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베크만은
카멜레온이다.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 시니컬한 웃음을 보여주더니 그와 비슷한 계열로 [브릿마리 여기있다]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연달아 냈다. 비슷한 느낌에 독자들이 질릴까 우려를 했을까 갑자기 방향을 획 틀어서 [베어타운]이라는 제목의 심각한 이야기를
펴냈다. 생각보다 두꺼운 책의 두께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 마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터치해가며 묘사하는 그의 방식은 여전한 감동과 흥미를
가져다 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한 것도 잠시 베어타운의 후속편인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책을 내어서 베어타운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에필로그들을
만들었다. 본질적으로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맞지만 전혀 다른 느낌들로 인해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일단 얇다. 그리고 이별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점도 여실히 보인다. 할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전작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아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편지다.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 전작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약간은 판타지스러움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사신의 존재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사신의 존재를 등장시켜서 그로 인한 주인공의 심정변화와 함께
조금은 더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 내일 이 지구의 마지막이 찾아온다고
했을 때 당신은 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주 큰 일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소소한 것이지만 하지 못했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거나 하는 것이 후회로 남아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그 일을 하라. 내일로 미루면 나중으로 미루면 절대 못하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종내는 죽음이 닥쳐와서야 다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병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본다. 인형을 집어들고 혼잣말을 하는
여자아이. 아이는 인형에게 말한다. 그 여자가 오고 있어. 얼른 숨어. 남자도 따라 숨는다. 모든 명부를 들고 있는 그 여자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부와 명예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족들에게는 아이들에게는 다정스럽지 못했던 그. 그는 이제 죽음을
앞두고 아들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일생일대의 거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가. 그는 이 거래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 것일까. 그의 거래는 성공적일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짧다. 겨우 백여페이지 될 뿐이다. 거기다가 그림도 있다. 각 페이지의 글이 길지
않다. 후다닥 읽는다면 한시간 정도면 다 읽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들이 지금의 내 생활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짧지만 긴 여운을 드리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