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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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을 죽게 해선 안된다. 그건 탐정에게 치욕이야. (286p)


이 감성 넘치는 제목은 죽음을 맞이한 한물 간 가수의 노래 제목이었다. 그냥 인간에게 버림 받는 것도 서러운데 천사에게서 버림을 받다니 그것도 '밤'이라는 시간적 공간은 더욱 처량하게 만들어 버린다. 누가 천사이며 그 천사는 누구를 버렸는가.


기리노 나쓰오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 미로 시리즈.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물의 잠 재의 꿈]을 먼저 읽었다. 그로 인해서 미로시리즈를 알았고 어두움의 극치라는 가장 마지막 이야기 [다크]를 읽었다. 이 새로운 주인공에 관심이 생겼다. 첫번째 작품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은 마지막 작품과 비교해서 의외로 밝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미로의 특성상 절대 밝지마는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로의 캐릭터 자체가 미친듯이 극으로 치달리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시리즈는 연결되면서 주인공의 변화를 읽는 재미 또한 준다.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어야하는 이유다.

Av 여배우 리나.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 미로의 일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한 일일 것 같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거나 누구를 죽여야 한다거나 하는 의뢰가 아닌 이상은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않는가. 그녀가 찍은 작품은 단 한 작품이다. 울트라 레이프. 그 영상 속에서 그녀는 의도 치 않게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찍힌듯이 보인다는 것이 주요 요지이고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인 의뢰자 와타나베는 그녀를 찾아서 직접 신고를 함으로써 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강간죄가 친고죄인만큼 직접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가.

본문에서도 언급되듯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 것뿐이다라고 말해버린다면 더이상 진전은 없다.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서 그러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전에 계약된 것보다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는 일 아닌가. 어디까지라고 합의한 사항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인데 때로는 감독의 의도대로 또는 상업적으로더 팔릴 것을 예상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좇는다면 그것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사항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그녀, 리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로는 의뢰를 승낙하고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작에서 옆집에 살던 필리핀 친구들은 사라졌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도움을 주던 도모씨와의 관계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다른 작품에서 나왔던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역시 시리즈를 읽는 재미다. 주인공은 같으나 사건은 달라지고 시간적 배경이 달라짐에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도 바뀌고 장소도 바뀐다. 비교하는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시리즈다.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늘 혼자서 일을 하면서 적절하게 도움을 구하던 프로인 아버지에 비해서 아직 미로의 탐정으로써의 역할은 조금 부족한 면이 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런 면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중간쯤에 아버지가 투입된다. 적절한 상황에서 미로에게 손을 빌려주고 흔적없이 사라진다. 이 아버지의 캐릭터가 멋졌기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작가는 이미 무라노 젠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계획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에로배우 시장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때는 빨간딱지를 붙여서 미성년자들은 보지 못하게 했던 비디오를 빌려주는 곳도 많았었는데 인터넷의 발달로 쉽게 그러한 문화를 접하게 된 이후로 이 시장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누군가는 찍어야만 올릴 수 있지 않은가. 즉 아직도 이 시장은 활성화되어 있다는 소리다.

한국에서는 조금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본에서는 조금은 더 드러내고 활동을 한다. 성에 대해서 한국보다는 더 개방적인 일본이다. 그런만큼 그런 시장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도 더 많은 편이다. 영화시장이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미국에서는 노출신이 있을 경우 어느부분까지 얼마나 노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미리 합의하고 합의서를 꼼꼼히 작성해서 딱 그만큼만 찍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어떨까. 그들도 물론 합의사항이 존재하겠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능으라고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던가.

늘 현실은 허구보다 훨씬 잔혹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잖아. (161p)


본문에서도 나오 는바 현실은 허구보다도 훨씬 더 잔혹할 뿐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하다. 허구는 그저 만들어 낸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버릴 수 있지만 현실은 우리가 직면해야만 하고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어둡기만 했던 미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미로 이야기가 다크로 끝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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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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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서 노인으로 죽는다. 물론 자신의 삶이 일찍 마감되는 경우는 노인이 되기 전에 죽을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경로로 살아가고 죽게 마련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에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노인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고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자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다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분야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백년법]이라던가 [A케어]라는 일본문학에서는 그보다 더 소름 돋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그려내었다. 일단 백년 이상 살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백년법이라던가 [인구조절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사& 겐] 처럼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무겁게 그려낸 일본문학이 많다고 느꼈었다.

