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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하아..이렇게 공감가는 제목이 또 어디 있을까. 매번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버럭'하고 말아버린다. 단 하루도 화를 내지 않고 지나간 날이 있었을까. 사실 내가 내는 '화'라는 존재는 화라기보다는 잔잔한 것에 대한 '짜증'일때가 더 많다. 어렸을때도 그랬느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며가면서 더욱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내는 것 같다. 버릇처럼 내는 짜증. 말소리에서 묻어나는 짜증.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는 그런 아무 못된 버릇이다.
그런 반면 또 금방 풀어지는 성격이기도 하다. 버럭 화를 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아무일 없이 행동하는, 나와 성격이 다른 사람이 본다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일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다. 금새 잊는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내 그런 모습을 보고 또 누군가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방금 했다. 난 단지 화를 낸 채 잠자리에 들지 말라는 성경상의 말씀을 실천한 것 뿐이고, 화를 내고 풀어버리는 그 주기가 지극히 짧은 것 뿐이고, 왠만해서는 짜증에 그칠뿐 화를 내지는 않는 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마스다미리의 다른 책과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고양이 마스크를 뒤집어 쓴 얼굴이다. 강아지 일지도 모른다. 그 캐릭터에 대한 뚜렷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인식하면 좋겠다. 아마도 그냥 맨얼굴에 화를 내는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마스크를 씌우고 싶었나 보다로 이해하기로 한다.
이 친구 정말 사소한 일에 버럭한다. 이불을 사러 가서 사이즈를 물어보고 점원이 '혼자라면 이 사이즈가 맞아요.' 라고 응대하는 말에 버럭하고 만다. 내가 언제 혼자라고 말했냐고 하면서 말이다. 약간의 자격지심 아닐까. 혼자라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 말이다. 점원이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사러 온 사람이 혼자였으니 말이다. 만약 둘이서 사러 왔다면 점원은 다르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점원이 앞서 나간 것도 있지만. 서로간의 생각의 차이일뿐 그것을 가지고 버럭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약간은 이해를 할 수 없는 버럭부터 잘난척 하는 사람에게 잘난척 질색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화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화들이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사실 여기 나오는 화들은 큰일날 것처럼 그렇게 큰 화는 없다. 나처럼 일종의 생활속의 잔잔한 짜증이거나 또는 저마다의 관점이 다름으로 해서 생겨나는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그런 소재를 가지고 맛깔나게 버무려 놓은 한 권의 에세이. 누군가는 너무 가볍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것이 마스다 미리 에세이의 장점이다. 그녀의 카툰은 공감을 할 수가 있어서 좋고 에세이는 가벼워서 좋다.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맞장구를 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알고픈 남자들이라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여자들이 왜 화를 내는지, 왜 짜증을 내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지침서라고나 할까. 종종 남녀간의 차이때문에 여자을 이해하지 못해서 절절 매는 남성들이라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두는 것이 필요할 것도 같다. 다음번에 당신의 엄마나 누나나 여자친구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낼때 이 책을 읽은 후라면 아마도 그 짜증의 사소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의 자상함의 왕으로 손꼽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