. 한 명의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건 같지만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나와서 전작을 읽지 않아도 되는 경우. 한켠의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가 그랬다. 전일도는 계속 나오지만 딱히 전작과 연결점이 없어서 그냥 한 권만 읽어도 충분하다. 물론 주인공의 상태를 잘 알려면 첫번째 이야기를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전작과 연결점이 생기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전작에서 나왔던 등장인물이 연속해서 나오고 사건이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 경우 다른 사건이라 하더라도 접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필히 전작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번이 그러한 경우다. 칼을 읽으려면 전작인 [목마름]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야기 속의 범인은 여기에서도 연결되니 말이다. 그리고 해리의 상태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이유륻 앞에서부터 읽어와야만 조금은 더 이해하기 쉽다.

당신은 PTSD에 걸린 8퍼센트예요. 자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조건이 충분한데도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요. 무의식중에.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책을 지울 방법을 찾는 사람들.

205p

해리의 행복은 끝났다. 라켈과 올레그와 함게 행복하게 영원히 살았습니다 하면 해리 시리즈가 여기서 끝나기라도 하는 걸까. 작가는 해리를 다시 한번 힘들게 만든다. 해리는 삶에 의존하기보다 술의 힘을 빌렸다. 그렇게 술에 취한 인생이 되었다. 해리는 전작에서 발렌틴을 죽였다. 노르웨이 최악의 성범죄자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경찰과 대치 상황에서 해리가 쏜 총에 맞아서 죽었다. 그의 무덤 앞에는 아버지인 스베인 핀네가 있다. 아버지라고 해서 무언가 끈끈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핀네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해리가 못마땅하다. 그 또한 성범죄자이고 발렌틴을 조사하는 중에 해리는 그를 찾아갔었다.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발렌틴을 대신할 씨를 뿌리러 다닌다.

라켈의 R을 눌렀다. 나머지 연락처는 올레그의 O, 외위스테인의 ⵁ, 카트리네의 K,비에른의 B, 쇠스의 S,스톨레 에우네의 A였다. 이게 다였다.

319p

해리의 폰에는 사람이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저장되어 있지 않다. 단 하나의 알파벳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된다. 겹치는 알파벳이 없기 때문이다. 한 손가락으로 꼽을만한 인맥. 보통의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좁은 인맥이지만 그 세상이 해리의 전부다. 그것이 전부. 그에게는 누구도 더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나갈 사람도 없다. 그의 세계다.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해리는 음악을 잊지 않는다. 인맥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천오백 장이 넘는다. 그에게는 더 넓은 세상이다. 요네스뵈는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다. 자신이 직접 밴드에 참여를 할만큼 말이다. 그런 만큼 더욱 여기에 실린 노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귀하다. 때로는 해리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이 노래이기도 하고 아주 극적인 순간에 해리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도 노래다. 그렇게 본다면 노래는 해리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칼. 누구나 한번쯤은 베여보지 않았을가. 때로는 종이가 칼처럼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칼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베어내는 도구가 된다. 일반적인 칼의 용도는 주로 요리에서 사용된다. 요리할 때도 우리는 칼로 무언가를 썰거나 자르거나 베어낸다. 그렇게 쓰이는 칼은 누군가를 죽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방어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칼은 또한 훌륭한 수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칼이 많은지. 날카롭게 벼려진 칼은 누군가에겐 보는 것만으로 옴싹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흐뭇하게 바라보는 대상이 되기도 할 것이다. 칼.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 칼. 지금 이 칼은 누구를 향해 겨눠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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