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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 만나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마마>, <매듭>, <꼬리등>, <파란하늘>의 여섯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야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39p)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지로 만난 두사람. 일얘기만 하고 자신만의 벽을 쌓고 살던 나에게 편집자인 그는 그림을 보낼때마다 꼬박꼬박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다. 내게도 마찬가지로 그런 작업을 요했다. 그냥 편하게 메일로 주고 받으면 될 것을 굳이 왜 그런 일을 하나 했지만 연재가 계속되다보니 전화하는 횟수도 많아졌고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와의 일이 마무리 된 후 파리로 떠났다. 승승장구하던 일을 그만두고서. 그렇게 그와의 연락도 끊겼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비단 남녀간의 연인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게 된다. 좋은 느낌으로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당장 그 자리에서 무슨 결론을 내지 않더라도 만날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만나지는 법이다.
신기한 일이다. 회자정리라는 사자성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헤어짐이 있으면 언젠가 또 다시 만남이 있는 법, 그렇게 사람과의 만남은 또 돌고 돌아 이루어진다. 이별이 슬프지 않은 것은 그런 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155p)
이런 사람과의 인연도 어긋날때가 있다. 오해에서 불러 일으켜진 엇갈림들. 그 시기에 아무리 맞추려고 해봐야 서로간의 감정만 상하고 정리는 되지 않은다. 그럴 경우 조금의 시간을 주어보는 것은 어떠힌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시간이 흘러가고 더 누그러질수도 있는 법이다. 필요한 세얼이 지나고 나면 훨씬 더 편한 감정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시점에 무언가 결론을 내려고 조급해 하지 말기를.
여러 이야기들중에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았던 이야기는 두번째 이야기인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였다. 어찌보면 그저 단순하기만 한 이야기다. 백화점에서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를 샀지만 집에와 한입 맛을 보니 순무가 아니라 무더라. 전화를 해서 항의를 했지만 그쪽에서는 순무라고 하더라. 자, 이제 주인공이 어떻게 처신했겠는가.
그쪽에서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은 이에게 한번 그 상품을 먹어보라고 한다. 먹어보고 순무인지 무인지 확인해보라고 말이다. 정말 그 샐러드에는 순무가 들어간 걸까 무가 들어간 걸까. 한편의 미스터리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단순하게 그저 일상생활을 그린 에세이라고도 보여지는 이야기는 설핏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백화점의 그들과 주인공은 다시 만나게 되고 마지막에 짧게 언급되는 다시 만나게 되는 불의의 일격까지 존재하고 있어서 어? 하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런 만남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흔하게 겪는 일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어느 순간엔가 누군가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수 있는 것이다.
만남이란 그런 것이다. 크게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비슷해보이지만 그런 만남들 가운데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재미를 찾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삶이고 일상이고 만남인 것을. 그런 느낌이 그대로 한편의 책에 담겨있다. 한그릇 가득 꾹 눌러 담은 밥이 아닌 자그마한 일본식 밥그릇 중앙에 적당한 높이로 오목하게 쌓여진 밥. 아무런 맛이 없는 듯 하지만 곡 필요한 그런 밥맛이 살아있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