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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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어떤 결말에 될지 엔딩을 미리 내보이고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는가? 제목은 로맨스 푸어. '~푸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도는 요즘의 추세에 맞추어 생각해본다면 하우스 푸어는 집은 있지만 그 집으로 인해 가난하게 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로맨스 푸어라는 것은 로맨스는 있지만 결국 그 로맨스 때문에 가난해진다는 말로 미루어 예측해 볼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개인적인 미리 짐작해 보는 바이다. 파란색의 바탕에 그려진 노란색의 해골표시가 예사롭지 않다.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서른 살이 넘은 여자는 여자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까. 어쩌다가 돈 많은 회장과 마주 하게 된 주인공 유다영. 은행에서 일하는 그녀는 남자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벌어 놓은 돈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30대의 여자인 것이다. 어떻게든 남자 하나 잘 물어서 결혼해서 강남에서 떵떵거리면서 살아보고 싶은,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기도 싫고 같이 살기도 싫지만 단지 강남 120평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이 남자를 만나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과연 그녀의 결혼 프로젝트는 잘 이루어질까 싶었는데, 어렵쇼, 그들이 밥을 먹고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피의 향연이라니. 차를 뺀 남자가 좀비가 되어 나타나서 그들을 공격한다. 서울 하늘 아래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전적으로 로맨스만을 생각하던 책의 방향에 제동이 걸리는 시점이다.

 

이야기는 로맨스는 접어두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표지의 해골이 괜한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제 배경은 좀비들이 득시글거리는 강북이다. 좀비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때와는 다르게 물리면 무조건 감염이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그러므로 좀비를 피해다녀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리 없다. 왠지 예전에 나왔던 강풀의 웹툰을 생각나게 한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웹툰도 역시 좀비가 나왔던 것 같고 그래서 사람들이 집안에 격리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공격하고 난 살기 위해서 도망을 다녀야 하고. 하지만 또 그 가운데서 사랑이 꽃피고. 좀비와 로맨스. 잘 안맞는 조합같지만 예전에도 이 조합은 시도된 적이 있다. 블랙로맨스 클럽의 책 '웜바디스'였다. 책으로 먼저 나오고 한참 후에 영화가 나왔지만 꽃미남 좀비로 인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러한 영화였다. 이 책도 좀비와 사람의 사랑이야기일까.

 

또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좀비득이 득시글 하는 사회에서도 계급은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돈이 있는 자만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나 좀비들이 많은 사회에서나 동일하다. 아니 극한의 상황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이 상황을 직면하지 못했고 아니 직면했다 하더라도 무엇을 해 줄수가 없다. 정부가 내려주는 것은 새발의 피만큼도 되지 않고 그것마나저도 사람들에게 내려오기 보다는 위에서 착복해서 없어져 가는 것이 더 많은 실정이다. 결국은 돈 많은 자가 우세한 그런 위치에 놓이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도 강남으로 가기 위한 다영의 노력은 계속될까 아니면 자신과 함께 있는 젊고 멋진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일까. 하기야 전쟁중에 무슨 사랑이겠냐마는 이 상황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니 그것 참 아이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좀비라는 개념은 영화에서만 출물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감염조차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메르스라는 사태를 직면하고 보니 또 그것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영화가 영화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이 비단 좋은 쪽으로만 실현이 되면 좋겠는데 안 좋은 것들까지도 모조리 사실이 되어서 현실앞에서 영화가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좀비라고 해서 언제나 꼭 영화나 소설에서만 존재하라는 법은 없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역시 돈이 많은 남자를 찾아야 하나. 로맨스푸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말이다. 하기야 지금은 그 로맨스조차도 찾기가 힘들지만. 현실이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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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 2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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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그리고 옆에 있는 아저씨를 본받으라고.시오가 내가 아는 아이였다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수가 있었을까.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숨겼던 아이, 그아이에게 나는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수가 있었을까. 어떤 말로 그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줄 수가 있었을까. 아니 어떤말로 그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이제는 호비아저씨처럼 살라고 말이다. 너가 좋아하는 그 호비 아저씨처럼 살라고 충고하고 싶다. 

