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애착 놀이 - 부모와 영아보육교사를 위한
김영주 외 지음 / 학지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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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크고 두꺼운 책을 상상했건만 손에 잡힌 책은 의외로 작고 얇았다. 이 책 안에 놀이가 몇가지나 들어있을까 의심했지만 9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서 세가지씩 들어있는 게임들은 기대보다도 더 많은 것을 충족시켰다. 아이들은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했던 놀이를 또 하고 읽었던 책을 또 읽어도 여전히 재미나고 즐거운 것이다. 고로 여기있는 놀이만 계속 반복한다 하더라도 유아단계는 졸업을 할 수가 있는 셈이다.


놀이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육의 기본적인 것을 앞쪽에서 설명하고 있다. '애착'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기본적으로 여기 나온 놀이 외에도 자신만의 놀이를 새로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착'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관계를 나타낼만큼 대표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영유아 단계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의지할수 있는 대상에게 애착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부모나 선생님이 어떻게 아이에게 애착을 가지게 해주는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애착형성이 제대로 된 영아는 성장해서도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영아기에 애착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은 1-2살 정도의 영아와 그 이상의 유아로 나눌수가 있다.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 보통 영아기인만큼 이 책에 나오는 놀이들도 주로 영아들의 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권한 전도게임과 분리게임, 비상식적 놀이, 구체적인 소품이 있는 놀이, 신체접촉이 있는 놀이, 비지시적 아동중심 놀이, 우발적 놀이와 퇴행게임, 마지막으로 협력적 활동이 필요한 게임까지 총 9가지로 크게 나눌수가 있는 이 게임들은 주제만 들어도 어떤 유형의 게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권한 전도게임은 말이 어려운 편인데 쉽게 말하면 아동이 중심이 되어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엄마가 밥을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처럼 엄마나 선생님에게 밥을 먹여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주권을 아이에게 주었을 때 아이는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이 돌봐주는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된다. 


퇴행게임은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을 했을지라도 더 아이 단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서 걷고 뛰는 아기들에게 기는 체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아이는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신체접촉이 있는 활동에서는 아이를 업거나 들고 하는 놀이가 많은데 옛날 할머니들이 아이를 업고 둥개둥개둥개야~ 하고 노래를 부르시던 그런 장면들이 생각났다. 할머니들이 전문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해왔던 대로 하신 것이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과학적이며 교육적인가를 보여주는 예이다. 오래된 전통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하거나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창의놀이 지도를 배웠고 수료를 했고 아동놀이 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을 들었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저 당연한 일상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배워야 하는 과목이 되어버린 셈이다. 모든 것을 잊고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만 아이들과 친밀도를 높이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적어도 스무가지가 넘는 놀이들의 유형이 나와있지 않은가. 사진도 나와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잘 보여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교재는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부모인데 아이와 서먹하다면, 내가 선생인데 아이와 어색하다면 여기 나와있는 놀이를 하나씩 해보면 아이와 좀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가 애착을 가지게 되는 그런 대상이 될 것이다. 어린 시기에 애착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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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가로세로 낱말퍼즐 - #두뇌트레이닝 #시간순삭 #스트레스안녕 모두의 가로세로 낱말퍼즐
기명균 지음 / 보누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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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를 외우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외우기가 싫었던 시절 나를 구해준 것은 바로 퍼즐이었다. 어려운 단어라 할지라도 크로스워드 퍼즐로 되어 있으면 그것을 맞추는 재미로 하나씩 풀었던 기억이 있다. 일부러 그 책을 사기 위해서 서점에 들러서 난이도별로 다 모으기도 했었고 싱가폴에 갔었을 때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면서 항구에서 샀던 책도 크로스워드 퍼즐 책이었다. 그 책은 비록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지만. 


한달에 한번 오는 월간지에서 엄마가 가장 집중을 하는 것은 바로 낱말퀴즈 코너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와서 고민을 하면서 풀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맞춰낸다. 더군다나 요즘은 '검색'이라는 아주 손쉬운 도구가 있지 않은가. 어지간하면 다 나온다. 


시간이 조금 남을 때, 딱히 무언가를 할 것이 없어 심심할 때, 쉽게 손에 잡을 수 있는 낱말퍼즐 책이다. 총 50개의 퍼즐로 구성된 이 책은 엄마가 푸시던 월간지의 낱말퍼즐보다는 조금 트랜디한 면을 담았다. 유행을 좇았다는 뜻이다.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반영해두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모르는 낱말을 쉽게 검색해서 찾도록 구성해두었다. 


