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너무 많이 들어봤어도 작가의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지만 오래전 소설이라 취향에 맞을지 알수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래전 작가라 하더라도 꽤 괜찮게 작품을 읽었었는데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작가 우타노 쇼고는 란포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삼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이야기의 분위기는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들을 써낸 것이다. 원작을 안다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을 것이고 나처럼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느낌이 어떤지를 알 수 있으니 이 책을 읽고 나중에 원작을 찾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원작은 다루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작품의 제목과 더불어 간략한 줄거리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그것으로 원작과 새로운 이야기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편집의 배려들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한남자의 편집광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인 <인간의자>는 <의자?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툴은 변했지만 원작가가 전하고자 한 그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남은 셈이다. 이런 식으로 원래 있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뭐 다
있는 이야기니 조금씩만 바꾸면 되니 훨신 더 쉽겠지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아닌 셈이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로 변했다.
전통공예작품이 시대에 맞게 스마트폰으로 변형된 것이다. 우타노 쇼고는 그 시절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는 옮긴이의 말에서도 보듯이 이 작품 속에서도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cctv, 탭북이나 GPS 등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등장을 한다. 원작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변화다.
표제작인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에서는 사진작가와 초등학생이 사건을 풀어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티키타카 형태가 되어서 읽는 재미를 주고있다. <오세이 등장을 읽은 남자>는 원작 <오세이 등장>을
아예 작품속에 넣어서 그것을 읽은 남자가 그대로 사건을 꾀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일곱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 변형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읽는 맛을 준다. 연극적인
즐거움을 주는 <붉은 방은 얼마나 바뀌었는가>와 추리소설의 정석인 암호풀이가 등장하는 마지막 이야기인 <비인간적인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다양하게 골라 읽을 수 있는 콜라보 무대이자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게 바치는
헌정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