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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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은 카멜레온이다.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 시니컬한 웃음을 보여주더니 그와 비슷한 계열로 [브릿마리 여기있다]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연달아 냈다. 비슷한 느낌에 독자들이 질릴까 우려를 했을까 갑자기 방향을 획 틀어서 [베어타운]이라는 제목의 심각한 이야기를 펴냈다. 생각보다 두꺼운 책의 두께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 마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터치해가며 묘사하는 그의 방식은 여전한 감동과 흥미를 가져다 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한 것도 잠시 베어타운의 후속편인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책을 내어서 베어타운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에필로그들을 만들었다. 본질적으로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맞지만 전혀 다른 느낌들로 인해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일단 얇다. 그리고 이별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점도 여실히 보인다. 할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전작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편지다.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 전작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약간은 판타지스러움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사신의 존재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사신의 존재를 등장시켜서 그로 인한 주인공의 심정변화와 함께 조금은 더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 내일 이 지구의 마지막이 찾아온다고 했을 때 당신은 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주 큰 일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소소한 것이지만 하지 못했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거나 하는 것이 후회로 남아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그 일을 하라. 내일로 미루면 나중으로 미루면 절대 못하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종내는 죽음이 닥쳐와서야 다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병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본다. 인형을 집어들고 혼잣말을 하는 여자아이. 아이는 인형에게 말한다. 그 여자가 오고 있어. 얼른 숨어. 남자도 따라 숨는다. 모든 명부를 들고 있는 그 여자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부와 명예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족들에게는 아이들에게는 다정스럽지 못했던 그. 그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아들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일생일대의 거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가. 그는 이 거래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 것일까. 그의 거래는 성공적일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짧다. 겨우 백여페이지 될 뿐이다. 거기다가 그림도 있다. 각 페이지의 글이 길지 않다. 후다닥 읽는다면 한시간 정도면 다 읽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들이 지금의 내 생활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짧지만 긴 여운을 드리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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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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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너무 많이 들어봤어도 작가의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지만 오래전 소설이라 취향에 맞을지 알수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래전 작가라 하더라도 꽤 괜찮게 작품을 읽었었는데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작가 우타노 쇼고는 란포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삼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이야기의 분위기는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들을 써낸 것이다. 원작을 안다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을 것이고 나처럼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느낌이 어떤지를 알 수 있으니 이 책을 읽고 나중에 원작을 찾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원작은 다루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작품의 제목과 더불어 간략한 줄거리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그것으로 원작과 새로운 이야기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편집의 배려들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한남자의 편집광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인 <인간의자>는 <의자?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툴은 변했지만 원작가가 전하고자 한 그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남은 셈이다. 이런 식으로 원래 있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뭐 다 있는 이야기니 조금씩만 바꾸면 되니 훨신 더 쉽겠지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아닌 셈이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로 변했다. 전통공예작품이 시대에 맞게 스마트폰으로 변형된 것이다. 우타노 쇼고는 그 시절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는 옮긴이의 말에서도 보듯이 이 작품 속에서도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cctv, 탭북이나 GPS 등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등장을 한다. 원작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변화다.

 

표제작인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에서는 사진작가와 초등학생이 사건을 풀어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티키타카 형태가 되어서 읽는 재미를 주고있다. <오세이 등장을 읽은 남자>는 원작 <오세이 등장>을 아예 작품속에 넣어서 그것을 읽은 남자가 그대로 사건을 꾀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일곱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 변형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읽는 맛을 준다. 연극적인 즐거움을 주는 <붉은 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와 추리소설의 정석인 암호풀이가 등장하는 마지막 이야기인 <비인간적인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다양하게 골라 읽을 수 있는 콜라보 무대이자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게 바치는 헌정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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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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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캔을 보면 따님의 전두엽, 즉 합리적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부분이 평균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정도면 상위 1퍼센트에요.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위 1퍼센트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21p)


아이를 가진 십대소녀. 학교를 가는 길에 납치를 당한다. 납치를 당한 사람의 보통의 행동이라면 놀라고 두려워하며 소리를 지르고 울거나 겁을 먹거나 욕을 하거나 애원을 하거나 떠는 것이 적당하겠지만 여기 이 아이는 결코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절대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수 있을까를 판단한다. 

