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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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강점은 읽는 사람이 직접 그 사건에 뛰어 들어 범인을 찾는 그 짜릿함을 맛보는데 있다. 대부분의 경우 독자들은 작가들의 트릭을 꿰뚫지 못한다. 그것이 또 매력이기도 하다. 남들도 다 아는 트릭을 써버린다면 그 책을 읽는 의미는 반감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범인이 누군가를 알아내는 순간 사건을 이루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은 일시에 풀어지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잡았습니까?'

 

사실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누구인지 짐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두개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스타일. 한 사건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고 다른 한 사건에서도 다른 사람의 이름은 거론되지만 정작 주인공의 이름은 '그'라는 존재로만 말하고 있을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 사람이 누구였다는 것을.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난 이후에 '아~' 하고 아쉬움의 감탄사를 내뱉어봐야 이미 늦었다.

 

누쿠이도쿠로. 이름은 이미 익숙하다. '미소짓는 남자'라는 작품을 봤을때도 그랬고 '신월담'의 표지를 봤을때도 그랬다. 공교롭게도 모든 작품들을 표지만 보았을뿐 실제로 읽지 못해서 이 작가와의 만남은 이후로 넘어가다보다 했었는데 이렇게 첫 작품으로 보기를 잘했다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을 안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을 먼저 보아주길 원한다고도 적혀 있다. 첫 작품이라 설렁설렁 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접어 두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 그것도 여자아이 유괴, 그것을 연쇄적으로 풀면서 사건은 긴박감을 절대 잃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이다.

 

한 여자아이의 유괴사건이 살인사건으로 종결되면서 경찰들은 바빠진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아이를 데려갔으며 또한 어떤 이유로 이 아이를 죽인 것일까. 모든 인력이 투입이 되지만 사건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여자아이가 사라지면서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건을 풀어내면서 경찰서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이라던가 또는 개인의 이야기를 접목시키고 있어서 경찰이기 이전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사람이기 이전에 그들도 그 곳을 벗어나면 평범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의 시험을 걱정한다거나 또는 부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사사로운 일 같지만 그들의 인생속에서 이런 사건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가장 큰 일 중에 하나인 것이다.

 

평면적인 두가지 사건이 있다. 그 하나가 경찰의 입장에서 그리는 아이유괴사건이라면 나머지 한 이야기는 피해자 입장을 그리고 있다. 딸아이를 잃어버린 한 아버지. 그 유괴사건의 피해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딸의 죽음으로 인해 뚫려버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종교에 의지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부터 종교에 의지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한번의 실패 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종교단체를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신의 딸을 찾을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신념에 빠져버린 것이다.

 

평면적으로 평행성을 달리면서 죽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가던 두 이야기는 어느 한 시점에서 교차점을 이루면서 합해졌고 그 점을 계기로 입체적인 도형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과연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며 경찰들은 몇 건의 실패를 거듭한 후에 범인을 잡을수가 있게 되는 것일까. 慟哭. 아주 큰 소리로 서럽게 우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아마도 딸을 잃은 아비의 심정을 대변하는 한 단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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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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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시한폭탄도 아닌데 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머리속에서 계속 일초일초 흘러가는 시계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마도 처음 페이지에 나와 있는 시간과 각 챕터 처음에 나와있는 시간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밤 11시를 기점으로 해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순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에리와 마리의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지만 시간의 반복은 없다. 끊임없이 시간은 지나간다. 하루밤이 이렇게도 길었던가.

 

이 책, 세번째 읽는다. 처음 두번의 '어둠의 저편'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는 영어 제목으로 해서 조금은 산뜻해져 보이는 애프터 다크라는 이름으로. 사실 처음 읽었을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읽었다. 읽을 책이 없는 장소였고 눈앞에 하루키라는 유명작가 이름이 보였고 그래서 읽었다. 그리고는 기억속에서 잊었다. 그 이후 방에 놓인 하루키 책을 보고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하는 의문점에서 읽었다. 읽다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져서 얇지만 다른 두꺼운 책보다 몇배의 시간과 공을 들여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이 세번째. 번역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일단 표지면에서 정말 어둠의 끝을 달리던 컬러감이 조금은 새벽을 달리는 컬러감의 표지로 바뀌었다. 아주 깊은 심연의 동굴에서 빠져 나온 느낌이 든달까. 그리고 각 페이지마다 고양이 그림으로 약간의 귀여움을 강조했다. 집에서 기르는 펫과는 다르지만 밤은 역시 길고양이들의 셰계라고나 할까 그런 면을 드러내보이는 것 같아서 통일성을 빼놓을수도 없다.

