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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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어떤 결말에 될지 엔딩을 미리 내보이고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는가? 제목은 로맨스 푸어. '~푸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도는 요즘의 추세에 맞추어 생각해본다면 하우스 푸어는 집은 있지만 그 집으로 인해 가난하게 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로맨스 푸어라는 것은 로맨스는 있지만 결국 그 로맨스 때문에 가난해진다는 말로 미루어 예측해 볼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개인적인 미리 짐작해 보는 바이다. 파란색의 바탕에 그려진 노란색의 해골표시가 예사롭지 않다.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서른 살이 넘은 여자는 여자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까. 어쩌다가 돈 많은 회장과 마주 하게 된 주인공 유다영. 은행에서 일하는 그녀는 남자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벌어 놓은 돈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30대의 여자인 것이다. 어떻게든 남자 하나 잘 물어서 결혼해서 강남에서 떵떵거리면서 살아보고 싶은,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기도 싫고 같이 살기도 싫지만 단지 강남 120평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이 남자를 만나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과연 그녀의 결혼 프로젝트는 잘 이루어질까 싶었는데, 어렵쇼, 그들이 밥을 먹고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피의 향연이라니. 차를 뺀 남자가 좀비가 되어 나타나서 그들을 공격한다. 서울 하늘 아래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전적으로 로맨스만을 생각하던 책의 방향에 제동이 걸리는 시점이다.

 

이야기는 로맨스는 접어두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표지의 해골이 괜한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제 배경은 좀비들이 득시글거리는 강북이다. 좀비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때와는 다르게 물리면 무조건 감염이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그러므로 좀비를 피해다녀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리 없다. 왠지 예전에 나왔던 강풀의 웹툰을 생각나게 한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웹툰도 역시 좀비가 나왔던 것 같고 그래서 사람들이 집안에 격리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공격하고 난 살기 위해서 도망을 다녀야 하고. 하지만 또 그 가운데서 사랑이 꽃피고. 좀비와 로맨스. 잘 안맞는 조합같지만 예전에도 이 조합은 시도된 적이 있다. 블랙로맨스 클럽의 책 '웜바디스'였다. 책으로 먼저 나오고 한참 후에 영화가 나왔지만 꽃미남 좀비로 인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러한 영화였다. 이 책도 좀비와 사람의 사랑이야기일까.

 

또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좀비득이 득시글 하는 사회에서도 계급은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돈이 있는 자만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나 좀비들이 많은 사회에서나 동일하다. 아니 극한의 상황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이 상황을 직면하지 못했고 아니 직면했다 하더라도 무엇을 해 줄수가 없다. 정부가 내려주는 것은 새발의 피만큼도 되지 않고 그것마나저도 사람들에게 내려오기 보다는 위에서 착복해서 없어져 가는 것이 더 많은 실정이다. 결국은 돈 많은 자가 우세한 그런 위치에 놓이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도 강남으로 가기 위한 다영의 노력은 계속될까 아니면 자신과 함께 있는 젊고 멋진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일까. 하기야 전쟁중에 무슨 사랑이겠냐마는 이 상황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니 그것 참 아이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좀비라는 개념은 영화에서만 출물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감염조차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메르스라는 사태를 직면하고 보니 또 그것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영화가 영화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이 비단 좋은 쪽으로만 실현이 되면 좋겠는데 안 좋은 것들까지도 모조리 사실이 되어서 현실앞에서 영화가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좀비라고 해서 언제나 꼭 영화나 소설에서만 존재하라는 법은 없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역시 돈이 많은 남자를 찾아야 하나. 로맨스푸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말이다. 하기야 지금은 그 로맨스조차도 찾기가 힘들지만. 현실이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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