 

아저씨가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끊임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 외에는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외곬수로 자신의 일만 하는 아저씨는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고 사회성이 부족할수도 있다. 그리고 더 높은 값을 받고 팔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아저씨는 사업수완이 없는 것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오에게 그 아저씨를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약아빠지게 세상을 사는 대신에 조금은 곰처럼 우직하게 정직하게 원래 원칙대로 살라고 말이다.

 

뉴욕을  떠나 아빠를 따라서 라스베가스로 온 시오는 보리스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많이 변한다. 그것이 꼭 보리스라는 친구 떄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높인 그에게 관심도 가져주지않는 아빠에 물론 아빠의 여자친구는 말할것도 없고 같이 놀아줄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보리스라는 친구를 만난 것을 시오는 행운으로 생각하고 매일 그와 어울리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 시기에는 부모보다도 한창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아닌가.

 

그러나 오래된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닌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십대의 친구란 더더욱 그러하고 그것이 부모가 모르는, 아니 알아도 통제를 할수 없는 그런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시오가 라스베가스로 가지 않고 뉴욕에 남았다면 어떠했을까. 앤디네집에서 앤디처럼 공부를 잘하고 머리 좋은 아이와 친구를 하면서 그렇게 계속 지냈다면 어떠했을까. 적어도 보리스와 얽힌 일 따위는 겪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보리스라는 친구를 만남으로 인해서 시오의 인생은 조금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을수 없는 그런 운명에 놓인 것이 아닐까.

 

라스베라스에서 살던 시오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앤디의 아버지를 만나 반갑게 다가갔지만 생판 남 보듯 지나치는 그에서 시오는 알수없는 서운함을 느끼고 갈 곳이 없게 된 그는 결국 예전 그 아저씨의 따스함을 찾아서 호비아저씨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곳에서 그리고 평안함을 찾게 된다.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으련만 아저씨의 가구를 명품으로 속여서 팔아서 집과 가계를 운영해 온 시오. 그것을 물론 아저씨는 모른다. 아저씨가 알았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오는 그것으로 한숨을 돌리기는 커녕 점점 더 대범한 짓을 하고 실제로 돈을 많이 벌었을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서 아저씨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운명에 놓인다.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시오의 숨통. 자신이 돈을 주고 그 가구를 다시 사겠다고 해도 그 고객은 요지부동이다. 어떻게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세사람 정도만 거치면 누구든 아는 사람을 만난다고 했던가.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라스베가스의 나쁜 친구, 보리스는 뉴욕으로 돌아와 또 시오를 만나게 된다. 그들 둘이 다시 만났다. 좋은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오히려 나쁜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보리스는 또 어떤 일로 인해서 시오를 곤경에 빠뜨리게 될까. 아니 그 일은 비단 여기서 시작이 된 것이 아니다. 라스베가스에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일. 단지 시오만 모르고 있었던 일. 그것은 시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그 그림과도 관련이 있다. 보리스와 시오와 황금방울새. 그 황금방울새의 운명은 도 어떻게 될까.

 

그림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으로는 모네의 그림을 다루었던 '검은 수련'이었다. 하지만 그림과 책은 묘한 연결성을 준다. 검은 수련이라는 책을 보고 모네의 그림을 보고 싶었다면 이 책 역시 다 보고 난후 작은 사이즈의 황금방울새 작품을 보고 싶게 될 것이다. 분명하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그림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마음을 끌어 당기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미술관에라도 가야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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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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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페이지의 책이라 해도 그 내용에 따라서 읽히는 속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스릴러. 차로 비유하자면 시속 2백이 넘는 속도로 신호등도 과속 카메라도 아무것도 없는 아우토반을 마구 달리는 느낌이다. 그  빠르기는 뒤로 갈수록 더 빨라지는데 사건이 거의 해결되고 범인이 나타나서 검거를 하는 순간에는 시속 3백을 거의 넘어서는 압도감을 느낄수 있다. 그에 비해서 일단 실용서적들은 느리다. 시내주행을 하듯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자동이라면 모를까 수동식 차량으로는 꽤 번거로운 작업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중간쯤 되는 것이 이런 일반소설류이다. 가다 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구 달릴수도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는 책. 분명 줄거리는 가지고 있으나 그렇게 마구 달릴수 없고 조심스럽게 가는 길을 주의깊게 살펴봐야만 하는 책이다. 이런 책이 재미가 조금 있으면 과속을 해서라도 마구 앞으로 달려나가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이고 재미가 없는 편이라면 초보운전하듯이 슬금슬금 찔끔거리며 읽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할까. 90퍼센트가 넘는 완독율을 내세우며 잘 읽히는 책을 드러내는 광고문구로 삼았다. 그만큼 재미가 보장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지 않고서는 두권으로 나누어진 분량이 만만치 않은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힐리는 없으니 말이다.

