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수를 죽이고 - 환몽 컬렉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0
오쓰이치 외 지음, 김선영 옮김, 아다치 히로타카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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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를 뿌리 뽑고 죽이기 위한 방법, 그것은 굼뜨고 호빵 같은 나라는 인간을 지우는 일이었다.(190p)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도 역자후기나 작가 후기를 먼저 읽는 편이지만  - 스포일러가 있을때도 상관없이  - 이 책처럼 작가에 대해서 아예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을 때는 더욱 후기를 먼저 읽고 약간은 의지하게 되는 편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 작가가 자신의 필명을 바꾸어가며 작품을 썼다고 하니 그 점이 더욱 흥미롭다. 여러 명의 작가의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다양하게 보이는 장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장르마다 바귀는 작가의 이름. 특이하면서도 그만큼 작가의 능력을 확실히 드러내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번역자는 <염소자리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마지막 글자까지 결론을 읽고도 그것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찾아가서 이해를 아니 확인을 했던 작품이었다. 역자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의 이야기였다.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집이 서 있어서 온갖 것들이 다 들어오는 배란다를 가진 집. 그곳에서 발견한 신문의 일부분. 그저 일반 신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이 기사로 담겨진 즉 미래 신문이다. 그 신문을 읽은 아이는 그 속의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자신의 나름대로는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게 되는데 그 노력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 판타지를 겸비한 이야기가 단편영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다 정해져 있어서 절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져 있는 것을 바꾸려고 할대 그 사건은 존재해야 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십대 학생들간의 학원폭력을 그리면서도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야기.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서 더욱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그런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소년탐정을 내세워서 범인을 찾는 것같은 분위기를 주면서도 학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내세우기도 해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가 무언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정작 주인공이 그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때는 혹시라도 상대방이 실수를 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하면서 손을 벌벌 떨 정도로 긴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방법 뿐이었겠다 하는 생각에 그를 더욱 응원하게 된다.

 

어찌보면 가장 간단한 사건 풀이이기는 해도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괜한 오해로 인해서 한 아이의 생활을 모조리 망쳐버리는 짓은 보고만 있어도 답답했을 것이다. 고작 만년필 하나를 훔쳐간 것이 무엇 그리 심오한 일이겠는가 하겠지만 선생의 입장에서도 그냥  지나가려는 사건을 멋지게, 그것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풀어낸 아이의 용기야말로 분명 멋지다는 것을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리수를 죽이고>를 읽기 위해서는 일단 '메리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 이름인줄로만 알았던 이 존재는 '2차 창작 관련 용어 중의 하나로 작가의 소망이 불쾌할 정도로 투영된 오리지널 캐릭터를 가리킨다'(184p)고 한다. 동호회에 가입한 아이는 원래 기존에 있던 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2차창작이라는 말이 붙었다.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니 자신이 되고싶은 모습을 닮은 그런 주인공을 '메리 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신되고 싶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졵재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되고 싶은 모양, 자기가 하고싶은 모든 것을 거기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 메리수를 죽여야만 본래의 내 모습이 존재할 수 있다. 어떻게 메리 수를 죽일수 있을까.

 

일단 메리수라는 단언 자체가 생소했다. 2차창작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줄거리를 참고로 하면서 써나가는 것이 분명 도움은 될 것이고 처음 시작할 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겠다는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메리수는 분명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지만 그것이 존재할 때 정작 자신의 진모습은 변할 수가 없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단편들은 짧은 해설이 옆에 붙어있어서 그것을 먼저 읽음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단편들의 경우에는 명확히 결말을 내지 않아서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부분도 커버할 수 있고 작가가 어떤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서 더욱 집중을 해서 읽을수 있게 된다.

 

한 작가가 여러 장르마다 이름을 바꿔 가며 쓴 이야기들은 장르마다 정말 다른 작가가 쓴 이야기인 것 마냥 서로 다른 특징을 품고 있다. 이름에 대한 설명을 알지 못했다면 이 책은 한 작가가 쓴 것이 아닌 다른 여러 작가의 작품이 모인 단편집인줄 알았을 것이다. 작가는 분명 그런 것을 노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중 인격이 아니라 다중 인격의 존재. 작가는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내야 하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어떤 이름으로 다른 작품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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