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커버 에디션)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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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정말 지독한 오후],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까지 총 다섯권의 리안 모리아티의 책을 읽어왔다. 이번이 여섯번째 책이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 때를 아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잇다. 분명 장르소설은 아니지만 그런 흥미로움이 들게 만들었고 그런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으며 그로 인해서 읽는 재미란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러한 작가의 책이었다.

 

딱 한번, 첫느낌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그 이후로도 몇번 더 관심을 가지고 일부러 찾아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소설의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정도 스토리가 비슷해지고 그럼으로 말미암아 약간 진부해지고 그렇게 되면 바로  느슨해져 버리게 될 수도 있다. 전작에서도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그 느낌이 더욱 확실하게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아무런 교류가 없는 사람들이 등장을 한다. 아홉명의 사람들.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로 구성된 한 가족을 빼면 아무런 접점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이 곳에 머무르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힐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이 곳을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또는 소개를 받아서 이 곳을 찾아서 예약을 하고 앞으로 열흘동안 이 곳에 머무를 예정이다.

 

센터에서의 직원들은 총 세명. 그들은 사람들이 이 곳에 있는 동안 변화 될 것이고 이 곳을 나갈 때 쯤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되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단 자기네들이 지시하는 바를 잘  따른다면 말이다. 십대의 학생들도 아니고 이십대부터 오십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 저마다 직접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런 그들이 이런 통제하에서 잘 버텨낼까.

 

일단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게 된다. 자신들이 몰래 가지고 온 가방속의 물건들이 사라진 것이다. 센터측에서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물품들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가방을 뒤졌다는 생각을 하면 역시나 기분이 나쁘다. 거기다가 단식기간이 있는 것도 몰랐었고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스무디를 마시고 운동을 해야 한단다. 인터넷이나 폰은 반납을 해야 햤다. 첫날부터 침묵의 기간에 돌입하게 된 사람들.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도 모자를 판에 아무런 말을 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들은 이런 통제하에서 과연 자신들이 추구하던 힐링을 얻을수가 있을까.

 

각 챕처별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주어진다. 그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자신들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들이 이 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샅샅히 보여지게 된다. 그렇게 각기 개인플레이를 추구하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급반전해서 이 모든 사람들이 한 방에 갇혀있고 그들의 미션은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때 유행했던 방탈출게임도 아니고 이게 뭐람. 그들은 자신들을 가둔 이곳의 직원 아니 이 곳의 총책임자와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면서 이곳을 나갈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들은 어느 순간에 어떤 방법으로 나갈 수 있으려나.

 

너무 많은 사람들. 그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작가는 가족이라는 틀을 내세우긴 했지만 왜 꼭 굳이 아홉명이라는 대인원을 투입했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아직 남아있다. 존재감이 미미한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그 인물들을 걷어내고 조금은 더 벌어지는 사건들에 집중하고 당위성이라던가 개연성을 두었더라면 확실히 조금은 더 텐션이 탱탱하게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는다.

 

아홉명의 타인들. 아니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 사람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특성을 지닌다. 이렇게 완벽하게 다른 사람들 시아이에서는 어떠할까. 그 가운데서도 사람은 아니 사람들은 이기주의를 추구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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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녀석들
iHQ 미디어 지음, 장형심 / 성안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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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로 나올만큼 먹는 방송을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관심은 없는 편인다.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뭘 그렇게 보나 하는 생각 말이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다. 저렇게 방송에 뜨게 되면 사람들이 몰릴 것이고 그러다보면 기다릴 것이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먹겠다는 생각이랄까. 나 하나 그런다고 먹방의 인기가 수그러들지는 않는다.

