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드림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민자의 입장이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어느정도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 그런 단편들이 모여있던 이야기.
임재희 작가 또한 외국에서 오래동안
살다와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가득한 한권의 책이다. 작가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서 영어란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269p)였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언어에 능하고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고 그속에 스며들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먼저 느끼고 있다는 사살이다. 살기 위해서 영어를 썼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용한 언어.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모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음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외국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동희. 그녀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인 거주증을 받아서 한국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드나들자니 미국국적이 편하고 이곳에 살려고
하니 한국국적이 편할 것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그 어느 쪽을 버리지도 못하고 둘다
한손에 들고 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가는 둘다 놓치기 마련이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여자는 그녀에게 알려준다. 주어진 2년동안 잘
생각해보라고. 그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말이다. 그 시간동안 동희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남의 나라 살면서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자 연장이다. 내 나라 사는 동안에는 전혀 필요치 않은 그 일 말이다.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가보면 외국인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기는 예사고 보통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왜 그나라에 머물러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고 얼마를 어디에 내었으니
이것을 연장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나의 서류라도 빼먹었다거나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오랫동안의 기다림도 허사로 돌아간다.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력이 났다고도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싫어서 사람들은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시민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보니 동희의 선택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녀는 미국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한국을 선택했을까.
동희이 이야기를 그린 <히어 앤
데어>를 시작으로 남편과 아들, 딸을 모두 잃은 작은엄마 이야기를 그린 <동국>. 남의 나라 헌책방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느끼게 되는 <라스트 북스토어>.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향하여 가는 이야기를 그린 <천천히 초록>. 자신이 바라는 넓은
집을 사고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연못을 팠지만 결국 원하던 연못은 완성되지 못했다는 <로사의 연못>.
더이상 쓸 수 없는 스타킹으로 조화를
만드는 여자와 알바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분홍에 대하여> . 남자는 예쁜 핑크로 된 꽃을 주문했지만 막상 꽃이 나오자 자신이
주문한 색과 다르다고 하는데 핑크와 분홍은 정녕 다른 것인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자신의 이름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나니 자신의 신분을 이해하게 된 <압시드>. 표제작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미국애서 다시 한국으로
향한 엄마. 그런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온 폴. 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엄마가 한 선택을 이해했을까. 왜 돌아와야만 하는지
말이다. 삼남매가 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드>. 총 9편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앞서 말했던 [드림랜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책에서는 유독 떠났거나 돌아오거나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입지를 표상해서 그려낸 주인공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는 작가의 삶이 묻어나온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고 작가의 생활을 드러내는 것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을때면 또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