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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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즐겨라! 우리는 저지른다!> 어색하지만 말하자면 이것이 메르타의 모토였다.(324p)

하아~~~!!! 이 할머니 정말 답도 없다. 무대뽀, 왕오지랖. 남의 할머니기에 망정이지 우리 할머니 같았으면 열두번도 더 소리를 질렀음에 틀림없다.

할!!!!!!!!! 머!!!!!!!!!!!!!!!!!!!!!!!!!!!!!!!! 니 !!!!!!!!!!!!!!!!!!!!!!!!!!!!!!!!!!!!!!!!!!!!!!!!!!!!!!!

 

다섯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이 노인강도단의 리더격인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시다. 머리속에 생각이 나서 이것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 주위 친구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지 이루어내신다.

 

그에 반해 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뒷정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돈을 수억만금 가져오면 뭐하나. 보관 못해서 없어져, 남의 손에 넘어가서 없어져, 도둑 맞아 없어져. 이래저래 없어지니 정작 그 고생을 하고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시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모든 노인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소외받은 이웃들을 도와주면 살겠다던 나름 소박한 목표만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서 이 할머니의 무대뽀성은 이미 알아봤다. 요양원에 계시던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알란 할배처럼 요양원을 탈출하신다. 그것도 이번에는 일인탈주극이 아니라 단체다. 요양원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삼아 그 요양원을 도와주고자 한탕을 계획하셨는데 그것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진 나머지 결국 크게 한몫을 잡는데는 성공하셨다. 물론 그 모든 돈이 그들의 것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호텔 홈통에 매달려 있는 신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랬던 이 노인강도단, 아웃로 올디스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이름만으로도 번쩍번쩍한 라스베이거스다. 누구나 여행가고 싶어하는 가장 화려한 도시. 이들은 이곳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카지노를 털어보겠다는 아주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알다시피 카지노는 사설 경비원이 상주하는 곳이고 보안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달려 있는 곳이다. 수억만달러의 돈이 매일 오고가는 곳이니 그만큼 경비가 삼엄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곳을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침투해서 돈을 훔쳐올 궁리를 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작가는 전편에서처럼 이번 편에서도 여지없이 블랙코미디를 잔뜩 풀어내고 있다.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도 하듯이 픽션임을 내세워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 다른 나라들도 유럽국가를 포함한 - 노인문제는 큰 문제이고 요양원들도 천차만별이며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한데 이용하는 것도 다들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카지노를 털고 은행을 털고 박물관을 턴다.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강도단에게 휘말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하술하고 이들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주고 있으며 범인인 메르타 할머니를 잡아서 경찰서에 데력다 놓고도 바보짓을 하는 듯 이것이 구멍의 끝장판이다 하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다.

 

현실도 이런가. 모르긴 해도 별다를 것은 없단 생각이다. 실제로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우리나라에도 노인강도단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로 노인들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이 되곤 하니 소설속의 범죄가 비단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소설속의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을 도와주기 위한 현대판 로빈후드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작가의 이상은 메르타 할머니를 통해서 아주 잘 이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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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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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나 엘프 마법사등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엇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런 것을 표현한 것이 판타지다. 콜라캔을 던졌을 뿐인데 펭귄이 되어 나타나고  체스판 속에서 박쥐가 휘몰아치고 숲 한가운데에 우주선을 닮은 투명한 존재가 있다면 이 역시도 판타지가 아닐까?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랬으면 재미있겠다 하고 바라게 되는 그런 일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어른들은 출근을 하는 그런 평범한 아침, 사람들은 한 곳을 보며 딱 멈춰선다. 줄지어서 가는 펭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동네는 남극만큼 추운 동네도 아니고 어디 동물원이 문을 단속하지 않아서 이 친구들이 탈출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한 무리의 펭귄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어렸을 대 내친구는 침대 밑에 4차원의 세계가 있어서 자신이 그곳으로 빨려들어갈까봐 침대에서 못 자겠다고 했다. 욕조에서 물을 뺄 때면 배수구가 블랙홀 같아서 무섭다는 우치다도 비슷한 아이일까? 그런 우치다와 함께 탐험을 계속하는 아오야마. 아직 4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주제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능력이 있는 아이다.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노트에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것으로 기록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만의 실험을 계속하면서 주위를 탐색해간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다.이런 아이 같으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으리라. 아니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느라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괴짜같은 요 아이가 바로 이 펭귄하이웨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어른 스러운 단어를 사용함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다움이 보이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은  또 아이답지 않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치과에서 일하는 누나와 친하게 지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슴의 존재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다. 아마 첫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먼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그랬었구나 하고 추억할 수 있는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상황도 존재한다. 일종의 왕따라고도 느껴지는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아오야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것쯤은 자신의 연구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 쿨하게 넘길 뿐이다. 우치다와 더불어 함께하는 하마모토까지 세명의 친구들은 삼총사가 되어서 자신들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비밀로 숨겨 놓고 그곳에 아지트를 만들어 변화를 관찰하면서 물질에 대해서 연구한다.
 
