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통한 경험을 흔히들 간접적인 경험이라고 한다. 간접적인 경험은 직접적인 경험과 더해질때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가령 예를 든다면 여행서적을 통해서 익히고 그 서적에서 설명하는대로 직접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간적접인 경험과 직접적인 경험이 섞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험이 완성이 된다. 나는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다녀온 곳이나 지명이 책에 띄면 유독 즐거워하는 편이다. 그것은 작가가 같은 나라 사람일때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당신도 모르는 이야기'는 배경이 대구라서 익숙한 지명이 나왔을때 무지 반가워하며 내가 그곳에 있는 듯이 읽은 기억이 잇다. 그리고 최근에는 '산자와 죽은자'라는 작품에서 어제 내가 있었던 그 곳, 그 지명이 책에 나와서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재미나기도 한 경험을 했다. 알고보니 작가가 그 지역 출신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역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경력. 오스트리아에서 유일하게 다녀온 곳이 그곳이라 더욱 관심이 있게 보는 듯 했다. 오스트리아 작가의 작품은 낯설지만 원서를 보면 아마도 독일어임에 분명하겠기에 독일어 작가들의 느낌으로 읽으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 책, 약간은 독특하다. 스릴러라고는 하나 그리 두껍지 않는 책의 느낌이 문장에서도 이어진다. 문장 자체가 길지 않다. 짧다. 그리고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를 바꾸어서 많이 쓴다. [왜 누군가 현금 인출기를 망치로 때려부수는지. 레자와 같은 사람이.] 이런 식이다.

 

일부러 강조라듯이 하듯이 뒤집어진 문장을 보면서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런 형식에 익숙해지다보면 짧은 문장이 오히려 이해하기 편하고 간략해서 읽기 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이 이야기를 질질 끌어대지 않고  끊어준다. 약간은 딱딱한 독일어를 글자로 읽는 느낌이랄까. 아마도원서에서도 이렇게 문장이 쓰여 있었기 때문에 번역자도 이런 형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장이 많이 끊기기때문에 마침표가 많이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왠지 모를 단점처럼 느껴지지만 색다른 문장을 읽는 맛의 묘미에 푹 빠질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8년전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한다. 바다 한 가운데 더있는 요트. 그곳에서 나체의 여인이 햇볕을 받으며 누워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요트 여행을 나온 것이다. 부모님은 어디가고 그녀는 나체로 배 한가운데 누워있는 것일까. 뜨거운 햇살에 몸이 다 익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몸이 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부모님을 찾지 못하고 우연찮게 만난 남자와 한 눈에 사랑에 빠진 그녀. 그들 둘은 결국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하는 사이가 되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 둘과 그의 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살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것만 같은 그런 삶. 아버지가 하던 장의업을 이어서 하는 그녀의 직업은 장의사. 그리고 그녀를 구해주었던 그의 적업은 형사. 형사와 장의사가 왠지 뗄레야 뗄수 없는 최상의 조합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형사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시체가 생기고 이미 시체가 발견된 장소를 가야만 하니 결국은 장의사로 귀결되기 마련인건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세도 장의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시골에 가면 장레를 치르는 집은 등을 달아서 표시하고 모든 동네사람들이 다 그곳에 모여서 장례를 함께 치루었던 그런 풍습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직업이 있느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장례를 개인이 치르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장례준비나 절차까지도 병원에서 주관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이 하청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장의사에게 직접 연락할 일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오스트리아에서는 아직까지도 장의사라는 직업이 대대로 물려오는 직업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보았던 일본 영화처럼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가진 그녀 블룸. 여느때처럼 하루가 시작되고 남편을 배웅하러 나간 그날 아침. 다른 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던 그날 그녀의 남편은 오토바이로 출근을 하고 골목을 채 돌기도 전에 검은색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자 신에게 닥친 뺑소니 사건인 것이다. 남편의 친구이자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는 형사 마시모가 사건을 맡아서 수사 하지만 결국 범인은 밝혀지지 않고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핸드폰에서 녹음파일을 발견한 그녀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조사를 하던 사건을 알게 되고 녹음 파일속의 목소리, 둔야가 하던 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결국 둔야를 찾아낸 그녀는 과연 남편이 조사하던 사건을 어디까지 알수 있게 될까. 그리고 남편이 둔야와 함께 얘기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덱스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매혹시킬 스릴러라고 했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덱스터와 이 책의 공통점을 찾아 보기 바란다. 당신은 그녀의 결정에 동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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