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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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시, 만나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마마>, <매듭>, <꼬리등>, <파란하늘>의 여섯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야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39p)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지로 만난 두사람. 일얘기만 하고 자신만의 벽을 쌓고 살던 나에게 편집자인 그는 그림을 보낼때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다. 내게도 마찬가지로 그런 작업을 요했다. 그냥 편하게 메일로 주고 받으면 될 것을 굳이 왜 그런 일을 하나 했지만 연재가 계속되다보니 전화하는 횟수도 많아졌고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와의 일이 마무리 된 후 파리로 떠났다. 승승장구하던 일을 그만두고서. 그렇게 그와의 연락도 끊겼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비단 남녀간의 연인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게 된다. 좋은 느낌으로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당장 그 자리에서 무슨 결론을 내지 않더라도 만날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만나지는 법이다. 

신기한 일이다. 회자정리라는 사자성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헤어짐이 있으면 언젠가 또 다시 만남이 있는 법, 그렇게 사람과의 만남은 또 돌고 돌아 이루어진다. 이별이 슬프지 않은 것은 그런 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155p)


이런 사람과의 인연도 어긋날때가 있다. 오해에서 불러 일으켜진 엇갈림들. 그 시기에 아무리 맞추려고 해봐야 서로간의 감정만 상하고 정리는 되지 않은다. 그럴 경우 조금의 시간을 주어보는 것은 어떠힌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시간이 흘러가고 더 누그러질수도 있는 법이다. 필요한 세얼이 지나고 나면 훨씬 더 편한 감정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시점에 무언가 결론을 내려고 조급해 하지 말기를. 

여러 이야기들중에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았던 이야기는 두번째 이야기인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였다. 어찌보면 그저 단순하기만 한 이야기다. 백화점에서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를 샀지만 집에와 한입 맛을 보니 순무가 아니라 무더라. 전화를 해서 항의를 했지만 그쪽에서는 순무라고 하더라. 자, 이제 주인공이 어떻게 처신했겠는가. 

그쪽에서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은 이에게 한번 그 상품을 먹어보라고 한다. 먹어보고 순무인지 무인지 확인해보라고 말이다. 정말 그 샐러드에는 순무가 들어간 걸까 무가 들어간 걸까. 한편의 미스터리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단순하게 그저 일상생활을 그린 에세이라고도 보여지는 이야기는 설핏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백화점의 그들과 주인공은 다시 만나게 되고 마지막에 짧게 언급되는 다시 만나게 되는 불의의 일격까지 존재하고 있어서 어? 하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런 만남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흔하게 겪는 일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어느 순간엔가 누군가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수 있는 것이다.

만남이란 그런 것이다. 크게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비슷해보이지만 그런 만남들 가운데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재미를 찾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삶이고 일상이고 만남인 것을. 그런 느낌이 그대로 한편의 책에 담겨있다. 한그릇 가득 꾹 눌러 담은 밥이 아닌 
자그마한 일본식 밥그릇 중앙에 적당한 높이로 오목하게 쌓여진 밥. 아무런 맛이 없는 듯 하지만 곡 필요한 그런 밥맛이 살아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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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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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뿌리 뽑고 죽이기 위한 방법, 그것은 굼뜨고 호빵 같은 나라는 인간을 지우는 일이었다.(190p)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도 역자후기나 작가 후기를 먼저 읽는 편이지만  - 스포일러가 있을때도 상관없이  - 이 책처럼 작가에 대해서 아예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을 때는 더욱 후기를 먼저 읽고 약간은 의지하게 되는 편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 작가가 자신의 필명을 바꾸어가며 작품을 썼다고 하니 그 점이 더욱 흥미롭다. 여러 명의 작가의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다양하게 보이는 장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장르마다 바귀는 작가의 이름. 특이하면서도 그만큼 작가의 능력을 확실히 드러내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번역자는 <염소자리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마지막 글자까지 결론을 읽고도 그것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찾아가서 이해를 아니 확인을 했던 작품이었다. 역자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의 이야기였다.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집이 서 있어서 온갖 것들이 다 들어오는 배란다를 가진 집. 그곳에서 발견한 신문의 일부분. 그저 일반 신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이 기사로 담겨진 즉 미래 신문이다. 그 신문을 읽은 아이는 그 속의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자신의 나름대로는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게 되는데 그 노력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 판타지를 겸비한 이야기가 단편영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다 정해져 있어서 절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져 있는 것을 바꾸려고 할대 그 사건은 존재해야 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십대 학생들간의 학원폭력을 그리면서도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야기.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서 더욱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그런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소년탐정을 내세워서 범인을 찾는 것같은 분위기를 주면서도 학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내세우기도 해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무언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정작 주인공이 그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때는 혹시라도 상대방이 실수를 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하면서 손을 벌벌 떨 정도로 긴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방법 뿐이었겠다 하는 생각에 그를 더욱 응원하게 된다.

