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3 - 야!야!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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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탄으로 돌아온 우리 콩알이와 팥알이. 내가 너희들을 보고 싶어서 오매불망 목을 빼고 기다리다 사슴이 될 뻔한게 아니라 기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말이지. 각설하고 요녀석들의 재롱을 어여어여 보고 싶어 페이지를 넘기는 손은 바빠집니다 그려. 그런데 어랏.

 

이번 책의 주인공은 요 녀석들이 아닙니다. 짹잭이라는 친구의 등판입니다. 어째 귀여운 것이 콩알이와 팥알이의 인기를 능가하게 생겼습니다. 모든 가족들의 이슈는 짹짹이에게로 옮겨가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대로 콩알이와 팥알이는 묻혀버리고 마는 건가요?

 

에이, 설마요 그럴리가요. 요 녀석들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움직이기 싫어하고 먹을 것이라면 눈을 번쩍 뜨는 콩알이와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그럼으로 인해서 일을 만들고 문제를 일으키는 팥알이는 건재하지요. 다만 저 수많은 참새들 중에서 콩알이의 품으로 떨어진 짹짹이만 더해졌을 뿐입니다.

 

날지도 못하는 짹짹이를 위해서 이제까지 별말 없이 있었던 오빠가 등장을 합니다. 애니만 잘 아는 것으로 알았던 오빠는 의외로 박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짹짹이를 위해서 웜을 구해오는 열성까지도 보여주지요. 그 웜들을 냉장고에 두어서 엄마와 동생을 기함하게 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봐야할까요. 덕분에 짹짹이는 무사 성장. 드디어 날게 됩니다. 무사히 다른 참새들의 품으로 날아가 버릴까요?

 

이제는 둘의 콤비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을까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호에는 유난히 다른 친구들이 많이 등장을 합니다. 짹짹이의 효과가 다 떨어져 갈때쯤 이제는 마당이의 집에 또 다른 군식구가 들어 앉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둘기였죠. 하아, 고양이 그림은 정말 귀여웠으나 비둘기 그림은... 흔한 말로 식겁이라고 하죠. 사실 처음보고 정이 안 갔습니다. 조금은 징그러웠달까요.

 

실제 생활에서도 흔하게 볼수 있는 비둘기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서 유달리 징그럽게 보인건 왜일까요. 그런데다 그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부부가 쌍으로 출동을 하지요. 마당이네 집에 터를 잡고 아이들을 낳아서 기릅니다. 비둘기의 생활주기는 그렇게 짧은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으나 벌써 어른이 되어 날아가 버립니다. 그렇다면 남은 비둘기 부부는 무얼 할까요. 딩동댕. 그들은 또 다른 알을 낳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것이지요.

 

비둘기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비둘기는 자신이 먹이를 먹어서 그것을 꼭꼭 씹어서 소화를 시킨뒤 다시 꺼내어 새끼들에게 줍니다. 일부러 잘게 부수어서 주는 방식이지요. 날아다니는 새 한마리도 자기 자식을 저렇게 정성을 들여서 키우는데 인간들은 어떠할까요. 자신의 배 아파서 키운 자식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고, 어찌 잘 보살피지 않고 키울수 있을까요. 새삼스럽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영아살해라던가 아이유기같은 기사제목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어서 좀 깨닫는게 있도록 만들고 싶어졌다면 너무 큰 오지랖일까요.

 

이 책들이 교도소 안에 들어가서 조금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씻어줄 수 있다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 곳에는 아무 책이나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 콩알이와 팥알이는 괜찮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아니면 슬며시 웃음이라도 지어지게 만들어 버리는 콩알이와 팥알이. 다음 책에서는 이제 개와의 콜라보를 준비하고 계시는군요. 새들과의 협연을 아주 성공작으로 끝낸 두 마리의 콤비가 개와의 앙상블도 멋지게 잘 해낼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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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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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전한 모리사와 아키오의 힘을 느낄수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들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늘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의 주인공을 통해서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자신의 옛관계들을 생각하고 또 새로운 관계로 인해서 여러 에피소드가 생겨나는 형식이다. 곶카페의 에쓰코씨는 찻집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음악으로써 이야기를 해준다.(무지개곶의 찻집) 부인의 유골을 들고 떠난 에지는 여행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만남을 가지게 된다.(당신에게) 스낵바를 운영하는 곤마마 또한 그 바에서 만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린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는 조금은 더 새로움을 추구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정은 같지만 주인공이 만나는 누군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그때 당시에 만났던 모습으로 그려지는 주인공은 때로는 다섯살 아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청소년의 모습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딸을 가진 모습으로 다양하게 그려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인공의 발달과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작 주인공은 몰랐던 그 이면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가령 성인의 미코는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신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 왜 손거울이 하나 붙어져있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미코의 딸이 결혼을 할때쯤 그렇지 않았을까하며 추측으로 남게 된다. 또한 학대에 가까운 항머니의 양육방침또한 자신은 그렇게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부모없이 자랐다고 손녀딸이 놀림을 받을까봐 일부러 그렇게 강하게 키운 것임을 알 수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들여다본디면 절대 알 수없는 사실들일 것이다. 새로운 관점을 추구하므로 새롭게 보이게 되는 것들이다.