클래식한 면은 덜하지만 재미적인 부분은 높인 셈이다. 일반적인 기부보다는 재미나는 기부 즉 퍼네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 트렌드를 놓칠 수 없었던 셈이다. 엄마처럼 노년층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검색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찾을 수 있고 그로 인한 세대간의 갭도 줄여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예쁜 애 옆에 예쁜 애가 있듯이 좋은 점 위에 좋은 점을 더한 셈이다. 


20번 문제의 첫번째 가로열쇠이다. 이것을 딱 읽자마자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물론 그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내게는. 아마 똑같은 문제를 엄마에게 제시했더라면 이게 뭔데? 이런 반응이 나올것이 뻔하다. 정답이 무엇인지 감이 오는가?


가로세로 낱말퍼즐의 재미는 연결성이다. 이 단어와 저 단어에 같은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위의 문제에 답을 알았다면 세로 1번 문제로 넘어갈 차례다. 물론 가로 1번의 답을 알아냈기 때문에 앞글자인 '아'는 이미 알아놓은 상태라 쉽게 풀 수 있다. 계속 가로 문제로 간다면 가로 5번 문제로 가야하지만 여기서 막혀버렸다. 학자이름을 제시하는 가로열쇠를 아무리 보아도 알리 만무한 것이다. 그럴때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다른 열쇠를 찾아본다. 


제일 뒷 글자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 가로 3번과 세로 4번의 열쇠를 각각 사용했다. 이제 '헨'이라는 글자와 '지'라는 글자를 가지고 있는 네글자의 이름을 알아내면 된다. 아무리 두글자를 안다 하더라도 절대 모를 학자이름이다. 마지막으로 검색찬스를 이용한다. 아마도 이쯤 되면 답을 알아내지 않았을까. 


표지에 나온 모두 헤시태그를 포함한 낱말퍼즐. 누군가는 어떤 목적으로 이 책을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그런 인싸템이 바로 이 책이지 싶다. 내가 영어단어를 외우기 싫을 때 조금은 더 재미난 방법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 크로스워드 퍼즐 책을 이용했듯이 말이다. 유행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어떤 단어들을 한국인들이 사용하는지 재미나게 외울 수 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추천할 아이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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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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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흰색, 하늘의 푸른색, 산의 초록색. 원색 물감을 물로 희석하지 않고 캔버스에 바른 것 같은 여름의 색 대비가 아름답다. (221p)

 

 

본문에 나온 표현은 아마도 이 사진의 산을 설명한 것이 아닐까. 파랗고 하얗고 초록색의 색감이 어울려서 조화롭게 드러나는 이미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색들이 가득해서 이 산에 올라 동서남북 어디로 눈을 돌려도 좋을 듯 하다. 한국에서도 이곳으로 가는 투어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다.


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 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 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361p)

 

[고백]이나 [속죄] 등과 같이 추리적인 면이 강한 미나토 가나에의 책들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번의 책을 보면서 작가답지 않음이 보인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왕복서간]이나 [꽃사슬]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작가의 또 다른 면이 발휘된 것이 이 작품이라고 같은 선 상에서 느낄수도 있겠다. 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그러면서도 흥미로움을 잃지 않는 이야기. 작가의 책들은 블랙 아니면 화이트. 극과 극을 넘나듦이 보인다.

 

등산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도 별로라 생각한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어쩌다보니 대학을 다니면서 설악산만 세번을 다녀왔다. 내가 등산동아리도 아닌데 가다보니 그곳이고 잡다보니 그곳이었다. 그 이후로도 또 간 적이 있으니 그 산은 나와는 참 인연이 많은 산이라 하겠지만 그때마다 제대로 정상에 올라본 적은 없고 어느 정도에서 맛만 보고 내려온 셈이다. 태백산은 정상까지 올라간 적 있다. 그외에 내가 스스로 산에 오르겠다 하고 생각한 것은 한국에서는 동네에 있는 산뿐이다. 