 

한밤중. 당연히 모두가 집에 있어야 할 시간. 이 시간에 마리는 집을 나와 24시간동안 하는 음식점에 앉아 있다. 가출청소년인가. 그녀는 왜 집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이 밤에 나와서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일가. 딱히 누구를 만나거나 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는 예전에 마리와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만 알 뿐 그닥 친한것도 아니지만 반색을 하는 그 덕에 잠시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마리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에리의 이야기는 '누군가' 라는 다른 사람의 시점을 준다. 그 누군가는 바로 책을 읽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그저 잠을 자고 있는 에리. 밤에는 잠을 자는 것이 원래 당연한 것이니까 그렇게 특이하다고 생각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벌써 두달째 잠을 자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지켜보는 것이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한 주인공을 보는 듯 하다. 일부러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버린 한 여자. 과연 에리도 그런 존재인걸까.

 

에리에 관한 이야기는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마리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그녀가 왜 그렇게 잠을 자는지 마리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에리가 식물인간 상태는 아니며 죽을 정도로 잠을 자는 것은 아니며 최소한의 영양은 섭취하고 씻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그런 최소한의 움직임을 빼면 잠만 잔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라고 불리울 만큼 이쁜 에리. 그리고 그에 비해 평범한 마리. 자매들간에는 어떤 감정이 존재하는 것일까.

 

형제간에 비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다보니 같은 집안에 아이가 둘 이상 있으면 비교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드러내놓고 하던 하지 않던간에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을수도 있고 특별히 더 이쁜 아이가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쁘면서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듣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를 더 이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아이도 키워보지도 않았으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오래 하다보니 아마 조금은 그 느낌을 이해할 것도 같다.

 

밤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잠을 자고 있는 에리에게는 그저 그런 시간일지 몰라도 깨어있는 마리에게는 끊임없이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같은 '밤'이라는 시간대속에서 잠을 자는 에리와 깨어있는 마리. 한쪽은 계속 잠을 자고 한쪽을 잠을 자지 못한다. 그녀들은 어떤 자매였을까. 같은시간을 배경으로 해서 일어나는 두 자매의 이야기. 어둠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잇으며 어두움이 지난후에는 어떤 새벽이 올까. 어떤 어둠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벽은 오는 법이다. 그녀들에게 새벽이 와서 애프터 다크 후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낮'이 시작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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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OCN 드라마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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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다. 에세이집도 간혹 보는 편이다. 시집은 어쩌다가 정말 맘이 내킬때만 보는 편이다. 그러던 차에 대본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작가가 쓴 대본을 그대로 책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대화체로 구성이 되어있다. 말하는 어체만 그럴뿐 아니라 실제로 그 책으로 드라마를 찍어도 될만큼 자세히 표정이라던가 지문이 적혀져 있고 조명기법이라던가 어디서 컷을 해야할지도 적혀져 있다. 물론 그것으로 드라마를 찍는다해도 시간순이 아닌 장면순으로 찍어야 하니 그대로는 아닐테지만 말이다. 일반소설과 비교했을때 대본집은 훨씬 더 생생한 느낌을 준다. 평면적인 작품을 입체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처음 봤을때 신선하고 매력적인 장르라 여겨졌다. 드라마를 본 이후에 대본집을 본다면 그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을을것이다. 자기가 보았던 장면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이 책 또한 특이한 장르다. 케이스북. 실제로 방송이 되었던 드라마를 구성해놓은 것은 대본집과 비슷한데 대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장면들을 사진으로 첨부해 두었고 등장인물들드의 사진을 첨부하고 있어서 대본집과는 다르게 드라마를 실제로 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대본집이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 효과적이라면 이 케이스북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몰입할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선드라마 후대본집이라면 선케이스북 후드라마라는 공식이 성립할수도 있겠다. 모든 드라마가 다 케이스화 되지는 않을 듯 하고 이번 드라마처럼 이렇게 사건이 일어나는 드라마들이 케이스북으로 만들기 좋은 케이스일 것이다. 드라마의 장면이 생생할수록 그리고 특이할수록 좋다. 그럴수록 지면에 실을수 있는 사진은 더욱 생동감 있어지고 독특해지니까 말이다.