 

호텔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나'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를 이해할새도 없이 그의 어린시절로 우리는 들어가게 된다. 엄마와의 어린 시절.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엄마를 불러오라는 학교의 지침에 따라 아빠가 없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나, 시오는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는 길이다. 학교에 가면 엄마가 어떤 소리를 들을지 시오는 불안하기만 하다. 시간이 약간 남는 그 날. 엄마와 나는 가는 길에 미술관에 들린다. 꼭 미술관에 갈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림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미때문이었을까.

 

운명은 가혹하고 신은 그러라고 일부러 짜맞추기 어려운 그 타이밍속에서 미술관 폭파사건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통해서 나, 시오라는 소년에게는 엄마를 빼앗아 가버린다. 아버지도 어디있는지 모르는 그는 졸지에 아동보호센터에 가게 생겼다. 친하지도 않은 할아버지한테 가야 하나 망설이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닿았으니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앤디네 집에 당분간 머무르게 된 것이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과연 시오는 어떤 일과 마주하게 될까. 겉으로는 단순한 성장소설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사실 속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 있다. 부모 잃은 소설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면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는 미술관 폭발사건으로 다시 돌아가야한다. 엄마를 잃은 그곳. 그곳에서 시오는 일어난 어떠한 일을  숨기는 것일까. 미술관에서 만났던 얼굴 하얀 소녀. 할아버지와 함께 있던 그 소녀. 그 소녀와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던 시오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그림을 한번 더 보고 오겠다고 한 사이에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때 터진 폭탄. 한참만에 눈을 뜬 그의 옆에 아까 그 노인이 있다. 몇마디 말을 주고 받던 그 노인은 시오에게 반지를 하나 남겨주고는 눈을 감는데 그 반지는 시오에게 어떤 인연을 가져다주게 될까. 그리고 그가 챙겨주었던 그 그림은 시오의 인생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사실 그가 준 그 그림은 '황금방울새'라는 아주 유명한 그림이었다. 폭발사건 이후 그림이 없어졌다는 공고가 나자 시오는 그 그림은 내어 놓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그는, 아니 그라기보다 그 아이는, 자신이 있어야 곳도 있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먹고자는 그 아이는, 그림을 더욱 꽁꽁 숨기게만 된다. 분명 유명한 그림인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친구 앤디네 집에서 있는것이 익숙해지고 그곳에서 같이 여름 휴가를 가기로 결정이 된 어느날 아빠가 나타난다. 이상한 여자친구와 함께. 술만 마시면 자신과 엄마에게 폭력을 행했던 아빠. 그 아빠는 시오를 데리려가려고 왔다고 했다. 그가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엄마의 집은 아빠의 손에 의해서 하나씩 없어져간다. 그리고 아빠와 여자친구와 함께 정들었던 뉴욕을 떠나 라스베가스로 향하게 되는 시오, 그가 과연 다시 뉴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스베가스, 그곳에서는 또 무슨일이 있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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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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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와 영어. 영어와 마스다미리.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마스다미리는 내가 좋아하는 수짱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데 그런 그녀와 영어라니. 색다른 조합임에는 틀림없다. 거기다가 일본 사람. 아무래도 한국과 중국과 일본 사람들중에서 영어와 가장 안 친한지 않을까 싶은 그런 나라가 일본이다. 우스개소리로 흔히 하곤 했던 말도 있지 않은가. '마끄도 나르도'라고 맥도날드가 발음이 안되는 일본사람들을 두고 놀리는 말. 사실 그건 몇몇 사람에 헤당하는 말일뿐 실제로 내가 아는 일본인 친구들의 영어 발음은 나(사실 나는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 발음은 좋지 않은 편이다)보다도 좋았다. 수짱이 아닌 다른 캐릭터, 미치코씨를 내세워서 그녀가 말하고 싶은 건 영어에 관한 어떤 부분일까.

