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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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때로는 벼룩 같은 짜증과 뾰루지 같은 실망의 연속이다. (263p)

 

작가가 써놓은 짧은 글들의 향연이 마치 아코디언의 바람구멍이 접혔다 펼쳐지듯이 굽이굽이 파도를 타고 넘실대고 있다. 촥 펼쳐진 부채살에 천이나 종이를 놓고 한 살 한살 착착 접듯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이다. 여러 시즌으로 연결된 드라마의 한 시즌안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듯이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줄을 지어 연달아서 나오고 있다. 매력적이다.

 

거기다 비유적인 표현은 정말 주옥같다. 조개 속에 숨겨진 진주를 찾기 위해서 수천개의 조개를 까야하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그런 표현들을 볼 수 있다. 넘쳐나는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단,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무엇일지 곰곰히 씹어야 한다. 그저 후딱 눈으로 보고 지나갔다가는 분명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가령 행복하고 취한 치약처럼 웃고 (39p)에서 보자. 여기에서 '치약'은 왜 사용된 걸까. 치약이 행복할리도 없고 취할수도 없는데 말이다.  거기다 입을 꼭 다문 조개처럼 행복하다.(111p)는 표현은 어떠한가. 조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데 행복한 것일까. 아마도 입을 열면 잡혀갈텐데 그렇지 않아서 행복한 것일까. 


이런 표현은 어떤가. 크리크의 겨울은 새하얀 갑옷 같았고, 길은 갑옷을 베어내는 얼음 칼이었다. (167p) 갑옷을 베어나는 칼, 그것은 바로 길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비유가 아니라 누구도 할 수 없는 특정한 비유다. 그것이 바로 저자의 글이다. 왜 그의 글을 읽고 공부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것들은 침대 옆 유리잔에서 물고기처럼 뛰어 오르고 있었다.(255p) 이런 표현은 약간 식상한가.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정확하게는 옷이 나를 입고 있었다.(170p) 무엇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되어지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이것은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었다 일어난 작가의 모습이다. 신선한 발상이지 않은가. 


비유적인 표현의 절정은 개인적으로는 <태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이라 생각한다. 지구상 가장 큰 바다. 그 바다를 작가는 태평양을 초코바 포장지로 덮어두고 떠났다. (27p) 이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가? 작가의 표현방식에 의하면 누구라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의 전환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이 알수 있는 그런 특권.


하나 더 <창문>이라는 글도 그러하다. (319p) 작가는 자신의 기분을 짧은 글로 나타냈다. '그러니까 아주 추운 날 김이 서린 부엌 창문 같다.'로 시작하고 있는 이 글은 어찌보면 제목 그대로 창문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지막 줄에 보면  ... 그게 오늘 아침의 내 기분이다.  라는 글로 맺었다. 감탄의 소리가 아니  나올 수 없다. 

 

'눈'이라는 동음 이의어를 표현한 글은 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사형수들의 식단표를 소재로 삼은 글이나 단돈 50달러인 차에 관한 설명은 그야말로 해학적인 분위기까지 드러내고 있다. 약간의 블랙코미디랄까. 일본인 부인과 결혼해서 몬태나와 도쿄를 오가면서 그린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그 어떤 책들보다도 더욱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참신한 비유를 원한다면 필독을 추천한다. 


 

카시트도 없고, 팬더도 없고, 백미러도 없고. 헤드라이트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고., 범퍼도 없고, 타이어도 없고, 트렁크도 없고, 윈도브러시도 없고, 앞 유리창도 없다.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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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 - 김종회 문화담론
김종회 지음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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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의 글이라고 해서 그저 단순히 어렵거나 딱딱하기만 한 글일줄 알았다. '삶과 문학의 경계'라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평생을 추구해온 문학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서 하등 어렵지도 않을뿐더라 오히려 읽는 재미가 톡톡한 글들이었다. 한편의 글들의 길이도 길지 않아서 더욱 읽기에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이야기의 소재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추모의 글들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북한문학이나 중국문학들에 대한 설명하고 있는 전문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그런 다양한 면이 아마도 제목을 더욱 충족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고성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그곳에서의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디카시'라는 것인데 처음 들었을때는 이런 단어도 있는가 하면서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그것이 다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금새 이해가 된다.

