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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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페이지의 책이라 해도 그 내용에 따라서 읽히는 속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스릴러. 차로 비유하자면 시속 2백이 넘는 속도로 신호등도 과속 카메라도 아무것도 없는 아우토반을 마구 달리는 느낌이다. 그  빠르기는 뒤로 갈수록 더 빨라지는데 사건이 거의 해결되고 범인이 나타나서 검거를 하는 순간에는 시속 3백을 거의 넘어서는 압도감을 느낄수 있다. 그에 비해서 일단 실용서적들은 느리다. 시내주행을 하듯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자동이라면 모를까 수동식 차량으로는 꽤 번거로운 작업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중간쯤 되는 것이 이런 일반소설류이다. 가다 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구 달릴수도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는 책. 분명 줄거리는 가지고 있으나 그렇게 마구 달릴수 없고 조심스럽게 가는 길을 주의깊게 살펴봐야만 하는 책이다. 이런 책이 재미가 조금 있으면 과속을 해서라도 마구 앞으로 달려나가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이고 재미가 없는 편이라면 초보운전하듯이 슬금슬금 찔끔거리며 읽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할까. 90퍼센트가 넘는 완독율을 내세우며 잘 읽히는 책을 드러내는 광고문구로 삼았다. 그만큼 재미가 보장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지 않고서는 두권으로 나누어진 분량이 만만치 않은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힐리는 없으니 말이다.

 

호텔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나'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를 이해할새도 없이 그의 어린시절로 우리는 들어가게 된다. 엄마와의 어린 시절.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엄마를 불러오라는 학교의 지침에 따라 아빠가 없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나, 시오는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는 길이다. 학교에 가면 엄마가 어떤 소리를 들을지 시오는 불안하기만 하다. 시간이 약간 남는 그 날. 엄마와 나는 가는 길에 미술관에 들린다. 꼭 미술관에 갈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림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미때문이었을까.

 

운명은 가혹하고 신은 그러라고 일부러 짜맞추기 어려운 그 타이밍속에서 미술관 폭파사건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통해서 나, 시오라는 소년에게는 엄마를 빼앗아 가버린다. 아버지도 어디있는지 모르는 그는 졸지에 아동보호센터에 가게 생겼다. 친하지도 않은 할아버지한테 가야 하나 망설이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닿았으니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앤디네 집에 당분간 머무르게 된 것이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과연 시오는 어떤 일과 마주하게 될까. 겉으로는 단순한 성장소설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사실 속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 있다. 부모 잃은 소설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면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는 미술관 폭발사건으로 다시 돌아가야한다. 엄마를 잃은 그곳. 그곳에서 시오는 일어난 어떠한 일을  숨기는 것일까. 미술관에서 만났던 얼굴 하얀 소녀. 할아버지와 함께 있던 그 소녀. 그 소녀와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던 시오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그림을 한번 더 보고 오겠다고 한 사이에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때 터진 폭탄. 한참만에 눈을 뜬 그의 옆에 아까 그 노인이 있다. 몇마디 말을 주고 받던 그 노인은 시오에게 반지를 하나 남겨주고는 눈을 감는데 그 반지는 시오에게 어떤 인연을 가져다주게 될까. 그리고 그가 챙겨주었던 그 그림은 시오의 인생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사실 그가 준 그 그림은 '황금방울새'라는 아주 유명한 그림이었다. 폭발사건 이후 그림이 없어졌다는 공고가 나자 시오는 그 그림은 내어 놓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그는, 아니 그라기보다 그 아이는, 자신이 있어야 곳도 있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먹고자는 그 아이는, 그림을 더욱 꽁꽁 숨기게만 된다. 분명 유명한 그림인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친구 앤디네 집에서 있는것이 익숙해지고 그곳에서 같이 여름 휴가를 가기로 결정이 된 어느날 아빠가 나타난다. 이상한 여자친구와 함께. 술만 마시면 자신과 엄마에게 폭력을 행했던 아빠. 그 아빠는 시오를 데리려가려고 왔다고 했다. 그가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엄마의 집은 아빠의 손에 의해서 하나씩 없어져간다. 그리고 아빠와 여자친구와 함께 정들었던 뉴욕을 떠나 라스베가스로 향하게 되는 시오, 그가 과연 다시 뉴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스베가스, 그곳에서는 또 무슨일이 있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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