 

한국 문학은 어떨까. [엄마를 부탁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작품을 보면 유난히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 병을 소재로 삼아서 가정의 소중함을 그려내고 있다는 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겠다. 사랑을 소재로 한 가슴 절절함을 그려내고 있는 책들을 읽었다. 

 

서양 작품들은 어떨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알란할배, 백세할배라는 닉넴이 붙은 그는 백세가 되어서 천방지축으로 여기저기 다니면 일을 만들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다녔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요양원을 벗어나서였다. 창문으로 도망치긴 했어도.

 

그런가하면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속은 따스한 츤데레, 오베할배도 있었다. 먼저 간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따라서 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웃들이 너무 방해를 하는 통에 어쩔수 없이 계속 살아야만 했던 오베 할아버지. 두 할아버지는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있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 문학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뿐 아니라 할머니도 등장을 하기 시작했다.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스파이 할머니는 얼떨결에 이 일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지라 두번째 이야기에 이어 네번째 이야기까지 내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계신다. 스파이 할매만 있으란 법이 있을까 이번에는 범죄의 세계로 눈을 돌린 메르타 할머니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주로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역할을 하는 폴리팩스 부인이었다면 메르타 할머니는 말 그대로 범죄자다. 제목이 의미하듯이 실제로 감옥에도 갔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할머니가 감옥을 가게 된 것은 그야만로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이니까. 요양원의 상태가 얼마나 좋지 못했으면 감옥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감옥에 들어갈 작정으로 계획을 꾸민 것일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요양원에 모여서 살면서 아무 할 일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은 답답한 일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일을 할 수도 없고 일도 많이 했으니 쉬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지는 몰라도 내가 당사자라고 생각해도 답답할 것 같다. 그래서 알란할배도 메르타 할머니도 요양원을 탈출하신 것일까.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해서 그들 그룹의 지식 담당 천재 할아버지, 행동파 갈퀴 할아버지와 나이가 들어도 고운 모습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스티나 할머니 그리고 말년에 로맨스를 찾은 안나그레타 할머니까지 이 5인조의 앞날을 어떻게 될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진정으로 그곳이 행복하다는 것을, 요양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아니면 그래도 감옥보다는 요양원 생활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좌충우돌 처음으로 해보니 모든 것을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던 5인조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코 끝일리는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계속 줄기차게 터져나올 것 같은 그들의 앞날이다.

 

단지 재미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노인문제나 사회양극화 문제까지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 주위의 어르신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들도 아직 속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노인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당장 당신의 부모님들부터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을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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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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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즐겨라! 우리는 저지른다!> 어색하지만 말하자면 이것이 메르타의 모토였다.(324p)

하아~~~!!! 이 할머니 정말 답도 없다. 무대뽀, 왕오지랖. 남의 할머니기에 망정이지 우리 할머니 같았으면 열두번도 더 소리를 질렀음에 틀림없다.

할!!!!!!!!! 머!!!!!!!!!!!!!!!!!!!!!!!!!!!!!!!! 니 !!!!!!!!!!!!!!!!!!!!!!!!!!!!!!!!!!!!!!!!!!!!!!!!!!!!!!!

 

다섯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이 노인강도단의 리더격인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시다. 머리속에 생각이 나서 이것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 주위 친구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지 이루어내신다.