 

어찌보면 가장 간단한 사건 풀이이기는 해도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괜한 오해로 인해서 한 아이의 생활을 모조리 망쳐버리는 짓은 보고만 있어도 답답했을 것이다. 고작 만년필 하나를 훔쳐간 것이 무엇 그리 심오한 일이겠는가 하겠지만 선생의 입장에서도 그냥  지나가려는 사건을 멋지게, 그것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풀어낸 아이의 용기야말로 분명 멋지다는 것을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리수를 죽이고>를 읽기 위해서는 일단 '메리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 이름인줄로만 알았던 이 존재는 '2차 창작 관련 용어 중의 하나로 작가의 소망이 불쾌할 정도로 투영된 오리지널 캐릭터를 가리킨다'(184p)고 한다. 동호회에 가입한 아이는 원래 기존에 있던 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2차창작이라는 말이 붙었다.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니 자신이 되고싶은 모습을 닮은 그런 주인공을 '메리 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신되고 싶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졵재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되고 싶은 모양, 자기가 하고싶은 모든 것을 거기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 메리수를 죽여야만 본래의 내 모습이 존재할 수 있다. 어떻게 메리 수를 죽일수 있을까.

 

일단 메리수라는 단언 자체가 생소했다. 2차창작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줄거리를 참고로 하면서 써나가는 것이 분명 도움은 될 것이고 처음 시작할 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겠다는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메리수는 분명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지만 그것이 존재할 때 정작 자신의 진모습은 변할 수가 없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단편들은 짧은 해설이 옆에 붙어있어서 그것을 먼저 읽음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단편들의 경우에는 명확히 결말을 내지 않아서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부분도 커버할 수 있고 작가가 어떤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서 더욱 집중을 해서 읽을수 있게 된다.

 

한 작가가 여러 장르마다 이름을 바꿔 가며 쓴 이야기들은 장르마다 정말 다른 작가가 쓴 이야기인 것 마냥 서로 다른 특징을 품고 있다. 이름에 대한 설명을 알지 못했다면 이 책은 한 작가가 쓴 것이 아닌 다른 여러 작가의 작품이 모인 단편집인줄 알았을 것이다. 작가는 분명 그런 것을 노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중 인격이 아니라 다중 인격의 존재. 작가는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내야 하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어떤 이름으로 다른 작품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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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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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누구나 한번쯤은 따라 불렀음직한 노래. 바로 빨강머리 앤 되시겠다. 너무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의 앤을 이제와서 다시 읽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것이 제목에도 들어있듯이 '오디오북'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시대가 아닌 듣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런닝머신을 걸으면서 책을 읽을수는 있지만 뛰면서 읽기란 불가능하다. 산책을 하거나 달리면서 읽는 것이란 더욱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걷거나 달린다. 감성은 자극되겠지만 그 시간을 조금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볼 수는 없을까. 그것이 바로 읽는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일 것이다. 

책을 듣는다는 것은 본래 시각장애처럼 특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활성되던 시장이었다. 그런 시장이 본격적으로 넒어지고 있다는 것은 멀티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만큼 또 사람들이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오디오 클립으로 존재하던 것이 이제는 usb에 담겨서 책과 함께 출판되었다. 책의 표지에 꽂혀있는 usb를 컴에 연결해서 들으면 된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파일들을 옮겨서 운동하면서도 들어도 좋고 차에서 운전하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책과 함께 보아도 좋고 따로 음성 파일로만 들어도 좋다.  

책표지에 삽입되어 있는 usb를 첨에 연결하면 여러개의 파일이 뜬다. 0부터 시작되어서 41번으로 끝나는 총 42개의 클립들. 서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지은이 소개까지 여러개의 파일들을 차레대로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물론 본문부터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서문을 건너뛰어도 좋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서문을 건너뛰고 1번 파일인 <레이첼 린드의 놀람>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각 파일은 대략 25-30분 정도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의 구성에 따라서 8분 정도의 짧은 파일도 존재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35분 정도의 길이로 구성되어 있어 너무 길지 않아서 한번에 딱 듣기 좋은 분량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1번 파일부터 들어본다. 연극배우가 이지혜의 목소리로 담긴 본문.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평균정도의 빠르기에 메조 소프라노 정도의 톤을 가진 목소리가 듣기 편하게 만든다. 너무 높은 하이톤의 음색은 오래 듣기 피곤하고 너무 낮은 톤은 질려버리는데 반해서 적당한 톤과 빠르기여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가 정확한 딕션까지. 뭉개지는 발음이 아니고 또박또박 읽어주어 단어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백번 듣느니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했던가. 백번 듣고 눈으로 한번 보는 것을 둘다 하면 훨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책과 usb가 세트인 이유다. 물론 듣기만 하겠다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음원만 따로 구입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책은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을 해두기도 했는데 그런 세심함이 책을 더욱 원본의 의미대로 읽을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어떤 번역들은 너무 원문의 의미를 바꿔 놓아서 읽기에는 편할지도 모르겠으나 원서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책인가 하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의미를 잘 살리면서도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읽기 편한 번역이어서 더욱 만족스럽다.