 

산에 관한 단상들을 소회하게 된다. 작가의 이 번작품이 등산, 그것도 여자들의 등산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자 혼자 오르는 산. 직장 동료와 오르는 산, 자매가 함께 오르는 산, 조카가 같이 가는 산, 남자친구와 같이 가는 산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등산이 줄줄이 이어진다. 산은 산이로되 그곳을 가는 사람만 다른 유형인 셈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산도 마찬가지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서 같은 산이라 할지라도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친한 사람과 가는 것과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 어느 것이 등산에 조금 더 편한 요인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운동할 시간도 없는데 언제 등산을 가느냐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산에 한번 오르면 초록풀과 파란 하늘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쾌감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물론 나부터 컴퓨터 앞에 매여있는 이 엉덩이를 들고 나서야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올라갔던 6월 백두산>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중국에는 산에 가기 위하여 여행을 갔었다. 태산과 황산, 그리고 백두산까지 중국여행은 산과 관련이 있다.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 보는 기분은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직접 보지 않으면,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일본에는 온천을 가기 위해 여행을 가는 편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이라면 사쿠라지마라고 화산활동이 실제로 일어나는 산이었다.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고 주변만 돌아보기는 했어도 색다른 체험이었다. 본문 속에서는 많은 산들 중에는 가장 먼저 나오는 묘코산. 니가타에 여행을 갔었고 계곡이 있는 산을 간 적이 있다. 본문의 산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산들이 아니어서 더욱 호기심이 동한다. 언젠가 한번쯤은 이 책을 들고 이 속에 나온 산들을 하나하나 직접 밟아보고 싶다. 

 

<본문 속 등장하는 산>

묘코산/히우치산/야라가타케/리시리 산/시로우마다케/긴토키산/ 통가리로

 

 

일본이 아닌 산으로는 뉴질랜드의 산이 등장한다. 로토루아.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북섬에 살때 엄마와 이모아 함께 여행을 했던 곳이라서 아는 곳이 있을까 하면서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된다. 하기야 그곳에 살면서 제대로 된 산에 가보질 못했으니 그 간접적인 체험뿐이지만 이로 인해서 다시 한번 핑계거리를 만들어낸다. 

 

뉴질랜드에 가고 싶다는 그런 이유말이다. 로토루아는 들렀지만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가보지 못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북섬은 살았던 곳이고 많이 돌아다녔지만 남섬은 스키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돌아보지 못했었다. 언젠가 남섬을 돌아오는 길에 북섬에 다시 한번 들러서 이 이야기속에 나온 산에 꼭 가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그나저나 작가는 이곳을 가본 적이 있을까.

 

훌륭한 사람이라는 건 자기가 안 될 때는 제대로 머리를 숙이며 부탁할 줄 아는 사람 아니야?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생각 될까봐 자기 쪽에서 먼저 밀어내는 건 잘못이야. (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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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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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인상이 별로였던 사람이 나중에 괜찮은 사람으로 변하는 경험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첫인상이 별로였던 작품이 있다. 두번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은 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다른 시리즈를 보게 되고는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하다.


미로야. 남의 원한은 깊이 파헤치지 마라. 남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라도 당사에게는 큰 문제인 법이다.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야.(98p)


미로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인 로즈가든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네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들은 저마다 별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연결되지 않는다. 모두 미로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면서 발생한 이야기들이고 단 한편 첫번째 이야기만이 미로의 전남편인 히로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시간 순서상 첫번째 작품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 두번째 작품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사이에 온다고 볼 수 있으며 미로라는 여자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시리즈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묵직하고 어둡고 때로는 비참함까지도 들게 만든다. 아마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그러하기 때문에 독자도 비슷하게 느끼게 되는 것일수도 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은 그녀는 적진에 아무 생각없이 뛰어든다. 직접 몸소 느끼고 체험해봐야 하는 캐릭터랄까. 그로 인해서 전율이 느껴지고 소스라치게 놀라버리는 것은 온전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어쩔려고 그래'라는 말도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다. 그런 일련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한숨 돌리는 구간일 것 같다. 마치 롤러코스트가 떨어지기 직전에 템포를 늦추고 쉬어가듯이 말이다. 


우리는 미로라는 별을 나누는 밤과 낮이었다. (64p)


책의 제목과 같은 <로즈가든>은 미로의 전남편인 히로오가 출장을 나가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섬이 많은 동네이고 비행기를 타고도 차를 타고도 배를 타고도 수십시간을 가야만 도착할수 있는 동네에 수리를 하러 나선 길이다. 동료 한명과 떠나는 여행 아닌 여행에서 그는 미로와 처음 만났던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한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고등학생이었던 미로는 어떠했을까.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느겨지지만 그래도 십대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라서 새롭다.


<표류하는 영혼>에서는 한때 누구라도 들어봄직한 엘리베이터 귀신이 대한 이야기를 수사한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났고 그 이후로 그녀의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정말 귀신은 없겠지만 사건의 진모는 무엇이었을까.


