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마스다미리의 에세이 두 편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에세이집이라 형식은 비슷할지 몰라도 내용은 전혀 상반된다. 한권이 버럭하고 화를 내는 내용이라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자신이 또는 자신의 주위의 있는 사람이 뭉클함을 느꼈을 때를 이야기하고 있다. 원제에 있는 '큔토쓰루'라는 말은 정확하게 뭉클이라는 말보다는 '찡하고 짠하고 뭉클하고'라는 모두의 뜻을 가지고 있다니 한국말의 '뭉클'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그 세가지 감정을 모두 느끼면서 읽는 것도 이 책을 좀 더 뭉클하게 느낄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여느때처럼 옮긴이의 말을 먼저 본다. 같은 나이대지만 그녀의 뭉클에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며 그것은 아마도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점이 아닐까라고 했다. 마스다미리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지 않고 그러다보니 아이가 있는 엄마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남자들을 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학생의 웃는 이름표에도 뭉클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나도 그녀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은 솔로이긴 하지만 솔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뭉클들도 있었다. 옮긴이가 말한것 처럼 아기씨와 아줌마의 차이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또는 그냥 개개인의 차이라고 해두자.

 

사실 살아가면서 뭉클할때가 꽤 많다. 남들보다 결코 감수성이 풍부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때이면 더욱 그 뭉클함의 강도가 짙어진다. 똑같이 듣던 노래가사에도 괜히 뭉클해지기도 하고 매일 보는 그 길의 나무들이 괜히 뭉클해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에 치우쳐 그리고 가정일에 치우쳐 느끼지 못하는 감성들을 혼자다 보니 조금은 더 많이 느끼고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스다미리가 느끼는 뭉클함은 이런 것이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든들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뭉클, 전시회를 혼자 온 남자에게 뭉클,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에게도, 짧은 넥타이를 맨 사람에게도 모두 뭉클하다. 사실 나는 그녀의 뭉클함에 나도나도를 외칠수가 없었다. 나는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화가 나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외치고 싶고 짧은 넥타이를 맨 사람에게는 어찌나 촌스러운지 하면서 다시 제대로 매라고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뭉클'이라는 말 자체가 감정과 관련된 단어이다 보니 개인간에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그 뭉클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꼬맹이를 키운다면 그 꼬맹이가 일어섰을 때, 그리고 걸을 때 뭉클할 것이고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의 뭉클함은 뭐 말할것도 없을 것이고 그 꼬맹이가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을 한다면 더욱 뭉클하겠지. 갑자기 울 조카들에게 '고모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 사랑한다고 말하기 교육을 좀 시켜야 할 듯 하다. 그 외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느끼는 뭉클함은 어떤게 있을까. 연인이 자신을 챙겨줄때 뭉클함, 처음 손을 잡을때의 뭉클함, 같이 밥을 먹을때의 뭉클함 그런 것들이 있을까.

 

그럼 아무 연인도 없는 사람이라면 뭉클할 때도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나처럼 충분히 주위에서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하다못해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도 뭉클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말이다. 자신의 주위에 돌아보면 언제든지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오즈믜 마법사에서 나오는 나무꾼처럼 철심장을 가지지 않고서야 누구든지 느낄수 있는 뭉클함.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나 사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보라. 새삼스럽게 뭉클함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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