 

텔레비젼을 즐겨 보지 않지만 어쩌다가 켰을 때 가끔 보이던 방송이 바로 이 <맛있는 녀석들>이었다. '한입만~' 을 외치던 그 누군가의 모습이 참 안되어 보이기도 하고 불쌍해보이기도 했는데 그들의 한입은 또 왜 그리 큰지 저게 다 들어가? 하면서 놀라기도 했더랬다. 네명의 좀 먹는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음식을 맛보고 자신들만의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맛있는 녀석들이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째란다. 눈 뜨고 나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유행일텐데 그런 치열한 다툼속에서 굳건히 살아남은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그들만의 음식소개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과장된 액션을 결코 일부러 취하지는 않는다. 맛에는 일가견이 있는 네명이 모였고 또한 리액션을 과하게 하기로 인정받은 개그맨들인지라 저것이 의도된 행동인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하에 그들의 맛평가는 제대로 믿어봄직하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권부터 시작해서 차츰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맛 좀 있다 하는 집들을 선별해 놓았다. 자질구레한 설명따위는 싹 빼놓았다. 방송 분을 편집해서 카툰처럼 구성해 두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모든 방송을 다 보여줄수는 없으니 그중에서도 고르고 추렸을 것이다. 각 지역별로 제작진의 두가지 픽을 따로 큐알코드로 첨부해두었다. 이 음식점은 제일 뒤쪽에 첨부된 맛집 지도에 주소와 전화번호가 나와 있으므로 만약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러면 충분히 찾아서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에 실린 다른 음식점들의 주소나 상호가 따로 나와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도에 첨부하기가 복잡했다면 각 지역을 설명할 때 간략하게 상호만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나중에 검색하기가 더 쉬웠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검색의 시대에 찾으려면 찾지 못할 것도 없지만 이왕 책이 나왔으니 알려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네명의 입맛이 사뭇 다르기에 그들이 추천하는 더 맛있는 팁도 다양하다. 거기다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들을 이용해서 여기 나오는 맛집의 음식들과 비슷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법도 알려주고 있으니 아쉬운대로 따라해 볼 만하다.

 

누군가는 분명 한번쯤은 이 방송을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워낙에 많은 채널에서 재방송을 해주고 있으므로 말이다. 조금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거나 나만의 비법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하는 사람들을 위한 궁극의 팁이 될 수 있을 것같은 그런 책이 바로 이 맛있는 녀석들이다. 이들이 추천해주는 대동맛지도를 가지고 맛탐방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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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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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도 감정도 없을 터인 식물이, 인간보다도 타자를 더 잘 수용하고 더 초연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참으로 얄궂다. (146p)

 

미우라 시온의 책은 전문적이다. [배를 엮다]라는 작품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내가 몰랐던 사전출판에 관한 이야기가 어찌나 세세하도록 나오던지 읽는 내내 내가 마치 그 출판사의 사전부에 있는 냥 느껴지게 되었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반면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 이름을 모르고 읽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아닌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키는 작가의 작품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식물학이다. 분명 작가는 식물학을 전공하기 않았을 것이고 설사 전공했다 하더라도 박사과정까지 수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약력상 그런 내용은 없었으므로 말이다. 그럼에도 식물학 박사과정에 있는 주인공을 통해서 그 과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카데믹하게 흘러버리면 과학수업 시간 같거나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나오므로 그 적절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주인공의 연구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적정선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 균형을 기가 막히게 맞춰놓았다. 마치 남사당패의 놀이꾼이 줄을 타듯이 음식점에서 일하는 후지마루의 요리분야와 식물학 공부를 하는 모토무라의 식물분야를 이쪽저쪽 넘실넘실거리고 있다.

