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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이 책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눌수 있다. 리영희라는 개인의 역사와 그가 온몸으로 겪어낸 시대사로.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대부분 먹고 살아가는 문제 따위를 고민하는 걸로 대부분의 삶을 소비하지만 리영희라는 대단히 깡다구 쎈 어르신의 경우는 그 분의 개인사가 곧 시대의 역사이었음을 책은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 해방, 분단, 육이오, 사일구, 오일륙, 박과 전으로 이어지는 군사통치, 광주항쟁, 그리고 그 이후의 역사들, 너무나도 숨가뿐 한국현대사를 최일선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혀온 참으로 우리 역사에서 희귀한 한 분의 삶의 궤적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분의 이야기라 책의 내용은 일부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지만 상당부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다. 흥미진진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정말 놀라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도 일관되게 일생을 견지해 낼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진실을 진실대로 밝히고자 하는 치열한 의식, 언제나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초인적인 의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책의 형식도 퍽 마음에 든다. 흔히 자서전이라고 하면 서술적으로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기 십상인데 이 책은 바로 옆에서 지나온 세월들을 나직하게 들려주는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더 몰입하게 된다. 나직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은 글들, 읽는이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에 와있는 듯하게 만드는 힘있는 말, 이 책이 가진 장점들을 더 늘어놓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게 되리라. 총은 결코 펜을 이길수 없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