 

그녀는 이제 차에 태워지고 이동되어져서 어느 한 장소에 갇힌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납치는 시간이 지나면 죽은 채로 발견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아이를 가진 소녀이다. 만약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소녀는 자신의 아이를 무사히 지키고 자신도 지킬수가 있을까.

 

복수해 기억해. 명령문으로 보이는 이 두 단어가 잘 매치되지 않았다. 누구한테 복수를 하라는 거지? 기억해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복수하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억해 복수해 이런 식으로 순서를 바꿔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여러가지 의문은 책표지의 원제목을 보는 순간 더 헷갈려버렸다. Method 15/33 이건 뭐지? 방법 15와 33인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이 모든 의문은 책을 읽어가면서 자신이 필요한 도구에 숫자를 붙이는 주인공 덕분에 모든 것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한다. 연필을 달라고 하자 연필깍이가 들어있는 필통을 건네준 감시자. 참으로 감사하게도 연필깍이는 쓸모가 많았고 몸체에 15라는 숫자가 있었으므로 도구 15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물론 작전에 15라는 숫자를 넣자고 꼭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 이제 15의 기원은 알았다. 33은 뭘까? 이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33일째 되는 날 사용한 33번 도구. 이로써 이 모든 작전은 15/33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절대 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오히려 내용을 읽으면서 제목을 유추해야만 하는 독특한 전개다.

 

당돌하고 당당하며 냉철한 주인공을 설정함으로 인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뀐 듯한 느낌도 든다. <나홀로집에>라는 영화에서 케빈이 어수룩한 도둑들을 골탕먹이면서 신나하던 그 표정이 떠오른다. 물론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누굴 죽이겠다는 의도는 없었던 그냥 도둑들과는 달리 여기 이 납치범들은  아기를 빼내고 임신부는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놀려주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목숨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행해진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전대미문의 스릴러. 당신은 이 십대소녀의 행동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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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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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사뭇 역설적이다.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어딘가를 쳦다보는 듯한 표지의 여자, 고복희는 절대 춤을 추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자와 디스코를 추는 곳에 가서도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었던 그녀였고 그녀 주위에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춤을 추라고 분위기를 깔아 놓았을 때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죽였을지언정 춤을 추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이름앞에 '춤추는'이라는 꾸미는 말을 붙인 건 혹시라도 그녀가 나중에라도 춤을 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녀가 마음 속으로는 춤을 추고 있었다는 것은 은연중에 암식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캄보디아 프톰펜에 있는 원더랜드. 말이 호텔이지 그저 그런 숙박업체일뿐이다. 주인장인 고복희와 한국말을 원어민보다도 더 잘하는 현지인 린이 운영하고 있다. 아니 운영은 하고 있으나 손님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절대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사장 고복희가 있는 한 이 서비스 직업의 끝판왕인 호텔은 잘 될 까닭이 없다. 간 쓸개 다 빼주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장사라고 했던가 서비스직은 그보다 더한 것도 다 빼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녀의 일과는 규칙적이다.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정해진 시간에 5분 운동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장을 보고 문을 닫는다. 일초의 오차도 없다. 그런다고 무슨 지구가 멸망한다거나 내일 바로 죽음이 오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칼같이 지켜낸다. 자기만의 약속인 셈이다. 그러니 놀러 온 여행객들이 기숙사나 다름 없는 이 호텔에서 즐길수 있을리는 만무하고 결국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도인 프놈펜에서는 즐길만한 액티비티도 없고 구경할만한 랜드마크도 없다. 캄보디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앙코르와트도 이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이곳에 장기투숙을 하게 된 박지우. 한국에서도 별 볼일 없었고 그저 단순히 충동적으로 이끌려서 결제를 하고 첫 해외여행으로 이곳에 오게 된 그녀였다.