 

결국 요리란 건 생과 사를 잇는 멋진 행위라고 생각한다. (18p)

 

제목의 '사랑 없는세계'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닌 식물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뇌가 존재하는 않는 식물들. 따라서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생각이라는 것도 없을 것이고 고로 사랑이라는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계에 사랑을 가지고 미쳐있는 모토무라. 그녀는 그 사랑없는 세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서라도 그들의 세계를 연구하려고 매진중이다. 절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를 키우고 그들을 수분시키고 유전자를 확인하고 세포의 수를 세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따분해보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루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만큼 흥미로운 일이며 관심이 있는 분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동년배의 다른 사람들처럼 누군가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데이트를 하는 일도 하다못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꾸미는 일도 관심외 분야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매일같이 연구실에 들러서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를 보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는 최고의 낙이자 살아있는 목표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누구하고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안 할 거예요. (96p)

 

그런 그녀에게 대뜸 고백을 해버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후지무라다. 그녀를 보고 그녀에게 빠져버리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아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세계, 그것이 좋았던 것일까. 그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격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연히 거절. 자신만의 세계 아니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세계에 빠진 그녀로서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거부할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만 해도 모자라는 시간이었기에 말이다. 그녀가 박사과정을 위한 연구만을 목표로 했더라면 또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박사과정이 끝난 후 그들의 관계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박사과정은 자신이 공부를 하는 가운데 있는 그야말로 하나의 과정일뿐 그녀는 진정으로 식물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세계가 궁금했던 것이다.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수도 있겠다. 그것이 끝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큰 영광을 꿈꾸는 것도 아닌데 그 세계에 빠져서 헤어 나올수가 없는 것 말이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식물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도 아닌 식물과 경쟁관계에 놓인 후지무라.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사랑없는 세계에서 그녀는 빼내어 자신의 소유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 세계 속으로 동화되어 가려고 노력중이다. 언젠가 그 사랑없는 세계에 그가 들어갈 수 있다면, 완벽하게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때쯤이라면 그녀도 그의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을까. 그때까지 부디 그가 지치지 않기를 식물관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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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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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원숭이라는 이름은 일본 닛코의 도쇼구 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사 입구 위에 원숭이상 세 개가 있는데, 첫 번째 원숭이는 귀를 , 두 번째 원숭이는 눈을, 세 번째 원숭이는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들 원숭이상은 각각 "악을 듣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네 번째 원숭이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45p)

 

<출처는 사진 속>

 

내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갔던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도쿄나 오사카, 교토가 아니었다. 닛코와 니가타라는 시골마을이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시즌이 끝난 후에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었다. 초록색이 참 푸르게 느껴졌던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이곳에서 바로 그 네마리 원숭이상을 보았었다. 그것을 스릴러 책에서 마주할 줄이야.

 

5년동안 일곱명의 여자들이 당했다. 범인은 한 사람당 세개의 상자를 보내왔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그리고 눈을 마지막으로 혀를 보냈다. 깨끗하게 잘려서 무슨 선물인냥 리본으로 묶여진 박스. 박스를 여는 순간 그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가해진 범행으로 말미암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범행은 일곱번에 걸쳐서 행해졌고 박스는 스물한개가 보내졌다. 시간은 5년이 흘렀고 경찰은 결국 그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이다.

 

사고현장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사고 현장이라는 파트너의 전화이다.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 왜 자신이 불려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는 준비를 하고 간다. 사고는 명확했다. 버스에 치인 한 남자. 자신은 결코 잘못이 없다는 버스 기사.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옛날도 아니고 블랙박스나 카메라를 돌려보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고때문에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상자였다. 지난 5년 내내 지극지극하게 많이 보아왔던 그 상자. 바로 그 상자가 그 남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이 남자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인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지만 제일 앞쪽에 등장인물의 설명을 해 놓고 있다. 이야기는 각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그래서 이렇게 인물소개를 미리 해두었는지도 모른다. 챕터별로 주인공이 달라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서 더 새로움을 주고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보일 수 있게 한다.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것은 중요하다. 매너리즘에 빠질수도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글에 익숙한 사람들은 약간의 오타나 말이 뒤집힌 경우가 있어도 그것을 인식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생활이 아닌 언어로 보는 외국인들은 틀린 점을 더 잘 찾아낼 것이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매번 보는 시각에서만 본다면 같은 것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해진다.

