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 세계의 비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가 장애인이고, 병이 있는 마음, 병심(病心)이라고, 이 병심 새끼들아. (145p)
입구에 토스터가
놓여있는, 뽑기 상자가 놓여있는 드림초콜릿호텔. 호텔입구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옛생각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토스터기'라는 단어를
보면서다. 학교에서 내려와 전철역앞에 있던 카페, 우리 동기들의 아지트이기도 한 그 카페는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토스터였다.
긴 봉지, 양이 많은
식빵이 놓여있고 딸기쨈이 놓여있고 그 옆에 토스터기가 놓여있던 그 카페, 커피는 돈을 내야 했지만 토스터는 따로 돈을 받지 않아서 우리가 앉아서
노닥거리며 몇번 왕복하면 그 긴 빵봉투는 어느새 텅비어 버렸던, 그럼에도 아무말 하지 않았던 카페주인의 넉넉한 마음씨. 왜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어야만 했던걸까. 그때의 기억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기억하지도 않았던 그 기억들이 자꾸 교차되었다.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드림초콜릿호텔은 길주임, 나주임, 차대리 그리고 지배인과 사장 이렇게 운영한다. 물론 청소팀은 따로
있다. 사장은 노상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들만 떠올린다. 이 토스터기만 해도 그렇다. 빵부스러기는 계속 떨어지고 그것을 치워야 하는 것은 당연히
사장을 제외한 호텔리어들이며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것저것 떠들어야 하는 것도 다 사장때문이다. 말만 호텔이지
모텔이나 다름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림초콜릿호텔이니 말이다.
손님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나오지만 주로 나주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근무하게
되었는가를 거슬러가다 보면 사장과의 만남도 그려지고 그곳에 어떻게 가게 되었나까지 줄줄이 굴비엮듯이 끌려 나오게 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그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글을 썼고 진보정당에서 당원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보이고 있다. 주인공들이 정당에서 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그 쪽 계통의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그러면서 튀지
않게, 그러면서도 특색있게 드러나는 것이다. 작가의 전직이 있는 경우 그것이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이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큰 사건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어디 사람 사는 것이 그런가. 오늘하루도 무사히라는 말을
내뱉고 싶을만큼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 호텔에 가보고 싶다기보다는 그녀, 나주임을 만나보고 싶다. 그녀가 쌔벼온 팥빙수기로 빙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