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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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원숭이라는 이름은 일본 닛코의 도쇼구 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사 입구 위에 원숭이상 세 개가 있는데, 첫 번째 원숭이는 귀를 , 두 번째 원숭이는 눈을, 세 번째 원숭이는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들 원숭이상은 각각 "악을 듣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네 번째 원숭이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45p)

 

<출처는 사진 속>

 

내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갔던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도쿄나 오사카, 교토가 아니었다. 닛코와 니가타라는 시골마을이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시즌이 끝난 후에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었다. 초록색이 참 푸르게 느껴졌던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이곳에서 바로 그 네마리 원숭이상을 보았었다. 그것을 스릴러 책에서 마주할 줄이야.

 

5년동안 일곱명의 여자들이 당했다. 범인은 한 사람당 세개의 상자를 보내왔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그리고 눈을 마지막으로 혀를 보냈다. 깨끗하게 잘려서 무슨 선물인냥 리본으로 묶여진 박스. 박스를 여는 순간 그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가해진 범행으로 말미암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범행은 일곱번에 걸쳐서 행해졌고 박스는 스물한개가 보내졌다. 시간은 5년이 흘렀고 경찰은 결국 그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이다.

 

사고현장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사고 현장이라는 파트너의 전화이다.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 왜 자신이 불려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는 준비를 하고 간다. 사고는 명확했다. 버스에 치인 한 남자. 자신은 결코 잘못이 없다는 버스 기사.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옛날도 아니고 블랙박스나 카메라를 돌려보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고때문에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상자였다. 지난 5년 내내 지극지극하게 많이 보아왔던 그 상자. 바로 그 상자가 그 남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이 남자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인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지만 제일 앞쪽에 등장인물의 설명을 해 놓고 있다. 이야기는 각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그래서 이렇게 인물소개를 미리 해두었는지도 모른다. 챕터별로 주인공이 달라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서 더 새로움을 주고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보일 수 있게 한다.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것은 중요하다. 매너리즘에 빠질수도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글에 익숙한 사람들은 약간의 오타나 말이 뒤집힌 경우가 있어도 그것을 인식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생활이 아닌 언어로 보는 외국인들은 틀린 점을 더 잘 찾아낼 것이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매번 보는 시각에서만 본다면 같은 것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해진다.

 

하나 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기'라는 이름의 다른 이야기가 겹쳐진다. 4MK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사고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노트다. 당연히 증거품 목록에 들어가야하지만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읽어보겠다면 그것을 따로 챙긴다. 이 일기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다.

 

이런 장르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일기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이 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사건의 누군가와 또는 범인과 연결을 시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일기와 현장은 평행을 달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전의 사건들이다. 한 아이의 일상을 그려놓고 있는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일탈을 보여주며 오히려 현실의 사건들보다도 더 깊이 그 속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4MK사건을 정리하며 피해자들과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드러난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차트로 정리해두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정리법이다. 바로 제프리 디버의 <라임시리즈>들이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두고 있지 않던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드러난 것들을 거기에 덧붙여 표기하는 방식이다. 해결된 것은 다시 한번 정리를 해둔다. 작가는 분명 디버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이 보인다. 라임시리즈와는 다르게 이 표가 자주 등장을 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특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데뷔작은 충분히 관심을 끌고도 남는다. 이 사건을 이끌어 가는 전담반의 샘 포터 시리즈는 두권이 더 나왔다고 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제 한번 맛을 본 이상 그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을 것 같다. 번역이 되지 않는다면 원서라도 찾아 읽고싶은 마음이 아주 굴뚝같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넣어주시지 않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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