 

드라마가 방영이 되었을때 한회에서 장면들은 여러 수백개가 넘겠지만 지면에 실을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중 어떤 씬을 책에 넣을수 있을까. 그것은 누군가가 어디에서도 본 적없는 특이한 것일수록 좋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등장하는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링거병들은 정말 사람의 상상을 뒤엎는 그런 장면이지 않을수 없었다. 아무리 죽이는 방법이 다양화되고 독창적이 되어 가고 있다지만 이런 방법은 그 어디서 보지 못했던 방법이었기에 더욱 특이했으며 그것을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또 달랐다. 실제로 연출해 놓은 사진을 보는 순간 더욱 기괴함과 그로테스크함을 숨길수가 없었다. 상상을 실제로 표현하는 것. 이런 것에 매력을 느끼고 무대감독들이나 소품담당들은 일을 하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꽤 많은 사진들로 인해서 날것같은 느낌은 주는 이 책은 이야기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장르소설화 되어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두형사가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애쓴다. 주로 실종사건이며 없어진 사람들을 찾는것이 그들의 일이다. 한사람은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또 한 사람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긴 하나 인간미가 넘치며 주로 몸으로 부딪히는 역할을 담담하고 있다. 이 콤비도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다. 주로 그렇게 만들어 지고 있는 조합이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사건들은 특이하다. 주로 누군가 죽고 납치당하고 상해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비해 실종사건은 조금은 느슨하지 않은가. 하지만 알고보면 이 사건만큼 긴박한 것은 없다. 실종사건이란 그냥 일종의 가출사건일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납치를 해서 그 사람이 없어졌을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내에 그들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한편의 미국드라마가 생각났다. Without a trace. 이 역시 실종된 사람들은 찾는 전담반이며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사건들을 맡아서 해결한다. 이 드라마가 모태가 되어서 우리나라 드라마도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기본적인 나라와 배경이 다르므로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들이 잔뜩 있는 이 이야기에 집중해보자.

 

다른 이야기들은 모두 결론을 내려주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아마도 그렇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터 왠지 모르게 미국드라마처럼 시즌제를 기대하게 된다. 이중 어떤 에피가 가장 인상깊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첫번째 에피. 감옥에 있는 그가 어떻게 실종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것일까. 머리를 굴려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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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art 일센티 아트 - 1cm 더 크리에이티브한 시선으로 일상을 예술처럼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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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런데 찍을수가 없다. 하나를 찍으면 다음 페이지도 찍고 싶어져서, 그리고 또 한 페이지를 찍으면 또 그 다음 페이지가 찍고 싶어져서, 그러다보면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다 찍어야만 할것 같아서, 그래서 찍을수가 없어졌다. 그만큼 아기자기한 멋도, 소장하고 싶은 매력도, 외워두고 싶은 매력도, 많은 책이 바로 이 책 1cm art 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 책은 시리즈다. 처음에는 그냥 1cm로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거기서 다시 +라는 기호가 붙었고 이번에는 art라는 영어단어가 붙었다.

 