총 619페이지의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 그중 518페이지가 <초록지붕 집 이야기>이다. 그 뒤로는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된 루시 몽고메리의 일기가 더해진다. 작가의 일기를 읽으면서 독자는 어떻게 앤이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저자와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없던 초록지붕 집에 앤이 도착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사실 앤이이 집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 일할 남자아이를 찾고 있었으므로 -  매슈와 마릴라의 만남이 필연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아니었다면 앤은 어디서 이런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날수 있었을까. 그들이었기에 이 천방지축같은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년에 에이번리 이야기를 시작으로 계속 시리즈가 연결되고 2020년까지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당분간 읽는 즐거움 뿐 아니라 듣는 즐거움을 만낄할 수 있을 것이다. 앤이 초록지붕에서 성장을 한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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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프리미엄 : 키스 - 1000 PIECES 스티커 아트북 프리미엄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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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완성작을 먼저 투척~!!!
너무나도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어서 정말 보면 볼수록 뿌듯해지는 마음이 커지는 그런 작품이다.

                       

자, 내가 왕년에 스티커북 좀 붙여봤다 하시는 분들, 스티커 조각 5백여개쯤이야 누워서 떡먹기 보다도 쉽다 하시는 분들, 스티커 붙이는 거 껌이다 하시는 분들 모두 모이시길 바란다. 스티커북으로 유명한 싸이프레스에서 획기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흔히 알던 그런 스티커 북이 아니다. 자그마치 프리미엄 급이다. 이보다 더한 버전이 있을 까 싶을 정도로 세밀하고 촘촘하며 가히 가학적이기까지 하다.이 조각들을 붙이기 위해서 구부리고 있어야했던 목, 어깨결림, 손가락 결림 등은 작품을 완성해서 마지막 스티커를 붙이는 순간 사라진다. 무언가 해낸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든다.
 
1000개의 조각들. 천피스짜리 퍼즐은 맞춰 보았어도 이만한 조각을 내어 놓은 스티커를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워낙 많은 스티커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해본 적도 많아서 그쯤이야 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다. 조각의 크기가 쌀보다도 더 작은 조각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맞추어 붙이는 작업이 보통이 아니었다. 4시간 동안 작업한 것이 겨우 일부분이라니 믿어지는가. 절대 하루만에 할 수가 없다. 시간이 넉넉히 두고 조금씩 떼어가며 붙여가는 것이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프리미엄은 총 3종류로 나와 있다. 내가 한 클림프의 키스와 런던의 타워브릿지 그리고 아메리칸 쇼트헤어라는 이름의 고양이 그림이다. 명화를 좋아해서 선택한 키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싶자만 다 하고 나니 타워브릿지는 또 어떤 모양으로 나오게 될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스티커북을 할 때 주의점으로 스티커를 꼭 붙이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 팁은 이번에는 사용할 수 없다. 기존의 책과는 다른 재질의 보드로 인해서 살짝 붙였다가는 나중에 보관하고 난 이후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조각들을 찾아서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 보드자체를 종이코팅을 해두어서 스티커가 잘 붙기도 하지만 미끄러지기 때문에 작은 조각들은 왠만하면 꼭꼭 눌러 붙이는 것이 좋다. 크기가 큰 조각들의 경우에는 크게 상관없다.
 