 

'시'라는 장르를 조금은 더 현대적으로 조금은 더 접근하기 쉽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고 보면 된다. 디카나 폰으로 사진을 찍고 거기에 간단하게 글을 적는 것이다. 요즘은 어플들도 많이 있어서 더욱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단순히 짧은 글들을 시라고 할수는 없겠으나 넓게 보면 자신이 만들어 낸 글들을 전부 문학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부르지 못할 것도 없다싶다. 작가는 이런 새로운 것이 자신의 고향에서 발원되었음을 드러내고 있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인 설명들은 고성말고도 여러 군데 있다. 황순원 문학관을 설명하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군포를 소개하기도 한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뚜렷한 특산물도 내놓을 만한 전통문화도 없는 형편이었으나 '책과 독서의 명품도시' 비전으로 설정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168p)

 

서울 근교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인데 역시 책과 관련이 있는 직업을 가진 작가라서 아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시장이 바뀌고 나서 이런 특징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전 시장은 연임을 여러번 하면서 자신이 가진 책에 대한 소신을 시 곳곳에 심어두었는데 정권변화가 새삼 인식되는 순간이다. 좋은 것은 새로운 인사가 오더라도 계속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만 하더라도 5년을 하면 끝이니 그때마다 바뀌는 정책들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없다.

 

특히 교육 부문에서는 십년 아니 그 이상도 봐야 하는 것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정책인 통에 어디에 맞춰서 교육을 해야 할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비단 교육분야 뿐일까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비리도 더 심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저 단 5년동안 자신이 원하는 마음대로 하면 그뿐 아닌가.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향토문학을 설명하면서는 이병주 작가의 책을 언급했는데 낯익은 제목을 읽다보니 발견했다. 얼른 책꽂이에 가서 살핀다. 역시나 있다. 범우문고에서 나온 [소설* 알렉산드리아]다. 1989년 2판 2쇄가 발행된 작품으로 책챗의 뒷면에 1,000원이라는 가격표기 반갑기 그지없다. 163페이지의 손바닥만한 문고본의 가격이 이정도 .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책값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몇번 손에 들었지만 아직 끝까지 읽지 못했다. 김종회라는 평론가가 언급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이 책을 그저 간직하고만 있을 뿐 가치를 알지 못했을수도 있다. 역시 책은 책을 부른다는 말이 정답이다.

 

작가는 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는다고 했다. 삶은 곧 문학이 아닐까. 즉 문학이라는 큰 카테고리 속에 내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자그마한 나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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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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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률을 말하는 태도는 엄격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째서 이렇게 상냥할까. (24p)


이 책을 읽기 전 [테미스의 검]을 다시 꺼내 들엇다. 그 이야기에 판사 시즈카가 등장을 한다. 그녀는 검사들이 조사해 온 것을 바탕으로 사건을 보고 판결을 내렸다. 그것이 원죄가 되어 버렸고 더 비약해서 그녀의 스캔들로 퍼졌다. 그녀는 자신이 내린 판결에 책임을 다하고자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자진해서 퇴임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다. 퇴임하고 손녀이자 법을 공부하는, 장래 후배가 될 마도카와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 


경찰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은 동료 경찰의 것이다. 그는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로 인해서 일단 용의자로 몰린다. 진범은 누구일까. 