그럼 원래 이 책이 어떤 책이었나 보자.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이었다. 거기다 +가 붙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가 더욱 더해졌고 감성적이 되었었다. 그리고 유머도 조금 더해졌다. 이번에 더해진 art 즉 예술이라는 이름이 덧붙여진 1cm는어떨까. 그야말로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서 요런 생각을 해냈지하면서 신기해하기 그지없는 책이 된 것이다. 나같은 일반 사람이 보았을때도 그럴만한 책이니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더욱 탐낼만한 책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또한 그냥 일반적으로 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책을 가지고 활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라는 그냥 일반적이고 단순한 지시사항에서부터 - 물론 그냥 평범하지는 않다. 이쁜 그림에다 적으라고 그림을 그려두었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하얀 종이에 적는것보다는 말이다. - 요 부분을 접어서 책을 돌려서 보라던지 책 두 권을 붙여서 큰꽃을 만들어 보라던지 하는 일반적인 발상을 뛰어 넘는다. 물론 큰꽃을 만들려면 책이 두 권 필요하고 그러므로 책이 더 팔리는 광고 효과도 잊지 않는다. 재미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하나 더. 꽃은 책이 두 권 필요하지만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권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많을수록 더 좋다. 책들을 모아서 페이지를 연결해서 계속 계속 긴 샌드위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약 독서모임을 한다면 같은 책을 들고 와서 그것을 인증샷으로 남겨도 재미나는 일이 될 듯 하다. 아니면 긴급번개라도 쳐서 모이면 어떨까. 이 책을 가진 사람들은 모월모시 어디로 모여주세요. 가장 긴 샌드위치를 만들어봅시다 하고 말이다.

 

책이라는 물건은 한번 읽고 말아버리는 존재가 아니다. 읽고 또 읽고 싶은 그런 가치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설들 중에서는 그냥 한번 읽고 그것으로 됐어 하게 만드는 책들이 간혹 있다. 그런가하면 이건 두번, 세번도 읽고 싶어 하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가면서 꾸역꾸역 보관하고 싶게 만드는 책도 있다. 이 책은 어떠할까. 전적으로 오래두고 다시 보고 싶은 책이다. 즐거울때도, 기쁠때도, 우울할때도, 무언가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할때도 말이다.

 

사실 이 책(1cm)을 많이 선물했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볼 수있고 - 일단 활자가 적고 그림이 많으므로 - 성별을 가리지않고 누구나 편하게 볼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예술이 더해진 이 책은 어떠할까. 다른 책과의 가장 큰 차별은 직접 해보는 재미가 늘어나서 청소년뿐 아니라 그 이하의 꼬마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르가 생겼다는 것이다. 모든 부분을 다 따라할 수는 없어도 책을 입에 대고 불어보는 부분이라던가(자세한 설명은 책을 참조하도록) 책을 양쪽으로 접으면 어떤 재미난 그림이 나탄다던가 하는 것은 나중에 조카가 와서 같이 해보면 너무나도 즐거워 할 것 같아서 혼자서 키득대면서 아껴두었다.

 

예술이라는 장르답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명화들이 꽤 많이 등장을 한다. 이 모든 명화들은 주인공들이 곰군과 백곰양 그리고 바다코낄군으로 바뀌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원작과 비교해보는 재미를 주는데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그림들이 직접 그려진 것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작업으로 그 부분만 오려내고 바꾼 것이 아니라 직접 작업을 한 그림이라고 작가가 처음에 밝히고 있다. 그러니 원작과 이 그림들을 자세히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책의 그림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이 책의 구성인 전시회를 한 편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작품이 잘 섞여있는 그런 전시회. 때로는 재미도 주고 때로는 공감도 할 수 있고 때로는 마음이 한편이 뭉클하기도 한 그런 전시회. 그림뿐 아니라 쓰여진 글귀로 인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전시회. 이 책은  또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순위에 올려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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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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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생각하는 스릴러 장르하고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읽는다면 편할것이다.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는 빠르다. 일단 초반작업이 짧다. 그리고 마구 달려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작품 초반 다지기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그 작업이 약간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손에서 놓아서는 안된다. 그 부분에서 포기한다면 뒤로 갈수록 달려드는 이야기의 재미를 놓칠 것이다. 그리고 그 단계를 건너뛰어서도 안된다. 뒤쪽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놓칠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가 아닌 판타지와 스릴러의 혼합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타임리프라는 장치가 포함이 되어 있는 그런 판타지 말이다. 예전에 유명했던 잭리퍼라는 살인마가 있었다. 그사람은 오래전에 죽었지만 그 사람의 부활이라고 해서 이름을 빌려 쓴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처럼 시공간을 넘어서면서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은 아마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번역자 또한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주인공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또 하나의 주인공인 더하우스가 시키기 때문에 그는 그 집을 대신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더하우스는 하퍼에게 시간여행을 제공하고 하퍼는 그 댓가로 빛이 나는 여자들 즉 샤이닝 걸스들의 죽음을 돌려줄 뿐이다. 하퍼는 그녀들을 죽이면서 현장에 자신만의 마크를 남겨놓는다. 이 여자에게서 아주 소소한 것들을 - 가령 야구카드라던가 조랑말 장난감같은 그런 것들- 들고 가서 다른 여자의 현장에 두는 식이다. 그 물건들은 그녀들이 살던 시대에는 절대 볼수 없는 물건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감식하는 경찰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그냥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려니 할뿐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증거를 함부로 남겨두면 안되다는 듯이 그 트릭을 깨달은 사람이 있다. 커비. 하퍼가 죽이려다 실패한 샤이닝 걸스 중의 한명. 그는 당연히 자신이 죽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 그녀가 살아있었다. 그는 커비의 죽음을 확인하러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 보기까지 했지만 그녀를 찾을수는 없었다. 단지 그녀의 엄마가 했던 말만 믿고 돌아선다. 커비는 죽었다고 두번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아마도 신문기자에 지쳤던 엄마가 그렇게 했던 말일테지만 그 대답으로 인해서 정말로 커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살아남은 그녀가 이제는 다시 하퍼를 뒤쫓고 있다. 그 사실을 몰랐던 하퍼는 계속 시간여행을 다니면서 샤이닝걸스를 찾아다닌다. 여러 시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그와 오직 한 시간에서 착실하게 시간의 흐름대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 커비. 과연 이 싸움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누가 이기던 간에 승리자는 살아 남을 것이고 패배자는 죽을 것이다. 한번의 싸움에서 살아남았던 커비가 다시 또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이십대의 여자일뿐인 커비를 하퍼가 다시 한번 잔인하게 죽일 것인가.