 

그에 반해 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뒷정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돈을 수억만금 가져오면 뭐하나. 보관 못해서 없어져, 남의 손에 넘어가서 없어져, 도둑 맞아 없어져. 이래저래 없어지니 정작 그 고생을 하고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시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모든 노인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소외받은 이웃들을 도와주면 살겠다던 나름 소박한 목표만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서 이 할머니의 무대뽀성은 이미 알아봤다. 요양원에 계시던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알란 할배처럼 요양원을 탈출하신다. 그것도 이번에는 일인탈주극이 아니라 단체다. 요양원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삼아 그 요양원을 도와주고자 한탕을 계획하셨는데 그것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진 나머지 결국 크게 한몫을 잡는데는 성공하셨다. 물론 그 모든 돈이 그들의 것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호텔 홈통에 매달려 있는 신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랬던 이 노인강도단, 아웃로 올디스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이름만으로도 번쩍번쩍한 라스베이거스다. 누구나 여행가고 싶어하는 가장 화려한 도시. 이들은 이곳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카지노를 털어보겠다는 아주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알다시피 카지노는 사설 경비원이 상주하는 곳이고 보안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달려 있는 곳이다. 수억만달러의 돈이 매일 오고가는 곳이니 그만큼 경비가 삼엄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곳을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침투해서 돈을 훔쳐올 궁리를 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작가는 전편에서처럼 이번 편에서도 여지없이 블랙코미디를 잔뜩 풀어내고 있다.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도 하듯이 픽션임을 내세워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 다른 나라들도 유럽국가를 포함한 - 노인문제는 큰 문제이고 요양원들도 천차만별이며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한데 이용하는 것도 다들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카지노를 털고 은행을 털고 박물관을 턴다.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강도단에게 휘말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하술하고 이들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주고 있으며 범인인 메르타 할머니를 잡아서 경찰서에 데력다 놓고도 바보짓을 하는 듯 이것이 구멍의 끝장판이다 하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다.

 

현실도 이런가. 모르긴 해도 별다를 것은 없단 생각이다. 실제로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우리나라에도 노인강도단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로 노인들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이 되곤 하니 소설속의 범죄가 비단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소설속의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을 도와주기 위한 현대판 로빈후드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작가의 이상은 메르타 할머니를 통해서 아주 잘 이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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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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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나 엘프 마법사등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엇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런 것을 표현한 것이 판타지다. 콜라캔을 던졌을 뿐인데 펭귄이 되어 나타나고  체스판 속에서 박쥐가 휘몰아치고 숲 한가운데에 우주선을 닮은 투명한 존재가 있다면 이 역시도 판타지가 아닐까?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랬으면 재미있겠다 하고 바라게 되는 그런 일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어른들은 출근을 하는 그런 평범한 아침, 사람들은 한 곳을 보며 딱 멈춰선다. 줄지어서 가는 펭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동네는 남극만큼 추운 동네도 아니고 어디 동물원이 문을 단속하지 않아서 이 친구들이 탈출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한 무리의 펭귄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어렸을 대 내친구는 침대 밑에 4차원의 세계가 있어서 자신이 그곳으로 빨려들어갈까봐 침대에서 못 자겠다고 했다. 욕조에서 물을 뺄 때면 배수구가 블랙홀 같아서 무섭다는 우치다도 비슷한 아이일까? 그런 우치다와 함께 탐험을 계속하는 아오야마. 아직 4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주제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능력이 있는 아이다.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노트에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것으로 기록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만의 실험을 계속하면서 주위를 탐색해간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다.이런 아이 같으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으리라. 아니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느라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괴짜같은 요 아이가 바로 이 펭귄하이웨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어른 스러운 단어를 사용함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다움이 보이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은  또 아이답지 않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치과에서 일하는 누나와 친하게 지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슴의 존재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다. 아마 첫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먼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그랬었구나 하고 추억할 수 있는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상황도 존재한다. 일종의 왕따라고도 느껴지는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아오야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것쯤은 자신의 연구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 쿨하게 넘길 뿐이다. 우치다와 더불어 함께하는 하마모토까지 세명의 친구들은 삼총사가 되어서 자신들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비밀로 숨겨 놓고 그곳에 아지트를 만들어 변화를 관찰하면서 물질에 대해서 연구한다.
 
