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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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는 조금 다르게 영어에는 punctuation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말로 바꾸면 구두점이라고 보통 번역을 하는데 말 그대로 마침표나 쉼표 또는 따옴표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글을 비롯해 모든 언어에도 쓰이겠지만  영어라는 언어는 이 구두점이 특히 매우 중요하다. 만약 구두점이 없다면 영어는 그냥 알파벳의 나열만 이루어질뿐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줄임말을 쓰는 표기도, 띄어쓰기도, 마침표도, 쉼표도 없다면 도저히 읽을 수 없게된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원어민도 말할것 없이 구두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원본의 그 구두점이 궁금해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직접 화법이 없다. 즉 다시 말해서 따옴표로 구성된 문장이 없다는 것이다. 있기는 하지만 전부 따옴표가 생략되어서 간접화법처럼 보인다. 그리고 분명 끝나야 하는 문장인데도 불구하고 마침표는 사라지고 없다. 예를 들어보자.

 

누전트 부인은 유리 조심해 유리 조심해 자칫하면 베인다 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뇨 안 다쳐요 하고 필립이 말한다 다칠 거야 하고 누전트 부인이 말한다 그러자 필립은 깨진 유리조각 한 줌을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잔뜩 흥분하기 시작한다.(91-92p)

 

기본적으로 두서너개의 문장이 합해져 있으며 따옴표 뿐 아니라 몇개의 문장의 마침표도 빠져있다. 전체가 다 빠지면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중간중간 잊지 않고 찍어준 것일까. 원서에서는 띄어쓰기는 해 놓았을까? 단지 마침표만 없는 것일까. 원서를 보고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구두점이 없는 사태가 독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처음에는 책의 오타가 난 줄 알았고 읽다보니 오타가 아니라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천천히 이해하면서 읽게 만드려는 의도.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비채의 책중에서 '블랙앤 화이트' 시리즈가 있다. 밝은 책과 어두운 책을 번갈아 내는 그런 시리즈. 그리고 모중석 시리즈가 있다. 기회다의 의도대로 여러나라의 스릴러들을 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시리즈다.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모던앤클래식' 시리즈가 있다. 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렵게 읽히는 것이 이 시리즈다. 아무래도 문학작품이다 보니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편이다.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어렵게 읽히지만 나중에 소가 여물을 씹듯 다시 되새겨 생각해보면 '아, 그런 의미였구나' 하고 다시 느끼게 되는 것. 그런 식으로 다시 곱씹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 바로 모던 앤 클래식이다. 현대의 책들과 고전의 조합.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주는 그런 특징이 있다.

 

푸줏간 소년은 199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신문에 기사화 되기도 했었던 꽤 유명했던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이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한 소년의 삶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불안과 증오들을 나타낸다는 내용이라고 보고 읽는다면 조금은 쉽게 소년에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과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없어졌다고 생각해보라. 단 하나뿐인 친구였는데. 그 소년의 방법이 잔혹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되는 시점이다. 바로 어제도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그 범인은 왕따문제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 외톨이로 남아 있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이 사회의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 책 한권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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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12-31 00:57   좋아요 0 | URL
부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나난 2016-01-12 11:44   좋아요 0 | URL
절대로 그런 아이가 없길 바라죠. 현실상에서는 절대로.
 
엔더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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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핑크. 이런 모든 색을 다 한꺼번에 섞어 버리면 어떤 색이 나올까. 그것은 바로 검은색, 블랙이다. 블랙 로맨스 클럽은 모든 종류의 로맨스들을 다 다루고 있다. 좀비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웜바디스', 한편의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리부트', 때로는 추리와 결합된 발랄한 로맨스를 보여주기도-'선암여고 탐정단'- 한다. 정말 오랜만의 블랙로맨스클럽. 이번에는 '스타터스'의 속편이다. 스타터스를 읽지 않았고 이 책만 읽는다 하더라도 재미나게 읽을 것이 분명하지만 혹시 이전에 스타터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야말로 완결판이다.