<혼자두지 말아요>에서 미로는 두개의 별도의 사건과 엮인다. 하나는 자신이 맡은 의뢰다.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남자가 있는지를 알아봐달라는 의뢰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거절한 의뢰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봐 달라는 것. 자신이 선물했던 강아지가 다시 팔려서 돌아온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로는 그 의뢰는 거절해 버리고 말았지만 본디 사람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 의뢰는 비슷한 결론을 가져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랑의 터널>에서는 아주 간단한 의뢰를 맡는다. 사고로 죽은 한 여대생. 알고보니 그녀는 클럽의 사장이었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아버지는 미로를 찾아와서 그녀의 집에 가서 그런 것을 알려주는 모든 증거를 없앨 것을 부탁한다. 죽은 그녀가 숨기고 있던 사실은 무엇이었을가. 그로 인해서 미로는 무엇을 알게 될까. 


사건들이 무겁지 않고 가볍고 가끔은 이런 일도 의뢰를 할까 싶은 것들도 많지만 그로 인해서 더욱 마음을 내려놓고 읽게 된다. 미로시리즈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어가는 코너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겁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들어서 외면하고 있었던 미로의 이야기였다. 외면하지 않고 선택하길 잘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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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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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곡은 禾谷일까 火哭일까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1학년때까지 나의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을 몽땅 화곡동에서 살았다. 서울에서는 화곡동에서만 살았으니 내 서울살이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그곳이다. 많이 변했다. 오래전에 결혼식 때문에 갔었던 그곳은 내가 다녔던 교회가 없었다면 찾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그때로부터 또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은 또 변했을 것이다. 땅이 기름져 벼가 잘되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화곡. 단지 제목만으로 끌렸던 책. 표지에는 시뻘건 불길이 올라오고 있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화곡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남을 도우면 도왔지 해코지는 않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누구에게든, 무엇으로든, 이렇게 처참히 곤두박질칠 삶은 아니었다. 그날의 일들은 한바탕 꾼 악몽같았다. (26 p)


운이 없던 날이었다. 동생이 차려준 아침을 맛있게 먹고 그저 한바퀴 동네를 돌았을 뿐인데 도와줄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 뒤를 봐주다 보니 알바에 늦었고 한두번이 아니다보니 잘렸고 돈도 십원 한푼 없어서 버스도 못 타고 걸어오던 길이었다. 집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낙서를 하려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훈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가 무언가 팩을 던졌고 한순가 불길이 일더니 얼굴이 사라진 채로 병원에 누워있었다. 


시작은 그랬다. 그저 평범한 가족이었다. 형과 여동생이 있는 삼남매. 형은 고시 준비를 하고 동생은 학교를 다니고 문제꺼리는 단지 형진이었다. 방화범을 잡는 경찰이 되고 싶었고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그에게 형은 학교나 제대로 가라고 했었다. 갑작스런 사건으로 인해서 그는 얼굴이 흘러 내린 화상환자가 되었고 동생은 죽었고 형은 그 와중에도 공부를 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내동생도 사촌동생도 화상을 크게 입은 적이 있어서 화상의 흉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크게 베인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큰 흉이 지게 만드는 것은 화상이다. 뜨거운 물이나 액체에 의해서 데인 화상도 어마어마한 상처를 남기는데 불에 직접 데인 상처는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불길에 휩싸였던 형진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남들처럼 사회생활은 물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버린 화상의 흔적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얼굴을 보면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을 것이고 그로 하여금 사회에 속할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로 인한 동생의 죽음까지. 얼굴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 두가지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서 그는 알콜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전과까지 있는 그에게 갱생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인가. 


그는 단지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그 방화범을 잡고 싶었다. 처음부터 이 시도는 잘못되었다. 그가 분명히 보았던 범인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그저 단순한 실수로 인해서 불이 난 것으로 종결되었다. 그가 아무리 직접 보았다고 해도 경찰들은 믿어주지 않았고 수사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원하겠는가. 


이미 끝내버린 사건을 다시 캐내는 것은 이 사회에서 누구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직접 나서서 범인을 잡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더더군다나 혼자의 힘으로, 엉망이 된 얼굴로 ,평범한 시민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법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을까. 


방화를 소재로 한 한국 장르소설은 소재부터 특이하다. 점점 스케일을 키워가는 이야기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는 사뭇 장대함까지도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소방관들을 주인공을 했던 영화가 생각난다. <사이렌>과 <리베라 메>였던가. 그 이후로는 같은 소재로 한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상상해본다. 이 이야기가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표현될지를 말이다. 정치와 범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까지 영화화 시키기에 충분한 소재들이다. 기대해봐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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