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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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가 한반도 중부를 강타하였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들은 어쩔줄 모르고 뒤뚱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그렇지 않은 나무들도 가지들이 부러져 산너머로 날아갔으며 잎들은 회오리쳐오른 바람에 날려 마을 아파트 놀이터 한구석으로 모여 들었다. 거리의 간판들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바람에 내동댕이쳐저 길을 막아버렸고 쓰러지는 가로수에 맞아 안타깝게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다.  

그 혼돈의 와중에서도 손에서 놓치 못하고 빠져들어 읽어 버렸던 책 '백년의 고독'의 무대인 마꼰도에서는 마침 몰아닥친 혁명과 자본의 태풍이 마꼰도 마을과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을 수차례 들었다 놨으며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버리거나 자신만의 깊은 고독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내용이 전개되고 있었다.       

중남미의 밀림 어디, 신화속의 태초의 마을처럼 시작된 마꼰도에서의 부엔디아 가문의 삶. 6대에 걸쳐 짜여지고 뒤틀리면서 만들어지는 가혹한 현실과 미래와 암울한 예언들, 마을의 안과 밖에서는 저주와 음모와 반역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인과 가문의 삶은 고독속에서 흰개미들에게 갉아먹히는 집의 기둥들처럼 스러져간다. 

은유와 풍자가 활기넘치는 시장의 언어들처럼 물결치고, 성욕과 관능 갖가지 탐욕들이 진창의 미꾸리들처럼 꿈들거리는 마꼰도,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언제나 어두움 직전의 간신히 남은 빛처럼 혹은 비오는 산모퉁이에 서있는 검은 말처럼 적막하고 고요하다. 고목처럼 늙었거나 베고니아의 노란 꽃잎들처럼 싱싱할지라도 삶은 고독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절대로 희망을 얘기하지 않는다. 결말은 비극속에서 집시 멜키아데스의 예언처럼 가문의 파멸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절망을 말하지도 않는다. 삶은 되풀이 되는 것, 순환하는 가운데 조부의 삶이 손자의 삶에 뿌리내리기도 하고 증조할머니의 고독이 증손녀의 삶속에도 투영된다. 가문의 역사가 개인의 역사이고 개인의 삶은 자신의 삶이자 가문의 삶이고 마을의 역사가 된다.   

중남미 민중들의 삶속에서 비극적 한계로 지적되는 근친상간의 이야기들(이 책의 중심테마이기도 하다)은 책을 읽는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신화와 예언속에 결국은 그로 인해 몰락해버리는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는 민중의 한과 삶을 노래하는 중남미식의 서사이리라. 과장된 언어와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미녀 리메디오스가 하늘로 올라가 버리거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가는 사람들)이 난무하는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하는 이 책은 존재가 고독임을 알게 하는 서글픈 민중 삶의 연대기이다.  

곤파스가 지나가고 난 들녘과 산하는 스산하기 그지없다. 논의 누런 벼이삭들은 바닥까지 그 줄기를 누이었고 과실을 매달고 있던 나무들은 채 익지 않은 열매들과 함께 진창속에서 생을 마갑하고 있다. 그 시간에도 문명은 알록달록한 빛으로 제 갈길을 가고 또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어디서나 고통은 고통받는 자들의 몫인 것인가. 그러나 희망 또한 희망하는 자의 것이기도 하리라. 음산하고 우울한 하늘 아래서도 고독한 자들의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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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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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눌수 있다. 리영희라는 개인의 역사와 그가 온몸으로 겪어낸 시대사로.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대부분 먹고 살아가는 문제 따위를 고민하는 걸로 대부분의 삶을 소비하지만 리영희라는 대단히 깡다구 쎈 어르신의 경우는 그 분의 개인사가 곧 시대의 역사이었음을 책은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 해방, 분단, 육이오, 사일구, 오일륙, 박과 전으로 이어지는 군사통치, 광주항쟁, 그리고 그 이후의 역사들, 너무나도 숨가뿐 한국현대사를 최일선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혀온 참으로 우리 역사에서 희귀한 한 분의 삶의 궤적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분의 이야기라 책의 내용은 일부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지만 상당부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다. 흥미진진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정말 놀라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도 일관되게 일생을 견지해 낼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진실을 진실대로 밝히고자 하는 치열한 의식, 언제나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초인적인 의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책의 형식도 퍽 마음에 든다. 흔히 자서전이라고 하면 서술적으로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기 십상인데 이 책은 바로 옆에서 지나온 세월들을 나직하게 들려주는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더 몰입하게 된다. 나직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은 글들, 읽는이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에 와있는 듯하게 만드는 힘있는 말, 이 책이 가진 장점들을 더 늘어놓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게 되리라. 총은 결코 펜을 이길수 없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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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민법(민총.물권편) 판례 120
이영창 지음, 이영욱 그림 / 박문각 / 2009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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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형사소송법 판례 120
김계환 지음, 이영욱 그림 / 박문각 / 2008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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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형법 판례 150
pmg 법률연구소 지음, 김영란 그림 / 박문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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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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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무한한 팬으로서 이런 책은 퍽 당혹스럽다. 어디에선가 익히 보아온 내용과 문체들, 그런 것들의 반복과 나열이 너무도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선생의 작품들을 전부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으리라. 이 소설에는 [입석부근] [몰개월의 새] [열애] [객지]등 그야말로 작가의 주옥같은 소설들에 언급된 이야기들이 그대로 인용되어 있기도 하다. 성장소설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황석영정도 되면 이런 재탕 삼탕의 이야기는 그만하시고 정말 사람의 가치관을 좌우할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데 열정을 보여주시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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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산 - 반양장본
박인식 지음, 강운구·김근원·김상훈 사진 / 바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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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이다. 샛노란 표지에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고 딱딱해 보이는 활자로 '사람의 산'이라고 박혀 있던 책, 표지만 보아서는 전혀 산에 관한 책이 아닌 듯 했던 책, 바로 이 책의 전신이었던 [사람의 산]이다. 산에서 안정을 찾고 산이 내 가치관의 일부를 결정해 주던 시절, 그 책을 읽으면서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의 그림자를 보았고 내 그리움의 실체를 확인했었다, 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산에서 숨져간 송준호와 유재원 그리고 최수남의 짧은 평전을 읽으면서 청춘의 한 시기를 헛헛하고 아련하게 보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박인식의 그 책, 그의 글은 그런 위력을 지녔었다. 어설픈 자의식과 불투명한 미래의 어둔 그림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바람부는 뒷 길을 배회하던 시절이었으니. 책을 읽고 배낭을 꾸려 지리와 설악의 골짜기를 헤메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그랬을까. 그 책이 이렇게 두텁고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다시 나왔는 줄은 몰랐다. 작가인 박인식선생을 그 책 이후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다'에서 잠깐 보았고 이후에 티브이에선가, 산삼을 심으로 다니신다는 방송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이제는 연로하셔서 그런 광기어린 글은 쓰시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요새야 히말라야도 노인분까지 트레킹하고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14좌를 하신 분들이 3분씩이나 나오고 하는, 심하게 말해서 히말라야가 뒷산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니 책의 내용이 너무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옛날(?)의 알피니즘, 그 치열한 정신을 요즈음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그리워진다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보시라. 세상이 변해가듯 추억도 변질된다지만 청춘의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쩌릿쩌릿하던 느낌들을 어디에서 되살수 있을까? 부디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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