 

역자후기를 통해서 처음 시작장면의 성관계묘사가 너무 세게 표현되어서 아키오의 작품인줄 알면서도 놀랐을지도 모르겠다라는 글을 읽고 책장을 넘겼다. 모든것을 따스하게, 포근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책치고는 파격적인 묘사가 들어있기는 해도 번역이 잘 되어서였을까 오히려 그 모든 관계들이 약간은 서글프게, 약간은 현실적인 면을 그려내고 있어서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하나뿐인 딸 치코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을 그 아이는 알까?

 

할머니가 그렇게 열심을 다해서 키웟는데도 물구하고 미코는 결국 할머니 품을 떠났다. 잘되어서 좋게 떠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도망을 쳤다. 자신은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랑같은 것은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서는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는지 무덤을 체크하러 간다. 아마도 해마다 그 체크는 반복되지 않았을까. 무덤에 이름이 없으면 안심을 하고 돌아오는 그런 날들이 반복되지 않았을까. 왜 먼저 다가가지 못했을까.

 

아니 할머니의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조금은, 부모도 없는 손녀를 따스하게 안아줄수는 없었을까. 그 둘의 관계가 가장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부모도 없는 조부모 가정에서 자란 미코가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했을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빤히 보인다. 비단 그것은 소설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조차 그러니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미코에게 치코가 생긴것은 또 어떻게 생각해아 할까. 자신도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자신의 딸 또한 엄마밖에 없는 상황에서 키워야 한다. 그 기분이 어떠했을까. 그러나 미코와 치코는 친구처럼 투닥거리면서도 잘 지내왔다.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치코에게 엄마 미코는 어떤 의미일까.

 

힘들때마다 보물찾기를 하며서 살아온 미코와 그녀의 딸 치코. 둘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행복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책장을 가만히 쓸어본다. 그 모든 주문이 그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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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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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산을 올라가는 것을 등산이라고 한다. 오를 등, 뫼 산, 즉 산을 올라간다는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에 무엇이 있다고 그렇게 열심히 올라가는 것일까. 사실 소싯적에는 설악산도 한달음에, 태백산도 한달음에 올라갔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순간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들은 친구들과 함께 힐 때 재미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동네 뒷산가는 것도 귀찮아서, 추워서, 바빠서,라는 핑계로 그냥 외면하고 만다.

 

엄홍길이라는 등산가는 사람들에게 꽤 유명하다.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들을 많이 올라 정복한 사람으로도 유명하고 각종 방송에서 나와서 유명하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등반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다른 등반가가 한 명 계신다. 박.영.석. 그분은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분이시며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다. 나를 외국에 보내주신 목사님의 동생이신데 실제로 만나기도 했었고 그분 댁에 놀러도 갔었으며 그분이 쓰시던 차를 중고로 사서 잘 타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랬던 분이 어느날 실종되었다. 안나푸르나에서. 그리고 아무도 그 이후를 보지 못했다. 시신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사람들을 두 번이나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에서는 장례식을 다 치뤘고 실종이 아닌 사망상태로 처리되었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산악인이 아직도 더 오랜시간 활동하실 수 있는 분이 그렇게 되어 아쉽지만 그분은 평생을 산을 오르면서 행복해하셨고 그러니 마지막도 그 속에서 행복하실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박영성 대장도 훌륭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엄홍길 대장 또한 멋진 산악인이다. 이 책에는 등반가라면 누구나 익히 할 수 있는 말들이 적혀있다. 엄홍길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비롯해서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산을 오르게 되었고 또한 산을 오르게 되면서 어떤 인연을 만났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혀 있다. 엄홍길 대장 또한 쉽게 모든 산들을 정복한 것이 아니다. 처음 도전해서 산의 정상을 보았다면 오히려 그는 지금같은 등반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끊임없이 실패를 했기에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위험한 일이다.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 위에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 올라각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은 아니다. 다시 내려오는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도 더 힘들고 무섭고 어렵다. 그러므로 잘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산을 오른다. 올라가고 또 내려온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살아있는 한 자기자신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그리고 성취감일 것이다. 자기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그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처음 안 사실이 있다. 나는 산을 그저 올라가는 줄 알았다. 산을 올라가기 위해서 사람들마다 일인당 돈이 책정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그것도 꽤 많은 돈이 말이다. 하나의 입장료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산을 올라가면 산도 자연히 훼손될 것이고 그것을 복구할 돈이 필요할 것이다. 왜 산악인들이 돈이 그렇게 많이 들고 스폰서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내 나이가 아직 산을 내려갈 나이는 되지 않은 듯 하다. 한창 올라가는 시점일까 아니면 정상에 다다라서 내려갈 준비를 해야할 시점일까. 그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려갈 그 시점을 위해서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준비를 했을때 그 모든 여정은 훨씬 더 쉽게 느껴지는 법이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준비해서 나중에 내려오는 길을 쉽게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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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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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굳이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루이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90년대초에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그. 가수로써 또한 음악가, 연주자로써 그의 명성은 지금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그런 역량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태어난 때는 물론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때였고 그로 인해서 분명 그도 차별을 받았을 것이었지만 그 어떤 누구도 피부색때문에 그의 음악을 얕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번이라도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 음악가를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잡고 끌고 가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진한 재즈의 향기가 넘쳐난다. 여러 주인공들 중에 한명이라서 극의 전체를 다 끌고 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만큼 부지런히 그는 움직이고 자신이 맡은바를 처리하려고 하고 친구를 도와주려고 하고 또한 자신의 일에 충실히 다하려고 한다.