 

미치코씨는 그냥 평범한 일반 여성이다. 나이 마흔. 딸이 한명있고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일반적인 그녀가 갑자기 어느날 영어를 배우다니. 그것도 그냥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다. 무슨 내용일까 하는 궁금함이 인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아찬가지로 어려서 부터 영어교육을 시킨다. 학교에서도 의무적으로 배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 우리나라 커리큘럼과 비슷하게 들어간다. 그러니 본문에서도 보면 기본적인 것은 다 알고 있다. be동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고 어떤 경우에 붙는지도 알고 있다. 단지 어렸을대 그냥 그렇게 붙으니 외워라고만 해서 외웠을뿐 그것이 왜 그리 쓰이는지는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럼으로 인해서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다.

 

사실 그런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부터가 좋은 발상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때까지 아니 대학교때까지도 여러 이름의 엉어들을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데서는 망설인다. 이것이 틀릴까 맞을까 하면서 고민한다.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때문에 수많은 방법들이 동원되고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곤 했지만 그래도 학교교육은 여전히 문법에 매여있고 독해에 매여있다. 사실 우리나라 독해문제 어렵다. 특히나 수능에 나오는 문제들이나 고등학교 모의고사에 나오는 독해들중 현지에서도 잘 쓰지 았는 단어들이 나올때도 있다. 에전에 한번 정말 모르는 단어를 찾아봤을때 뜻이 재림주의자였나라는 것을 알고 한국말로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이 책속의 그녀, 미치코씨는 영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교재도 없다. 그저 선생님과 이야기 하듯이 선생님이 한 문장을 던져주면 그것을 가지고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샅샅히 분해해서 물어본다. 당연 진도는 잘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모르는 점을 풀어주고 이해시켜 주려고 노력한다. 어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때 선생님은 생크림이 들어가 있는 롤케익을 예로 든다. 롤케익은 아니지만 이 비슷한 방법을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영어는 나룰 주인공으로 해서 그곳에서부터 퍼져 나가는데 한국말은 배경을 먼저 이야기하고 하나씩안으로 들어오는 식이라고 설명을 했는데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 또한 영어와는 반대인지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궁금했는데 이런 방법 또한 쓸모가 있을 것 같다.

 

미치코씨의 공부를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에 있는 글을 보면서 언어에 관한 책이 참으로 많다는 것 또한 다시 알게 되고 이 책에 나온 책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나겠다는 생각 또한 든다. 야나기사와 게이코가 쓴 '이중나선의 나'라는 책에서는 '외국어를 공부할수록 모국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것은 아마도 두 언어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번역을 하다보면 좀더 잘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어는 설명할수 있는 형용사가 많은 편이라 다양한 형용사를 공부하는 매력은 영어로 도저히 표현할수가 없다. 즉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국어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they라는 단어를 설명할때도 미치코씨의 질문은 계속된다. 다른 단어로는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면서 왜 복수형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그냥 쓰는가에 관련된 것이다. 선생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 또한 그게 왜 이상한지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않다. 그런데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이해했을가. 선생님의 말대로 우리는 이해하지 않았다. 그저 암기했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되니까 그렇다라고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녀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고 자신처럼 뒤쳐지는 사람은 계속 멈추게 된다고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선생님은 계속 계속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영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시간이 걸려도, 진도가 나가지 않아도 꾸준히 자신이 이해를 하고 나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본영어의 그 기본보다 더 쉬운 영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을 위해서 펴낸 책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그보다는 오히려 영어를 배웠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로 배운 사람들 위한 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 하다. 이미 영어를 많이 배웠고 기본적인 생활에서조차 쓰고 있는 나 또한 이 책에서 배운 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고 지나가야 할 필독서 같은 느낌이 든다. 이때까지 영어가 무조건 암기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인식을 조금 바꿔보자. 영어란 이해하는 것이다. 조금 늦게 나가더라도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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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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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경험을 흔히들 간접적인 경험이라고 한다. 간접적인 경험은 직접적인 경험과 더해질때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가령 예를 든다면 여행서적을 통해서 익히고 그 서적에서 설명하는대로 직접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간적접인 경험과 직접적인 경험이 섞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험이 완성이 된다. 나는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다녀온 곳이나 지명이 책에 띄면 유독 즐거워하는 편이다. 그것은 작가가 같은 나라 사람일때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당신도 모르는 이야기'는 배경이 대구라서 익숙한 지명이 나왔을때 무지 반가워하며 내가 그곳에 있는 듯이 읽은 기억이 잇다. 그리고 최근에는 '산자와 죽은자'라는 작품에서 어제 내가 있었던 그 곳, 그 지명이 책에 나와서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재미나기도 한 경험을 했다. 알고보니 작가가 그 지역 출신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역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경력. 오스트리아에서 유일하게 다녀온 곳이 그곳이라 더욱 관심이 있게 보는 듯 했다. 오스트리아 작가의 작품은 낯설지만 원서를 보면 아마도 독일어임에 분명하겠기에 독일어 작가들의 느낌으로 읽으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 책, 약간은 독특하다. 스릴러라고는 하나 그리 두껍지 않는 책의 느낌이 문장에서도 이어진다. 문장 자체가 길지 않다. 짧다. 그리고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를 바꾸어서 많이 쓴다. [왜 누군가 현금 인출기를 망치로 때려부수는지. 레자와 같은 사람이.] 이런 식이다.