 

첫 작품답지 않는 필력을 자랑했던 리사프라이스의 스타터스, 나이가 많은 엔더들이 자신의 젊음을 되돌릴수는 없으니 젊은이들의 몸을 빌려서라도 젊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야심을 품고 시작된 굉장한 작품이었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해 낼 수 있었는지 정말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엔더스. 스타터스가 스타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면 이번에는 그 이야기에서 살아남은 캘리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아픈 동생을 위해서 돈이 필요했던 캘리는 바디뱅크에 가서 자신의 몸을 빌려주지만 그 바디뱅크가 없어지면서 그녀는 더이상 그런 생활을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자신의 몸을 빌려갔던 헬레나는 자신과 그녀의 손녀 앞으로 집을 남겼고 그러므로 인해서 편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것이다. 그저 그렇게 평안한 생활이 계속되었으면 좋으련만 신발을 사러 나간 동생을 만나러 간 쇼핑몰에서 그녀는 자신의 생각속에 들어온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올.드.맨.

 

프라임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녀의 몸에 있는 칩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녀의 머리속에 심겨진 칩을 통해서 언제든 올드맨은 그녀의 생각을 침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그것을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명확하게 잘 보여준다. 그녀 앞에서 스타터를 폭파시킨것. 그 스타터 역시 머리속에 칩이 숨겨진 메탈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머리속에 폭탄이 심겨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아니 폭탄을 둘째치고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서 이야기하면서 나의 생각을 침해하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면 어떠한가. 그는 나를 통해서 모든 것을 보고 심지어 나를 움직일 수 있기까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일뿐 내 쪽에서 반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을 그가 듣기는 하지만 나의 그의 숙주일뿐 단지 내 인격과 내 인성은 존재하지 않은 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올드맨. 그는 도대체 왜 캘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다른 모든 스타터들은 살인을 할 수 없는 칩이 심겨져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캘리에게 심겨진 칩은 살인가능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그녀는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올드맨은 특별한 그녀를 통해서 누구를 죽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일까. 흔히 스릴러에서 행해지는 반전이 sf적인 느낌이 강한 이 책에서 드러난다. 사실 다른 추리나 스릴러 장르를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벌써 예측했을것이고 그렇게 흘러가겠다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버리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나하나 풀어가는 그리고 정리되어 가는 이야기들. 캘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머리속의 칩을 제거할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리고 올드맨과의 관계 또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면서 결말을 향해가는 엔더스. 누구나 스타터였고 미들을 지나서 엔더가 된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일까. 다시 한번 캘리의 활약상에 몸을 맡겨볼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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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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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빠르고 긴급한 분위기, 속도감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터지고 깨지고 죽이고. 이런 분위기들의 책만 읽는 저에게 가끔씩 읽는 로맨스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소설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죠. 주로 에쿠니 가오리의 글들이 그러합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책을 읽어봅니다.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그녀 특유의 소재가 드러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럴리가요. 있습니다. 불륜같지 않은 불륜. 이 속에도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확 하고 드러나지 않을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읽은 대부분의 그녀의 책에는 불륜 아니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사랑이라고 합시다. 그런것이 항상 존재했었습니다. 때로는 삼각관계(반짝반짝 빛나는,잡동사니), 때로는 사각관계(달콤한 거짓말)도, 그리고 팔팔한 청춘들의 사랑(도쿄타워,열정과 냉정사이)도,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의 사랑(하나님의 보트)도. 가지각색 여러가지 모양의 사랑들의 그녀의 책 속에서는 존재해 왔습니다.

 

그녀가 가족을 소재로 한 책에는 '소란한 보통날'이 기억속에서 존재합니다. 그저 평범한, 보통의 일반적인 가족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특별한 가족 구성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그런 가족- 아, 물론 그 속에서도 이상한 사랑은 존재합니다-의 일상을 그린 책이었지요. 겉으로는 다른 가족과 조금도 달라보일것 없는 가족이지만 그들의 소란한 보통날이 또 시작됩니다. 그런 반면 이번 가족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대가족입니다. 분위기도 전혀 다릅니다. 어떤 가족일지 궁금하신가요.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하면 당연히 생각하던 분량의 두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두께입니다. 5백7십여 페이지. 평상시 읽는 스릴러 소설에 비하면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닐지 몰라도 가오리, 그녀의 책 치고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합니다. 궁금해집니다. 그녀가 쓰고 있는 이 가족이 말이죠. 그녀가 쓰는만큼 평범한 가족을 생각하면 안 될것은 확실합니다.