현실과 상상이 모호하게 섞여 있는이야기는 판타지스러우면서도 과학적인 면에서는 sf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역자는 sf판타지라고 칭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이야기는 판타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니로 만들었을 때 가장 그 특성이 드러날 것이다.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도 그런 요소는 강하게 드러난다. 단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곳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변하게 되는 장면의 전환이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만나지는 인간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일단 하얘진 부분에 거품이 이는가 싶더니 까맣게 색깔이 변해갔다. 그러더니 캔 전체가 흐읍 하하고 한숨을 들이마신 것처럼 부풀어 오르나 싶더니 양쪽으로 터지듯 새까만 날개가 튀어나왔다. 콜라 캔은 흰색과 검은색을 띠면서 변태를 거듭했다. (54p)
 
그런 식으로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환상과 현실의 조화.  괴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버랩되거나 묻혀짐으로 인해서 독자들은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파란 하늘로 던져진 빨간 콜라캔이 까맣고 하얀 펭귄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애니로 어떻게 그려졌을까. 궁금하다면 곧 개봉하는 애니로 확인해 보시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하고 즐겁지만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즐거울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0wBBIU0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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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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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구름이 여기저기서 소용돌이치며 엉켜들었다가 도로 떨어지고 맞닿았던 곳에서 새로 짙은 먹구름이 생겨나는 듯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380p)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게된 산마처럼 비웃는 것. 다른 시리즈와 동일하게 한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지며 기괴함을 장착하고 호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인 도조 겐야가 사건 현장에서 직접 이 사건을 풀어낸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모으며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기는 하나 전형적인 탐정과는 거리가 멀다. 증거를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리하는 것과도 약간은 거리가 있다. 일단은 이 사건들이 증거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귀신이 나타난다는 형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설명을 할때도 이건가? 아니, 이것이 아니다 하면서 비틀기를 몇 번. 결국 진범을 밝혀내기까지는 주인공조차도 몇번의 실수를 거듭한 이후에야 겨우 밝혀낸다. 독자들은 그로 하여금 더욱 혼란스럽게 되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수가 없게된다. 안심하는 순간 곧바로 다른 변주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을 앞두고 몇장의 이야기들은 더욱 집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겠다.

 

자기가 몰랐던 기이를 조금이라도 접하면 그순간 모든 것을 잊고 그 대상물을 향해 돌진한다는 도조 겐야. 어느날 출판사로 들어온 하나의 원고를 접하고 그 사건이 일어났던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늘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는 그는 명탐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단순하게 괴이수집가라만 명할수도 없다. 결국은 그가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은밀하게는 그를 반탐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에 따라서 성인참배를 하러 나간 한 남자는 그저 단순한 일방통행로에서 길을 잃고 만다. 갓난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달려가다 생긴 결과이다. 흉산이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날은 저물고 그는 헤매다가 산속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만다. 그것은 번듯한 집 한채이다. 나이 든 여자와 남자 한명, 그보다는 젊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 한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마 한명까지 그 집에서 살고 있다. 

 

길을 잃었고 산마에게 쫓기기까지 했던 그는 그곳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루밤을 묵은 그는 아침이 되어 내려가서 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아침밥을 먹는 중에 사라져 버린 가족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분명 밥과 반찬이 그대로 있는데 가족들만 없어진 것이다. 그가 어젯밤에 본 가족들은 정말 존재했던 사람들일까. 

 

배가 고팠던 그는 가족들을 기다리다가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기에 위해서 문에 손을 대는데 빗장이 질러져 있는 문. 밖에서는 빗장을 지를 수 없으므로 분명 아무도 나가지 않는 것이 분명할텐데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나가지 않은 이 집에서 밥을 먹다 없어진 가족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한 명도 아니고 다섯명이 단체로 없어진 사건. 본능대로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나는 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이 성인참배를 무사히 마칠수가 있을까.

 

이른바 일가족 밀실 증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겐야는 이 남자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단순하게 없어진 가족들만 찾아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사건은 일련의 살인사건과 엮이게 되면서 종잡을 수 없는 미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미쓰다 신조의 기이담에는 동요가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티 여사의 열개의 인디언처럼 불려지는 노래. <백색지장님 오른다>로부터 시작해서 <금색지장님 비?牙?다>로 끝나는 노래는 사건과 맞물려서 더욱 기이함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전설의 존재 산마는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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