현실과 상상이 모호하게 섞여 있는이야기는 판타지스러우면서도 과학적인 면에서는 sf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역자는 sf판타지라고 칭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이야기는 판타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니로 만들었을 때 가장 그 특성이 드러날 것이다.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도 그런 요소는 강하게 드러난다. 단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곳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변하게 되는 장면의 전환이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만나지는 인간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일단 하얘진 부분에 거품이 이는가 싶더니 까맣게 색깔이 변해갔다. 그러더니 캔 전체가 흐읍 하하고 한숨을 들이마신 것처럼 부풀어 오르나 싶더니 양쪽으로 터지듯 새까만 날개가 튀어나왔다. 콜라 캔은 흰색과 검은색을 띠면서 변태를 거듭했다. (54p)
 
그런 식으로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환상과 현실의 조화.  괴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버랩되거나 묻혀짐으로 인해서 독자들은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파란 하늘로 던져진 빨간 콜라캔이 까맣고 하얀 펭귄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애니로 어떻게 그려졌을까. 궁금하다면 곧 개봉하는 애니로 확인해 보시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하고 즐겁지만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즐거울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0wBBIU0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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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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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구름이 여기저기서 소용돌이치며 엉켜들었다가 도로 떨어지고 맞닿았던 곳에서 새로 짙은 먹구름이 생겨나는 듯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380p)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게된 산마처럼 비웃는 것. 다른 시리즈와 동일하게 한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지며 기괴함을 장착하고 호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인 도조 겐야가 사건 현장에서 직접 이 사건을 풀어낸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모으며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기는 하나 전형적인 탐정과는 거리가 멀다. 증거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리하는 것과도 약간은 거리가 있다. 일단은 이 사건들이 증거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귀신이 나타난다는 형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설명을 할때도 이건가? 아니, 이것이 아니다 하면서 비틀기를 몇 번. 결국 진범을 밝혀내기까지는 주인공조차도 몇번의 실수를 거듭한 이후에야 겨우 밝혀낸다. 독자들은 그로 하여금 더욱 혼란스럽게 되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수가 없게된다. 안심하는 순간 곧바로 다른 변주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을 앞두고 몇장의 이야기들은 더욱 집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겠다.

 

자기가 몰랐던 기이를 조금이라도 접하면 그순간 모든 것을 잊고 그 대상물을 향해 돌진한다는 도조 겐야. 어느날 출판사로 들어온 하나의 원고를 접하고 그 사건이 일어났던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늘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는 그는 명탐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단순하게 괴이수집가라만 명할수도 없다. 결국은 그가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은밀하게는 그를 반탐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에 따라서 성인참배를 하러 나간 한 남자는 그저 단순한 일방통행로에서 길을 잃고 만다. 갓난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달려가다 생긴 결과이다. 흉산이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날은 저물고 그는 헤매다가 산속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만다. 그것은 번듯한 집 한채이다. 나이 든 여자와 남자 한명, 그보다는 젊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 한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마 한명까지 그 집에서 살고 있다. 

 

길을 잃었고 산마에게 쫓기기까지 했던 그는 그곳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루밤을 묵은 그는 아침이 되어 내려가서 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아침밥을 먹는 중에 사라져 버린 가족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분명 밥과 반찬이 그대로 있는데 가족들만 없어진 것이다. 그가 어젯밤에 본 가족들은 정말 존재했던 사람들일까. 

 

배가 고팠던 그는 가족들을 기다리다가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기에 위해서 문에 손을 대는데 빗장이 질러져 있는 문. 밖에서는 빗장을 지를 수 없으므로 분명 아무도 나가지 않는 것이 분명할텐데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나가지 않은 이 집에서 밥을 먹다 없어진 가족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한 명도 아니고 다섯명이 단체로 없어진 사건. 본능대로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나는 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이 성인참배를 무사히 마칠수가 있을까.

 

이른바 일가족 밀실 증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겐야는 이 남자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단순하게 없어진 가족들만 찾아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사건은 일련의 살인사건과 엮이게 되면서 종잡을 수 없는 미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미쓰다 신조의 기이담에는 동요가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티 여사의 열개의 인디언처럼 불려지는 노래. <백색지장님 오른다>로부터 시작해서 <금색지장님 비?牙?다>로 끝나는 노래는 사건과 맞물려서 더욱 기이함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전설의 존재 산마는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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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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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드림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민자의 입장이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어느정도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 그런 단편들이 모여있던 이야기.

 

임재희 작가 또한 외국에서 오래동안 살다와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가득한 한권의 책이다. 작가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서 영어란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269p)였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언어에 능하고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고 그속에 스며들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먼저 느끼고 있다는 사살이다. 살기 위해서 영어를 썼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용한 언어.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모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음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외국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동희. 그녀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인 거주증을 받아서 한국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드나들자니 미국국적이 편하고 이곳에 살려고 하니 한국국적이 편할 것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그 어느 쪽을 버리지도 못하고 둘다 한손에 들고 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가는 둘다 놓치기 마련이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여자는 그녀에게 알려준다. 주어진 2년동안 잘 생각해보라고. 그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말이다. 그 시간동안 동희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남의 나라 살면서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자 연장이다. 내 나라 사는 동안에는 전혀 필요치 않은 그 일 말이다.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가보면 외국인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기는 예사고 보통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왜 그나라에 머물러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고 얼마를 어디에 내었으니 이것을 연장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나의 서류라도 빼먹었다거나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오랫동안의 기다림도 허사로 돌아간다.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력이 났다고도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싫어서 사람들은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시민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보니 동희의 선택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녀는 미국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한국을 선택했을까.