 

일부러 강조라듯이 하듯이 뒤집어진 문장을 보면서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런 형식에 익숙해지다보면 짧은 문장이 오히려 이해하기 편하고 간략해서 읽기 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이 이야기를 질질 끌어대지 않고  끊어준다. 약간은 딱딱한 독일어를 글자로 읽는 느낌이랄까. 아마도원서에서도 이렇게 문장이 쓰여 있었기 때문에 번역자도 이런 형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장이 많이 끊기기때문에 마침표가 많이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왠지 모를 단점처럼 느껴지지만 색다른 문장을 읽는 맛의 묘미에 푹 빠질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8년전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한다. 바다 한 가운데 더있는 요트. 그곳에서 나체의 여인이 햇볕을 받으며 누워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요트 여행을 나온 것이다. 부모님은 어디가고 그녀는 나체로 배 한가운데 누워있는 것일까. 뜨거운 햇살에 몸이 다 익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몸이 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부모님을 찾지 못하고 우연찮게 만난 남자와 한 눈에 사랑에 빠진 그녀. 그들 둘은 결국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하는 사이가 되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 둘과 그의 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살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것만 같은 그런 삶. 아버지가 하던 장의업을 이어서 하는 그녀의 직업은 장의사. 그리고 그녀를 구해주었던 그의 적업은 형사. 형사와 장의사가 왠지 뗄레야 뗄수 없는 최상의 조합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형사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시체가 생기고 이미 시체가 발견된 장소를 가야만 하니 결국은 장의사로 귀결되기 마련인건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세도 장의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시골에 가면 장레를 치르는 집은 등을 달아서 표시하고 모든 동네사람들이 다 그곳에 모여서 장례를 함께 치루었던 그런 풍습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직업이 있느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장례를 개인이 치르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장례준비나 절차까지도 병원에서 주관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이 하청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장의사에게 직접 연락할 일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오스트리아에서는 아직까지도 장의사라는 직업이 대대로 물려오는 직업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보았던 일본 영화처럼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가진 그녀 블룸. 여느때처럼 하루가 시작되고 남편을 배웅하러 나간 그날 아침. 다른 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던 그날 그녀의 남편은 오토바이로 출근을 하고 골목을 채 돌기도 전에 검은색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자 신에게 닥친 뺑소니 사건인 것이다. 남편의 친구이자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는 형사 마시모가 사건을 맡아서 수사 하지만 결국 범인은 밝혀지지 않고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핸드폰에서 녹음파일을 발견한 그녀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조사를 하던 사건을 알게 되고 녹음 파일속의 목소리, 둔야가 하던 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결국 둔야를 찾아낸 그녀는 과연 남편이 조사하던 사건을 어디까지 알수 있게 될까. 그리고 남편이 둔야와 함께 얘기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덱스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매혹시킬 스릴러라고 했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덱스터와 이 책의 공통점을 찾아 보기 바란다. 당신은 그녀의 결정에 동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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