작은 숫자들이 가득한 판을 보고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망설이다가 작은 조각들이 여러개 모여있는 부분부터 시작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일단 조그마한 조각들을 다 끝내놓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라고 할수 있는 초보자의 단계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조각들을 붙여오면서도 크게 핀셋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낀적은 없었는데 이 작품을 하려면  핀셋이 필수적이다. 그냥 손가락으로는 쌀알보다 더 작은 조각들이 집히지 않을뿐더러 떼어내기도 힘들다. 도구를 준비해서 한다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붙이다 보면 하루가 순삭하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그런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프리미엄, 이름값 제대로 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을 완성한 순간 내가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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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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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벌이란 내리는 이의 의지가 미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이의 마음가짐이 만들어내는 겁니다.(355p)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괴담들이 정말 순식간에 1초만에도 전 세계로 퍼져 버린다. 그로 인해서 멀쩡하던 사람이 죽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뜬금멊는 열애설이 퍼지기도 한다. 정치쪽에서 무슨 촉각이 곤두서는 내용이 퍼지면 연예게 쪽에서 큰 사건을 터뜨려서 실검에서 내려가게 한다는 말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없던 시절, 그 시절에도 분명 이야기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 이야기들은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왜 옛날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끝없이 생산될까.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나 변종된 이야기들이 줄지어 드러나기도 한다. 바로 이 [항설백물어]가 그와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항설백물어] 자체가 여러가지 기담 이야기들인데 [속 항설백물어]가 나오더니 이제는 [후 항설백물어]가 등장을 했다. 이마저도 상권이므로 다음에 나올 후편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각 이야기마다 촘촘한 구성으로 인해서 기담이라고는 하나 뜬금없이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드물고 예전의 이야기가 지금의 사건과 맞물려서 오히려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더욱 관심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전편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무렵  각 지방에 떠도는 기담과 이야기를 모으고 다니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모모스케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안타까울수도 있겠고 노인이 되어버린 모습이 한숨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러할지라도 뒷방 늙은이가 아닌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써 굳건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렇게 아쉬운 느낌을 갖지 않아도 좋겠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의 모모스케 뿐 아니라 이야기 속의 직접 실행자인 마타이치 모습도 보이고 있어서 전작의 주인공들을 그대로 다 만나는 즐거움이 존재하며 과거의 이들과 현재의 젊은이 4인방을 연결시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창 서양문물이 들어오는 시기에 서양에 다녀오기도 하고 양복을 즐겨입는 쇼마, 경찰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며 도장을 하는 소베, 무역회사에서 일을 하는 괴짜 요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찰업무를 보고 있는 겐노신이 그들이다.

 

저마다 특색있는 젊은이들 4명이 모여서 한담을 나누는 장면은 흡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나왔던 윤희를 포함한 흔히 말했던 잘금 4인방과도 비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공부를 하면서 자신들의 주위에 벌어지던 일들을 해결했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겐노신이 주로 사건을 물어오고 그것을 자신들이 보았던 들었던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며 진상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디서 들었던 이상한 이야기들은 자세히 설명이 되지 않는 겨우가 많다.  돌연 폭풍이 불어오더니 무슨무슨 분묘가 큰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천공에 용이 나타나...... 이 모든 것은 어디어디 산에 있는 아무개 신이 노한 까닭이라. (315p)  이런식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전해져서 후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정확하게 어디 사는 누구라고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라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뱀은 상자 속에서 몇 십 년 씩 살거나 하지 않는다.

즉 상자 속에는 없었다.

하지만 살인은 아니다.

(359p)

 

이야기들은 사뭇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뱀에 물려 죽은 한명의 젊은이. 대낮이었고 누군가 뱀을 숨겼다가 그를 죽인것도 아니고 분명 목을 물려서 죽었고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뱀에 물려 죽었다고 해야겠지만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사당, 그 한복판에 둟린 돌로 된 상자안에는 오래전 전설예 따라 뱀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뱀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70년 이상은 살지 못할터이니 그때의 뱀은 들어있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러함에도 죽은 시체가 나왔다는 것은 그곳에 뱀이 있다는 것인데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그저 단순히 뱀에 물려서 죽은 시체가 한구 나왔다 하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꺼림직하다. 4인방은 다시금 모모스케를 찾아와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혜를 구하게 된다. 죽은 젊은이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으며 그 모든 사건들이 오늘날의 이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기담은 그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실적이라는 소리다. 또한 하늘의 벌 또는 땅의 벌이라 여기는 지벌 또한 그저 단순히 어떤 신이 노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건들과 맞물려 있다. 어느쪽이 원인이 되든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붉은 가오리>를 비롯해서 <하늘불>과  <상처 입은 뱀>까지 세 편의 이야기가 실린 상권.  출판사 카페에는 이 책의 출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문의글이 항상 존재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토록 이 책의 출간을 기다렸는지. [속 항설백물어]를 읽었어도 그 다음이야기가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아니 이제야말로 그들의 심정을 아주 잘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 또한 물어보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이 책, [후 항설백물어]의 다음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말이다. 옛날 이야기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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