 

여기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 있다. 그는 당돌하게도 신문사에 편지를 보낸다. 자신을 잡아보라고 도전장을 내민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공지하기 위해서다. 모월 모시 밤, 재즈를 틀지 않는 집을 찾아가서 그 집의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복수를 하는 대상을 찾는 방법이 독특하다. 무엇때문에 그는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일까. 그리고 정말 그날 그는 재즈를 틀지않은 집을 찾아가서 사람을 죽일것인가.

 

문득 성경속의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모세가 자신의 백성들을 보내주지 않자 마지막으로 택했던 방법. 집의 입구에 양의 피를 바르라는 것. 그 피를 바르지 않은 집의 첫째는 무조건 죽임을 당한다는 것. 재즈음악을 트는 것과 양의 피를 바르는 것,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으로 종류는 다르지만 둘다 사람들의 눈에,그리고 귀에 보이고 들리는 그런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조건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우라서 연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두껍고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답게 주인공들이 여러군데서 시시각각으로 좁혀온다. 범인은 액스맨 하나지만 조여오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경찰인 마이클. 그는 신참인 케리와 함께 일을 처리한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라도 그를 꼭 잡아야 한다. 사람들의 평안과 도시의 치안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라고 위에서의 압박도 상당하다. 이제 막 감옥을 나온 루카. 그는 돈이 없다.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만 돈이 없다. 그러므로 인해서 마피아가 시킨 이 일을 꼭 해야한다. 누가 이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그의 곁에는 사라라는 여자친구가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립탐정소에 일하는 아이다. 그녀는 흑인이지만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더욱 튀는 존재다. 사립탐정사무소에서 일을 하지만 탐정일은 없고 전부 서류작업 뿐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뛰어들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자신이 원해서이다. 그녀는 친구인 루이와 함께 뒤를 쫓는다. 세 팀으로 나누어져서 쫓아가는 상대는 액스맨. 이 연쇄살인의 끝는 누구의 승리로 귀결지어질까. 과연 신은 어느쪽의 편을 들어줄 것인가.

 