 

하나 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기'라는 이름의 다른 이야기가 겹쳐진다. 4MK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사고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노트다. 당연히 증거품 목록에 들어가야하지만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읽어보겠다면 그것을 따로 챙긴다. 이 일기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다.

 

이런 장르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일기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이 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사건의 누군가와 또는 범인과 연결을 시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일기와 현장은 평행을 달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전의 사건들이다. 한 아이의 일상을 그려놓고 있는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일탈을 보여주며 오히려 현실의 사건들보다도 더 깊이 그 속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4MK사건을 정리하며 피해자들과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드러난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차트로 정리해두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정리법이다. 바로 제프리 디버의 <라임시리즈>들이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두고 있지 않던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드러난 것들을 거기에 덧붙여 표기하는 방식이다. 해결된 것은 다시 한번 정리를 해둔다. 작가는 분명 디버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이 보인다. 라임시리즈와는 다르게 이 표가 자주 등장을 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특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데뷔작은 충분히 관심을 끌고도 남는다. 이 사건을 이끌어 가는 전담반의 샘 포터 시리즈는 두권이 더 나왔다고 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제 한번 맛을 본 이상 그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을 것 같다. 번역이 되지 않는다면 원서라도 찾아 읽고싶은 마음이 아주 굴뚝같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넣어주시지 않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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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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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면 배신당하지. 대신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일도 없어. (47p)

 

회사에서는 회의를 한다. 사장단 회의부터 시작해서 각종 작은 미팅들까지 회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서 그런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해서 그런지 끝없는 회의가 이어진다. 회의를 짧게 끝내기 위해서 팔굽혀펴기를 한 자세로 회의를 하는 사진을 보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더 짧은 시간에 끝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잘 알 수는 없다.

 

물론 회의가 길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물을 배출하지는 않는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고 결국은 쓸데없는 잡담만 늘어갈 뿐이다. 가능하면 가장 필요한 부분들로만 구성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사카도는 늘 양지바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하라시마는 그늘진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간다.(13p)

 

여기 한 회사의 회의가 있다. 영업2부는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보다도 훨씬 더 낮은 결과물을 내밀었고 그로 인해서 위에서부터 줄줄이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가 하면 엽엉1부는 그야말로 기세등등하다.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실적을 올린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 셈이니 칭찬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렇게 회사란 곳은 경쟁의 연속인 것이다. 그러나 잘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잘하라는 법은 없고 그것이 꼭 전부는 아닌 법이다.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하청은 적자가 된다. (87p)

 

회사가 크면 클수록 작은 부서들로 나누어진다.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 혼자 다해야하는 소규모의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일거리를 나누어서 작은 기업들에게 맡기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그런 자회사들까지도 자신들의 회사에 일거리를 넘겨서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이 더 많다.

 

하청을 받은 회사들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제품을 기한 내에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야만 그들과의 계약도 유지가 될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은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그들 사이에서도 비교를 해서 채택을 당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려고 할 것이다. 하청업체들은 한건이라도 더 사업을 따려고 가장 낮은 가격을 입찰할 것이다. 모두가 다 규칙과 규격을 지켜야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손해보는 것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란 말인가. 여기에서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이란 말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즐겁거든. 그렇게 하면 돈을 나중에 따라와.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는 방해. (365p)

 

청소년기를 지나고 대학까지 공부를 한 성인들은 자신의 직업을 찾아서 취직을 하게 된다.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이 무얼을 잘하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좋은가를 찾지 못해서 방황을 하기도 한다. 일이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그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었던가.

 

분명 도움은 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기뻐하는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기뻐하면 돈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그것은 이상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말이기도 했던가. 적어도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회사에 있는 각기 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벌어지는 다중화자의 이야기들은 가긱 다른 시점으로 회사의 일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사람은 이런 일을 이렇게 해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입장이라면 그렇게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옳은 건 옳은 거야.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그 외에 뭐가 있어.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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