 

그녀는 다른 모든 여자들의 죽음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자기를 죽이려 했던 그 남자, 하퍼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단서가 없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할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일을 얻었고 그 일로 인해서 조력자와 정보를 동시에 얻는다. 물론 처음에는 까칠하게 그녀를 대했던 신문기자 댄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그녀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그녀는 보호하게 된다. 그와 그녀의 관계 또한 이 책을 보는 재미중의 하나가 될수도 있겠다. 하퍼라는 연쇄살인범은 끝없이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다닌다. 그녀들의 일상이 이 책에 고스란히 기록되어있다. 제일 처음에 언급되고 있는 시간과 주인공 이름을 반드시 기억할 것. 한번 스쳐가는 그런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기억한다면 하퍼의 행적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이해할수 있게 될테니까 말이다. 또한 그녀들이 어떤 조그마한 소품들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면 말이다.

 

한번 시간을 거슬러 가서 그곳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시간여행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처음에 하퍼가 시간을 지나와서 현재에 이르렀을때 그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놀라움의 연속이었을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하퍼는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녀들을 찾으러 그 근처를 돌아다녔을뿐 멀리 이동하지는 않았다.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예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영상통화시스템이라던가 컴퓨터 같은 것들을 본다면 아마 오래전 사람이었던 하퍼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을텐데.

 

왠지 몇년전에 방영되었던 [옥탑방 왕세자]라는 드라마 한편이 떠오른다. 그때 당시의 옷 그대로 이 곳에 나타난 왕세자와 그 부하들. 처음 현재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옷을 보고 연기자거나 아니면 코스프레 또는 가장행렬을 하는 사람들인줄 알았을 것이다. 나 또한 내 눈앞에 그런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그렇게 생각할테니까 말이다. 누가 과연 그들이 조선시대에서 온 세자라고 생각할수 있었을까. 아마도 하퍼가 다른 세상에 가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십년 단위나 아니면 몇년단위의 짧은 이동이 아니라 50년 이상이 긴 이동에서는 분명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과거에서 온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둘째치고 과거와 현재를 마구잡이로 넘나드는 하퍼, 그를 잡을수는 있을까. 커비와 하퍼의 두번째 대결은 누가 이기는지는 고사하고 이루어질수는 있을까? 아마도 커비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하퍼가 알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세기의 타이틀매치. 죽는냐, 죽이느냐, 내 생명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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