 

동희이 이야기를 그린 <히어 앤 데어>를 시작으로 남편과 아들, 딸을 모두 잃은 작은엄마 이야기를 그린 <동국>. 남의 나라 헌책방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느끼게 되는 <라스트 북스토어>.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향하여 가는 이야기를 그린 <천천히 초록>. 자신이 바라는 넓은 집을 사고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연못을 팠지만 결국 원하던 연못은 완성되지 못했다는 <로사의 연못>.

 

더이상 쓸 수 없는 스타킹으로 조화를 만드는 여자와 알바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분홍에 대하여> . 남자는 예쁜 핑크로 된 꽃을 주문했지만 막상 꽃이 나오자 자신이 주문한 색과 다르다고 하는데 핑크와 분홍은 정녕 다른 것인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자신의 이름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나니 자신의 신분을 이해하게 된 <압시드>. 표제작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미국애서 다시 한국으로 향한 엄마. 그런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온 폴. 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엄마가 한 선택을 이해했을까. 왜 돌아와야만 하는지 말이다. 삼남매가 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드>. 총 9편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앞서 말했던 [드림랜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책에서는 유독 떠났거나 돌아오거나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입지를 표상해서 그려낸 주인공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는 작가의 삶이 묻어나온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고 작가의 생활을 드러내는 것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을때면 또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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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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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나눠준 음식을 끊임없이 바닥에 흘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줌을 지려대고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의 비참함을 당신이 아느냐는 말이야.(180p)


- 직업 윤리가 결여된 사회복자사의 푸념이다. 절규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럴 줄 몰랐던가. 요양원 노인들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사실 아니었던가. 노인들을 학대하느니 다른 직업을 찾는게 제대로 된 생각 아닐까. 이런 답답함은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있다.노인 학대가 새로운 문제거리로 부상 중이다.


1. 구명 조끼가 모자라


작가는 필시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을 들어서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펼쳐지는 이야기를 본 순간, 한 남자가 구명조끼가 승선한 사람 수보다 모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끼를 찾아서 여기저기를 헤매는 순간, 이 모든 사태를 처리해야 할 선장 및 승무원이 벌써 배를 달아났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알아 낸 순간마다 세월호가 생각이 났다. 물론 탄 사람들도 저마다 다르고 이야기의 전개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조끼를 찾아서 여기저기 헤매던 남자는 어찌 되었을까. 타이타닉의 잭이 아닌 다음에야 이 위급한 순간에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서 주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동물이 아니었던가. 위급한 순간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남자. 조끼를 찾지 못하자 이제 직접 공격에 나선다.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사람, 한 여자가 눈에 띈다. 그 여자에게로 가서 조끼를 잡는다. 여자도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터라 순순히 뺏기지는 않는다. 결국 폭력사태가 일어난다. 아무리 해도 여자가 남자를 이기기는 힘든 법. 결국 남자는 조끼를 빼앗았고 여자는 빼앗겼다. 


이 경우 이 남자에게 폭행죄를 물을 수 있을까? 아니 여자가 이로 인해 죽었다면 이 남자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까? 법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2. 은혜와 원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세번째인 이 책은 [은수의 레퀴엠]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레퀴엠. 진혼곡. 죽은 이의 영을 달래기 위한 노래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이 글의 전면에서 흐른다. 레퀴엠이 들려지는 곳, 두 곳을 찾아서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면 당신은 작가가 꼭꼭 숨겨두었던 인물들간의 관계를 좀더 일찍 눈치챌 지도 모른다. 


얼핏 한국 사람의 이름처럼 들리는 제목의 '은수'라는 단어는 은혜 은, 원수 수, 즉 은혜로운 인물과 원수의 진혼곡인 셈이다.  서로 상극인 두 단어. 은혜와 원수. 본문 상에서는 어떤 은혜로운 사람과 원수가 상반되고 있을까.


3. 내가 범인이요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미코시바 변호사이지만 사람들이 소문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체배달부'로 불리는 자신의 별명만 보아도 알수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 사람을 죽였고 그로 인해 소년원에 있었고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문은 때로는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그는 조금 더 월세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겨야만 했다. 


그런 그를 걱정해 사무원이 건네준 신문 상에서 접하게 되는 하나의 사건. 요양원에서 휠체어 신세를 지는 노인이 사회복지사를 죽였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미 자백은 다 하고 살인도 인정한 상태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알고보니 그는 자신이 소년원에 있었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교관이 아닌가. 


자신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사건을 물불 가리지 않고 빼앗아 온 그는 이제 자신을 구해주었던 은사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잡았다. 그는 과연 이 사건을 무죄로 돌릴 수 있을까. 이미 자백으로 기결된 사건을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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