 

일단은 러시아와 일본의 혼혈입니다. 엄마쪽이 그렇죠. 할머니가 러시아 사람 그리고 할아버지는 일본사람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엄마와 밑으로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 둘째딸인 리쿠코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모와 외삼촌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결혼하지 얼마 안되서 돌아온 이모와 그렇지 않아도 튀는 외모에 선탠을 즐기는 외삼촌. 그러나 리쿠코에게는 그들이 있으므로 해서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합니다. 리쿠코는 노조미라는 언니가 한명 있고 오빠가 한명 그리고 한살 차이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사남매죠. 많아 보입니까? 그 넷 중 두 사람은 리쿠코와 엄마 또는 아빠가 다릅니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요.

 

이야기는 어느 한 시대를 정해서 쓰여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60년대를, 때로는 2000년대를 오고 가며 서술됩니다. 어느 일정 시점이 아니라 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물론 시간적 배경이 다른만큼 공간적 배경도 이곳, 지금의 일본이 아닐때가 있습니다. 타임슬립되는 이야기도 아닌데 뭐 그리 왔다갔다 하느냐며 불만을 이야기하실수도 있겠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식구가 많은만큼 저마다의 이야기를 별개의 이야기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가족의 각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지 않을까요. 헷갈리지 않냐고요.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의 이야기인가 모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연도를 자세히 보면 누구의 이야기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도도 모르시겠다면 제일 앞에 있는 식구 소개를 참고로 해보십시오.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추측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모, 유리의 이야기가 가장 관심이 갑니다. 언니인 기쿠노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유리. 그녀는 딱 한 번 선 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자신은 언니처럼 독립적이지도 않고 일을 할 수도 없다면서 괜찮은 사람인듯 해서 결혼을 하지요. 하지만 그 집은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었나 봅니다.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줄 알았던 남편조차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시엄마는 하나하나 일일이 참견을 하지요. 그 부부사이의 은밀한 문제까지도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6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진-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돌려보낸 - 유리. 그녀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돌아온 이 곳에서 그녀는 전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을 두고서 말입니다. 엄마보다도 더 조카를 돌보고 신경을 쓰는 그녀가 이해됩니다. 그녀가 행복한 자신만의 삶을 찾았으면 하고 바라게도 됩니다.

 

삼대의 가족을 기본으로 한 가족의 대하 역사 드라마. 에쿠니 가오리, 그녀 특유의 담담함이, 섬세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책입니다. "불쌍한 알렉세이에프"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 그 가족중에 한 명이 "비참한 니진스키"라고 대답해 줄 것만 같아지는군요. 그들의 집에 한번쯤은 초대받아 가보고 싶은 그런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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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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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의 에세이 두 편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에세이집이라 형식은 비슷할지 몰라도 내용은 전혀 상반된다. 한권이 버럭하고 화를 내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자신이 또는 자신의 주위의 있는 사람이 뭉클함을 느꼈을 때를 이야기하고 있다. 원제에 있는 '큔토쓰루'라는 말은 정확하게 뭉클이라는 말보다는 '찡하고 짠하고 뭉클하고'라는 모두의 뜻을 가지고 있다니 한국말의 '뭉클'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그 세가지 감정을 모두 느끼면서 읽는 것도 이 책을 좀 더 뭉클하게 느낄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여느때처럼 옮긴이의 말을 먼저 본다. 같은 나이대지만 그녀의 뭉클에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며 그것은 아마도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점이 아닐까라고 했다. 마스다미리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지 않고 그러다보니 아이가 있는 엄마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남자들을 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학생의 웃는 이름표에도 뭉클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나도 그녀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은 솔로이긴 하지만 솔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뭉클들도 있었다. 옮긴이가 말한것 처럼 아기씨와 아줌마의 차이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또는 그냥 개개인의 차이라고 해두자.

 