할머니의 시체를 발견한 손녀. 그녀는 자신이 만든 케익을 가지고 할머니의 집 앞에서 배달원을 만나서 같이 집안에 들어갔다가 둔기로 얻어맞고 죽은 할머니의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신흥종교 집단에 들어가있는 경찰관계자의 딸을 빼내야 한다. 교주가 죽은 후 부활을 바라고 있는 신도들. 이 집단이 숨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크레인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작업을 하는 것을 실시간 모니터로 확인했으나 범인은 보이지 않았다. 각기 따로 서 있는 두대의 크레인이지만 사람들은 외국인 작업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그는 정말로 이 살인을 저질렀을까. 


외국의 국가원수가 일본을 방문 후 자신의 호텔방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의 방 앞에 있는 문들을 모두 열어 놓고 층 자체를 통제해서 누구도 들어올수도 나갈수도 없는 일종의 밀실형태다.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대통령의 부인이자 그를 호위하는 사람들 뿐 이 중에서 범인이 있는 것일까.


총 다섯개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작가는 [테미스의 검] 이전에 이 책을 먼저 썼다고 하고 작가의 초기 작품에 속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시즈카 할머니는 사건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마도카가 등장을 할 뿐이고 가쓰라기가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만히 앉아서 풀이를 하는 안락의자 탐정 형이라고 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저질러지는 일들은 살인을 비롯해서 상당힘 심각성을 띠고 있는 유형의 사건들이다. 


그런 사건들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현실적이지는 못할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으며 겉으로는 평온한 듯이 보이지만 물 아래에서 미친듯이 발을 내젓고 있는 오리처럼 이 이야기들도 평온해 보이는 반면 그 이면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물레방아 돌아가듯이 팽팽 소리를 내며 줄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도 외국인을 보기 힘든 나라였고 이주자에 대한 반감이 심한 편이었다.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미국처럼 다민족사회가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므로 사회비판적인 면을 꾀하고 있다. 


거기다가 마도카와 가쓰라기의 담백하면서도 심플한 사랑이야기까지. 생각지 못한 반전은 작가의 책을 읽었다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시즈카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 될 예정이다. 미즈비사 변호사와 와타세 경부 거기에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에 시즈카 시리즈가 더해진다. 나카야마 월드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가.


일의 가치는 조직의 크기와 수입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기 이외의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할 수 있느냐로 정해지는 거란다.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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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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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고하기까지 한 수선화가 살인에 사용되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한 남자가 공원에서 총에 맞은 채 발견되었다. 여자 잠옷으로 보이는 것을 온몸에 감은채로 손을 곱게 모은채로 가슴에는 수선화 한다발이 놓여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 남자를 살해한 것이며 꽃은 또 왜 이 위에 놓여있는 것인가. 범인이 무슨 의미로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살인을 암시하는 범행의 징조인가.


사건이 벌어지면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경찰이다. 작가는 기존의 경찰을 뒤로 한 채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피해자의 친척이자 상하이의 경찰인 탈링이다. 그는 중국 형사와 더불어 이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가 유일한 상속자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런 조건이 드러나면서 그마저도 용의자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유명백화점의 사장이었던 피해자. 그를 죽인 사람은 무엇때문에 그를 죽인 것일까. 아니 '왜'라는 의문점을 벗어나서 분명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은 터 원래 사건이 벌어진 곳은 어디인가.


사장이 관심을 가지던 백화점 여직원, 회사돈을 횡령하던 매니저, 자신이 돌봐주던 전과자, 거기다 탈링까지 용의자는 이렇게 좁혀진다. 이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여직원. 사건이 일어난 그날 그녀는 사장에게 전보를 보낸 것으로 밝혀지고 엄마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그곳에도 가지 못한다는 전보만 보냈다. 


그리고서는 사라져 버린 그녀. 그녀가 범인이라면 이 사건을 피해서 도망을 친 것임에 분명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녀가 지금 이 시점에서 없어졌다는 것은 의심만 가져다 주는 행동이다. 그녀를 찾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작가의 전작을 읽고 이 책을 읽겠다 결심했다. [트위스티드 캔들]. 지금의 스릴러나 추리와는 다르게 클래식한 면이 살아있던 그런 이야기였다. 빠르고 복잡하고 교묘한 스릴에서 잠시 벗어나서 사건을은 존재하지만 약간은 느린 템포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고서는 매력을 느꼈다. 