 

앙코르와트에 가서 사진을  찍고 자랑스럽게 인터넷에 올리려고 했으나 사전조사도 없었던 그녀는 이곳이 그곳이 아님을 모르고 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쥐고 있는 자금은 없고 그곳까지 갔다올 여력도 되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파리 날리던 원더랜드에 투숙객 한명이 있을 뿐인데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다른 손님을 보기 힘든 이곳 한인사회에서의 모임도 참석하는 등 처음에는 물에 기름처럼 떠돌던 그녀였지만 어느새인가 이곳에 녹아들었다. 그녀가 이곳에 계속 있을 줄 알았다. 원더랜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사람들도 많이 오게끔 무언가 바뀌는게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언제나 비겨가라고 있는 법.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의 고복희 여사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띠지에는 오베보다도 더 매있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음.. 오베를 읽은 나로써는 고복희 여사는 오베할아버지보다는 덜 까탈스럽다고 평하겠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오베할아버지나 고복희 여사나 누구 하나 더 낫다고 겨루지 못할만큼 뜨끈뜨끈한 구들장 같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프놈펜에 직접 가서 썼다고 했다. 그런만큼 한인사회의 이야기들은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시아아의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

 

캄보디아는 아직이다. 누구나 그곳을 간다하면 앙코르와타를 가장 먼저 생각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처럼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곳의 수도인 프톰펜에 가서 원더랜드에 묵고싶다. 고복희 여사가 있다면 지금은 엘피를 틀어놓고 있을테니 같이 춤도 추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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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밤 되세요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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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세계의 비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가 장애인이고, 병이 있는 마음, 병심(病心)이라고, 이 병심 새끼들아. (145p)

 

입구에 토스터가 놓여있는, 뽑기 상자가 놓여있는 드림초콜릿호텔. 호텔입구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옛생각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토스터기'라는 단어를 보면서다. 학교에서 내려와 전철역앞에 있던 카페, 우리 동기들의 아지트이기도 한 그 카페는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토스터였다.

 

긴 봉지, 양이 많은 식빵이 놓여있고 딸기쨈이 놓여있고 그 옆에 토스터기가 놓여있던 그 카페, 커피는 돈을 내야 했지만 토스터는 따로 돈을 받지 않아서 우리가 앉아서 노닥거리며 몇번 왕복하면 그 긴 빵봉투는 어느새 텅비어 버렸던, 그럼에도 아무말 하지 않았던 카페주인의 넉넉한 마음씨. 왜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어야만 했던걸까. 그때의 기억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기억하지도 않았던 그 기억들이 자꾸 교차되었다.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드림초콜릿호텔은 길주임, 나주임, 차대리 그리고 지배인과 사장 이렇게 운영한다. 물론 청소팀은 따로 있다. 사장은 노상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들만 떠올린다. 이 토스터기만 해도 그렇다. 빵부스러기는 계속 떨어지고 그것을 치워야 하는 것은 당연히 사장을 제외한 호텔리어들이며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것저것 떠들어야 하는 것도 다 사장때문이다. 말만 호텔이지 모텔이나 다름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림초콜릿호텔이니 말이다.

 

손님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나오지만 주로 나주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근무하게 되었는가를 거슬러가다 보면 사장과의 만남도 그려지고 그곳에 어떻게 가게 되었나까지 줄줄이 굴비엮듯이 끌려 나오게 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그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글을 썼고 진보정당에서 당원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보이고 있다. 주인공들이 정당에서 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그 쪽 계통의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그러면서 튀지 않게, 그러면서도 특색있게 드러나는 것이다. 작가의 전직이 있는 경우 그것이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이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큰 사건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어디 사람 사는 것이 그런가. 오늘하루도 무사히라는 말을 내뱉고 싶을만큼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 호텔에 가보고 싶다기보다는 그녀, 나주임을 만나보고 싶다. 그녀가 쌔벼온 팥빙수기로 빙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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