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월이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네번째 이야기가 조금 늦게 출간되었다. 기다린만큼 보람도 있고 기대감이 들어서 더욱 좋다. 특히 이번에는 표지가 확 바뀌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가던 기존의 표지에서 컬러부터 완전히 달라져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기분좋은 초록초록이다.


<사진 - 네이버 검색>

이상의 오감도이다. 나는 <오감도> 뿐 아니라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의 작가로 이상을 알고 있었다. 약간은 어려운 그리고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약간은 괴상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였기에 작가는 필연적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혼자서는 심심하니 그를 도와줄 친구인 작가 구보를 같이 콤비로 붙여준다. 

시리즈 첫편인 1권부터 3권까지 모두 읽었지만 앞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하지는 않는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이 펼쳐지고 앞의 책과는 주인공만 같을 뿐 연결성이 없으니 이 책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이상은 다방을 하는 금홍을 애인으로 두고 있으며 그 다방을 아지트로 삼아서 사건을 의뢰받고 그곳을 중심으로 구보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맡겨지는 의뢰는 다양하다. 사라진 사람을 찾아달라는가 하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달라기도 하고 그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의뢰도 있다. 

이런 것은 경찰에서 해야 하지 않을가 싶은 사건들은 경찰과 더불어 일을 하는가 하면 오히려 경찰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들은 지금과 비교해서 전혀 다를바 없다. 사람이 사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이 크게 다르겠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작가는 많은 사전작업들과 조사를 통해서 실존했던 사건들과 주인공들을 픽션과 잘 믹스시켜 두었다. 어디까지가 실존했던 사건이고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줄 모르게 말이다. 그 섞임이 오묘해서 각각의 다른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도 맛있는 음식들을 잘 섞어서 더욱 맛나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이상과 구보를 주인공으로 하고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속 내용들은 현재의 사건들과 이질감이 없이 동화된다. 거기다가 얼굴을 우락부락하고 어깨가 매우 넓은 가슴팍과 상박이 꽉 끼는 옷을 입은(341p) 마인석 사장은 이름부터 얼굴과 몸에 이르기까지 영화배우 마동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님은 마동석 배우의 팬일까.

그런가하면 우체국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낙서들 또한 지금과 비슷한 면을 많이 보인다. 단지 그 내용이 다를 뿐이다. '이완용 바보'부터 시작해서 '일본타도' 그리고 '대한독립만세'에 이르기까지(127p) 그때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글 속에서 녹여서 보여주는 것이다. 

74페이지에서 나오는 보드게임은 또 어떠한가. '대동아게임'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일제가 점령한 국가나 예정인 나라들의 특산품을 연결해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현재라는 틀 속에 과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과거라는 틀 속에 현재를 담고 있기도 한 믹스앤 매치가 전반적으로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일제치하 경성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이상과 구보 콤비의 활약도 계속 볼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여성작가 탐정이 나온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세명의 합작이 이루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이상의 애인인 금홍이도 어느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금홍이도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분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