전작보다는 조금 더 현재의 추리물에 가깝게 보여진다. 사건도 더욱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전작의 클랙식함은 여전하고 고전과 현대물의 중간쯤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각 시대별 장르의 장점들을 모아놓은 정도랄까.


흰 얼굴의 남자, 작고 젊은 여자, 빠른 카트 등 주인공의 이름을 쓰지 않고 설명하는 중국 형사의 말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인디안 부족들이 이름을 짓는 것마냥 어느 순간엔가 정겹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으므로 처음에 누구를 가르키는 것인지 매치해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참고로 빠른 카트는 차를 의미한다. 그때 당시에 중국인이 정말 저렇게 말을 했을까. 영어도 유창하다고 언급되어 있는데. 원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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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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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네번째 이야기가 조금 늦게 출간되었다. 기다린만큼 보람도 있고 기대감이 들어서 더욱 좋다. 특히 이번에는 표지가 확 바뀌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가던 기존의 표지에서 컬러부터 완전히 달라져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기분좋은 초록초록이다.


<사진 - 네이버 검색>

이상의 오감도이다. 나는 <오감도> 뿐 아니라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의 작가로 이상을 알고 있었다. 약간은 어려운 그리고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약간은 괴상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였기에 작가는 필연적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혼자서는 심심하니 그를 도와줄 친구인 작가 구보를 같이 콤비로 붙여준다. 

시리즈 첫편인 1권부터 3권까지 모두 읽었지만 앞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하지는 않는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이 펼쳐지고 앞의 책과는 주인공만 같을 뿐 연결성이 없으니 이 책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이상은 다방을 하는 금홍을 애인으로 두고 있으며 그 다방을 아지트로 삼아서 사건을 의뢰받고 그곳을 중심으로 구보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맡겨지는 의뢰는 다양하다. 사라진 사람을 찾아달라는가 하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달라기도 하고 그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의뢰도 있다. 

이런 것은 경찰에서 해야 하지 않을가 싶은 사건들은 경찰과 더불어 일을 하는가 하면 오히려 경찰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들은 지금과 비교해서 전혀 다를바 없다. 사람이 사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이 크게 다르겠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작가는 많은 사전작업들과 조사를 통해서 실존했던 사건들과 주인공들을 픽션과 잘 믹스시켜 두었다. 어디까지가 실존했던 사건이고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줄 모르게 말이다. 그 섞임이 오묘해서 각각의 다른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도 맛있는 음식들을 잘 섞어서 더욱 맛나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하고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속 내용들은 현재의 사건들과 이질감이 없이 동화된다. 거기다가 얼굴을 우락부락하고 어깨가 매우 넓은 가슴팍과 상박이 꽉 끼는 옷을 입은(341p) 마인석 사장은 이름부터 얼굴과 몸에 이르기까지 영화배우 마동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님은 마동석 배우의 팬일까.

그런가하면 우체국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낙서들 또한 지금과 비슷한 면을 많이 보인다. 단지 그 내용이 다를 뿐이다. '이완용 바보'부터 시작해서 '일본타도' 그리고 '대한독립만세'에 이르기까지(127p) 그때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글 속에서 녹여서 보여주는 것이다. 

74페이지에서 나오는 보드게임은 또 어떠한가. '대동아게임'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일제가 점령한 국가나 예정인 나라들의 특산품을 연결해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현재라는 틀 속에 과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과거라는 틀 속에 현재를 담고 있기도 한 믹스앤 매치가 전반적으로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일제치하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이상과 구보 콤비의 활약도 계속 볼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여성작가 탐정이 나온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세명의 합작이 이루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이상의 애인인 금홍이도 어느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금홍이도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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