시대상으로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때라 요즘같은 최첨단 작업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경찰의 이로운 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총알받이만 되어 버린다. 일의 처리도 가장 느린듯 하다. 루카는 왠지 모르게 요네스뵈의 해리를 연상시킨다. 고독한 사냥꾼이라고나 할까. 혼자서 일을 처리하지만 전에 경찰로 일했던 만큼 전문가이며 발이 넓다. 그가 일을 마치고 어두운 과거를 이곳에 묻어버리고 떠날수 있을까. 제대로 된 탐정일을 해보고 싶어하던 아이다. 어딜가나 튀는 그녀의 모습은 이 일을 하는데 오히려 적합하지 못하다는생각이다.  세 그룹중 가장 비전문가이고 그래서 가장 손해도 많이 보고 가장 많이 다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의지 하나만큼은 정말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그녀의 모험으로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외전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향기가 가장 짙게 배어 있던 곳. 흑인들의 차별이 심했지만 그들끼리 모여사는 구역으로 인해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차별을 당했던 곳. 재즈는 흑인음악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이 도시를 선택한 것은 음악적인 배경을 가지고 가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고 실제로 액스맨의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 때문에 선택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그 위에 여러겹의 픽션을 덧씌워 만들어 낸 이야기. 한꺼풀씩 쌓인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벗겨먹는 재미가 있는 한 권의 책이다. 후속작을 집필중이라고 하니 또한 기다려봐야겠다. 그다음 이야기는 어떤 묘한 접목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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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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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탄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약간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보통 머리부터 나와야 하는 아이가 발부터 나왔다.고 한다면 누구나 위급한 순간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왼쪽발부터 살포시 내민 아이는 그 발을 집어 넣고 다시오른발을 내밀었다. 왠지 모를 전설속의 아이 탄생 장면같이 느껴지는 첫 단락이다.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표지를 가진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나의 입장으로 쓰여지고 있다. 내가 태어나서 그 가족의 분위기라던지 누나와의 관계라던지 또는 누나와 가족들간의 관계라던지에 대해서 말이다. 단지 집안에서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던 이야기는 그 반경을 점차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한 아이의 성장을 통해서 우리는 그 배경에 있는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그 가족의 이야기들에 함께 하게 된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한 아이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남의 집 가정사를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이란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당연히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은 없다. 자신이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것만 알 뿐. 그리고 자신이 인식을 하고 있을때는 벌써 일본에 와 있었고 남들과는 다른 누나를 가진 아이였을 뿐이다. 총명한, 이라는 표현은 약간 잘못되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데 뛰어난 여자이이'였다. 하여튼 누나는 남에게 상처를 입혀온 것 이상으로 상처를 입어온 것이다.(123p) 똑똑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로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누나.

 

그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열성유전자만 받았을까. 이뿌지도 귀엽지도 않았던 겉모습을 가진 그녀는 남들이 놀리는 이야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생각하는 것 또한 모든 것이 달랐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철저하게 나는 그 누나의 입장이 되어버린다. 나 또한 그 누나 같았기 때문일까. 나는 오히려 그 누나와는 다르게 남들에게 튀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한 학창시절을 지내왔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데 뛰어난 여자아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나는 아버지의 회사생활에 따라 이번에는 이집트로 가게 된다. 해외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는것이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같은 이유이다. 어린시절과는 달리 이제 어느 정도 큰  나는 새로운 생홣에 적응을 한다. 이곳의 친구들을 그리워 하면서도 그 곳에서의 생활 또한 빠르게 적응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이쁜 말이라고 생각하는 '앗살람 알라이쿰'을 비롯해 여러 단어들을 배우고 그곳의 문화들을 익혀간다.

 

이집트에는 'IBM'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I는 '인살라', 즉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의미다. 예컨대 졸이 지각을 했다고 하자. 아버지가 왜 지각을 했느냐고 화를 내면 '인샬라', 즉 신이 그렇게 바란 것이라고 말한다. B는 '부쿠라', 즉 '내일'이라는 뜻이다. 졸에게 세차를 해두라고 명령하면 '부쿠라', 즉 내일 하겠다고 말한다. M은 '마레시', 즉 '걱정하지 마라'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잠간 화를 내지만 졸이 웃는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마레시'라고 말하는 것을 계속 듣다보면 어느새 웃음이 나오고 만다.(193p)

 

더운 나라는 아무래도 느긋하기 마련이다. 단 하나의 단어를 통해서 나는 가보지 못했던 이집트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홧병이 나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그것은 어느새 적응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읽다보니 인도 사람들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샬라. 모든것이 신의 뜻일뿐. 약간은 느긋하게 살 필요도 있는 듯 하다.

 

어느덧 나는 야곱을 흉내내어 '사라바'라고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라바'는 '안녕'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 되었다. '내일도 만나자' '잘있어' '약속이야' '굿럭' '갓블레스유', 그리고 '우리는 하나야'. '사라바'는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257p) 이집트에 와서 우연히 야곱을 만나게 되고 친구가 된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즐겁다. 일본학교를 다니면서 일본 아이들과 어울리고 그 나라 아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우연히 길에서 마난게 된 야곱을 쫓아가게 되고 그들은 그 시절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남자들만의 우정을 쌓게 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로써 소통을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것, '사라바'이다. 사실 사라바는 일본어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집트단어와 일본어를 섞은 제 3의 언어를 만들어 내지만 야곱을 사라바를 주장했고 나 또한 그와 함께 사라바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한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가질수 있을가. 사라바는 그들에게는 만능언어나 다름없다. 그저 눈을 보고 '사라바'라고 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해되는 마법의 언어 말이다. 잔잔하면서도 특별한것 같지 않은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아버지의 해외 업무가 끝나면 나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텐데 그때, '사라바'라는 단어는 나와 야곱에게 또 어떤 의미로 들리게 될까. 사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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