사실 살아가면서 뭉클할때가 꽤 많다. 남들보다 결코 감수성이 풍부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때이면 더욱 그 뭉클함의 강도가 짙어진다. 똑같이 듣던 노래가사에도 괜히 뭉클해지기도 하고 매일 보는 그 길의 나무들이 괜히 뭉클해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에 치우쳐 그리고 가정일에 치우쳐 느끼지 못하는 감성들을 혼자다 보니 조금은 더 많이 느끼고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스다미리가 느끼는 뭉클함은 이런 것이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든들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뭉클, 전시회를 혼자 온 남자에게 뭉클,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에게도, 짧은 넥타이를 맨 사람에게도 모두 뭉클하다. 사실 나는 그녀의 뭉클함에 나도나도를 외칠수가 없었다. 나는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화가 나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외치고 싶고 짧은 넥타이를 맨 사람에게는 어찌나 촌스러운지 하면서 다시 제대로 매라고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뭉클'이라는 말 자체가 감정과 관련된 단어이다 보니 개인간에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그 뭉클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꼬맹이를 키운다면 그 꼬맹이가 일어섰을 때, 그리고 걸을 때 뭉클할 것이고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의 뭉클함은 뭐 말할것도 없을 것이고 그 꼬맹이가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을 한다면 더욱 뭉클하겠지. 갑자기 울 조카들에게 '고모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 사랑한다고 말하기 교육을 좀 시켜야 할 듯 하다. 그 외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느끼는 뭉클함은 어떤게 있을까. 연인이 자신을 챙겨줄때 뭉클함, 처음 손을 잡을때의 뭉클함, 같이 밥을 먹을때의 뭉클함 그런 것들이 있을까.

 

그럼 아무 연인도 없는 사람이라면 뭉클할 때도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나처럼 충분히 주위에서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하다못해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도 뭉클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말이다. 자신의 주위에 돌아보면 언제든지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오즈믜 마법사에서 나오는 나무꾼처럼 철심장을 가지지 않고서야 누구든지 느낄수 있는 뭉클함.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나 사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라. 새삼스럽게 뭉클함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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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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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이렇게 공감가는 제목이 또 어디 있을까. 매번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버럭'하고 말아버린다. 단 하루도 화를 내지 않고 지나간 날이 있었을까. 사실 내가 내는 '화'라는 존재는 화라기보다는 잔잔한 것에 대한 '짜증'일때가 더 많다. 어렸을때도 그랬느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며가면서 더욱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내는 것 같다. 버릇처럼 내는 짜증. 말소리에서 묻어나는 짜증.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는 그런 아무 못된 버릇이다.

 

그런 반면 또 금방 풀어지는 성격이기도 하다. 버럭 화를 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무일 없이 행동하는, 나와 성격이 다른 사람이 본다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일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다. 금새 잊는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내 그런 모습을 보고 또 누군가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방금 했다. 난 단지 화를 낸 채 잠자리에 들지 말라는 성경상의 말씀을 실천한 것 뿐이고, 화를 내고 풀어버리는 그 주기가 지극히 짧은 것 뿐이고, 왠만해서는 짜증에 그칠뿐 화를 내지는 않는 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마스다미리의 다른 책과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고양이 마스크를 뒤집어 쓴 얼굴이다. 강아지 일지도 모른다. 그 캐릭터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인식하면 좋겠다. 아마도 그냥 맨얼굴에 화를 내는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마스크를 씌우고 싶었나 보다로 이해하기로 한다.

 

이 친구 정말 사소한 일에 버럭한다. 이불을 사러 가서 사이즈를 물어보고 점원이 '혼자라면 이 사이즈가 맞아요.' 라고 응대하는 말에 버럭하고 만다. 내가 언제 혼자라고 말했냐고 하면서 말이다. 약간의 자격지심 아닐까. 혼자라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 말이다. 점원이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사러 온 사람이 혼자였으니 말이다. 만약 둘이서 사러 왔다면 점원은 다르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점원이 앞서 나간 것도 있지만. 서로간의 생각의 차이일뿐 그것을 가지고 버럭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약간은 이해를 할 수 없는 버럭부터 잘난척 하는 사람에게 잘난척 질색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화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화들이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사실 여기 나오는 화들은 큰일날 것처럼 그렇게 큰 화는 없다. 나처럼 일종의 생활속의 잔잔한 짜증이거나 또는 저마다의 관점이 다름으로 해서 생겨나는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그런 소재를 가지고 맛깔나게 버무려 놓은 한 권의 에세이. 누군가는 너무 가볍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것이 마스다 미리 에세이의 장점이다. 그녀의 카툰은 공감을 할 수가 있어서 좋고 에세이는 가벼워서 좋다.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맞장구를 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알고픈 남자들이라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여자들이 왜 화를 내는지, 왜 짜증을 내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지침서라고나 할까. 종종 남녀간의 차이때문에 여자을 이해하지 못해서 절절 매는 남성들이라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두는 것이 필요할 것도 같다. 다음번에 당신의 엄마나 누나나 여자친구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낼때 이 책을 읽은 후라면 아마도 그 짜증의 사소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자상함의 왕으로 손꼽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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