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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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자동차도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겠죠.

91p

역시 이케이도 준이다 라는 말이 바로 튀어 나온다. 이런 기업 이야기를 다룬 사회파 소설에서 그를 따라올 다른 작가는 없는 듯 하다. 그의 작품은 그렇게 특색을 보인다. 물론 정치 이야기를 다룬 [민왕]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회사 일들을 다룬 [한자와 나오키]를 빼고 거론할 수 없고 그것은 [일곱개의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작가 이름을 딱 들으면 바로 이 이야기는 회사와 기업 그리고 사회의 연관성을 가진 이야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변두리 로켓]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그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한자와 나오키도 변두리 로켓도 모두 네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다. 아마도 그런 특성 탓에 한 번 시작하기가 꽤 어렵다. 계속 읽어줘야 제 맛인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7백 쪽이 넘어가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나마 한 권이기 때문에 시리즈로 구성된 이야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두꺼워야만 했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하나의 사건이 맞물린 과정을 보면 이 페이지를 줄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할 수도 있다.

도의적으로 올바른 것과 경영적으로 올바른 것은 이따금 일치하지 않으니까요.

413p

한 운송회사의 트럭이 사고를 냈다. 운행 중에 타이어가 빠져서 길을 가던 행인을 덮친 것이다. 타이어의 무게가 있고 속도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바로 즉사했다. 그나마 옆에 있던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달까. 행인은 한 아이의 엄마였고 한 남자의 아내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가정에게는 말이다. 그래도 운송회사에서는 책임을 지고 장례식에 찾아가는 등 성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에 차겠는가. 누군가의 죽음에 값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이다.

운송회사는 트럭회사에 조사를 해달라고 맡겼고 경찰은 이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조사한다. 운송회사를 압수 수색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해 관계가 상충된다. 경찰은 원인을 찾고 그 원인 제공자를 잡아야 하고 운송회사는 자신들이 올바른 대처를 하고 일을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 억울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일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트럭회사는 정비불량으로 돌리고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할 것인지 더이상 융자를 해주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 와중에 피해자는 소송을 하고.

지금 당신들은 한 회사를 잘라냈어. 회사라는 건 말이야, 사람으로 이루어지지. 직원에게는 가족이 있고, 자식도 있어. 당신들 체면 때문에, 제멋대로인 논리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거야. 알겠나?

181p

사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랐던 나는 이런 과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빌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그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믿고 받아둔 어음이 부도가 나는 경우도 당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었기에 나는 이 운송회사의 사정을 너무 잘 이해했다. 그들이 겪는 부당한 일들이 내 일인냥 울분을 토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금이 여력이 없고 그들을 도와주는 다른 길이 열리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나처럼 온 집안에 빨간 딱지가 붙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일본의 경우는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경영자의 전형이다. 실력도 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경영하는 얼간이 사장이다.

436p

운송회사의 사장은 회사를 다니다 갑작스레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경우였다. 그런 경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경영자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 운송회사의 사장은 올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힘들더라도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가 이 사건을 수습하는 데서 나오는 모든 과정을 보면 그러함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부당함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는 꼿꼿했다. 훅 들어온 돈의 위력에 잠시 망설이기도 하고 생각해보겠다고도 했지만 그래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회사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해서 바뀌는 조직은 올바른 조직뿐이다.

132p

이야기 속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나란히 등장을 한다. 운송회사는 대기업인 트럭회사에서 차를 샀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고객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갑질을 당해야만 했다. 그들을 트럭을 팔면 그뿐이라는 것일까. 이 회사가 아니어도 자신들의 차를 사 줄 회사는 많다는 그런 든든함일까.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느 한쪽에서 막혀 버리면 그대로 자멸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아도 그렇고 일거리가 더이상 없어도 그렇다. 일을 하다가 작은 사고가 터져도 마찬가지다. 하비만 대기업은 다르다. 같은 이름으로 계열사가 여러 개 있다. 한 쪽이 망가져도 다른 한 쪽에서 수혈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대기업이다. 그래서일까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도 많이들 한다. 그런 든든함이 너무 큰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이야기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가 클수록 더 세심한 경영을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일까.

타이어가 그렇게 툭하면 빠지는 물건인가, 사와다씨? 당신 회사 타이어는 하늘을 날아다니나?

246p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 이끌어 가는 기업체도 그러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는 생길 수가 있다. 단 그런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막아야 할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준을 세우고 그대로 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만 한다면 절대는 아니더라도 사고가 일어나는 비율도 낮아질 것이다. 인명 사고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요즘에도 그런 사고는 너무 많이 발생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일어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타이어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그런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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