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때로는 벼룩
같은 짜증과 뾰루지 같은 실망의 연속이다. (263p)
작가가 써놓은 짧은 글들의 향연이 마치 아코디언의 바람구멍이 접혔다 펼쳐지듯이 굽이굽이 파도를 타고
넘실대고 있다. 촥 펼쳐진 부채살에 천이나 종이를 놓고 한 살 한살 착착 접듯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이다. 여러 시즌으로 연결된 드라마의
한 시즌안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듯이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줄을 지어 연달아서 나오고 있다. 매력적이다.
거기다 비유적인 표현은 정말 주옥같다. 조개 속에 숨겨진 진주를 찾기 위해서 수천개의 조개를 까야하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그런 표현들을 볼 수 있다. 넘쳐나는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단,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무엇일지 곰곰히 씹어야 한다. 그저 후딱 눈으로 보고 지나갔다가는 분명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가령 행복하고 취한 치약처럼 웃고 (39p)에서 보자. 여기에서
'치약'은 왜 사용된 걸까. 치약이 행복할리도 없고 취할수도 없는데 말이다. 거기다 입을
꼭 다문 조개처럼 행복하다.(111p)는 표현은 어떠한가. 조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데 행복한 것일까. 아마도 입을 열면
잡혀갈텐데 그렇지 않아서 행복한 것일까.
이런 표현은 어떤가. 크리크의 겨울은 새하얀 갑옷 같았고, 길은 갑옷을 베어내는 얼음
칼이었다. (167p) 갑옷을 베어나는 칼, 그것은 바로 길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비유가 아니라 누구도 할 수 없는
특정한 비유다. 그것이
바로 저자의 글이다. 왜 그의 글을 읽고 공부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것들은 침대 옆 유리잔에서 물고기처럼 뛰어 오르고 있었다.(255p)
이런 표현은 약간 식상한가.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정확하게는
옷이 나를 입고 있었다.(170p) 무엇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되어지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이것은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었다 일어난 작가의 모습이다. 신선한 발상이지 않은가.
비유적인 표현의 절정은 개인적으로는 <태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이라 생각한다. 지구상 가장
큰 바다. 그 바다를 작가는
태평양을 초코바 포장지로 덮어두고 떠났다. (27p) 이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가? 작가의 표현방식에 의하면
누구라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의 전환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이 알수 있는 그런 특권.
하나 더 <창문>이라는 글도 그러하다. (319p) 작가는 자신의 기분을 짧은 글로
나타냈다. '그러니까 아주 추운 날 김이 서린 부엌 창문
같다.'로
시작하고 있는 이 글은 어찌보면 제목 그대로 창문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지막 줄에 보면 ... 그게
오늘 아침의 내 기분이다. 라는 글로 맺었다. 감탄의 소리가 아니 나올 수
없다.
'눈'이라는 동음 이의어를 표현한 글은 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사형수들의 식단표를 소재로 삼은
글이나 단돈 50달러인 차에 관한 설명은 그야말로 해학적인 분위기까지 드러내고 있다. 약간의 블랙코미디랄까. 일본인 부인과 결혼해서 몬태나와
도쿄를 오가면서 그린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그 어떤 책들보다도 더욱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참신한 비유를 원한다면 필독을
추천한다.
카시트도 없고, 팬더도 없고, 백미러도 없고. 헤드라이트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고., 범퍼도 없고,
타이어도 없고, 트렁크도 없고, 윈도브러시도 없고, 앞 유리창도 없다.
(2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