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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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철쭉이 만개한 이 봄날. 신파적으로 한번 물어본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었던 어느 가수의 노래말처럼 나그네길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인가. 아니면 9회말 투아웃에 타석에 오른 야구선수의 기다림같은 것인가! 투스트라이크 쓰리볼- 한 번의 스윙으로 순식간에 화려할 수도 비참해 질 수도 있는. 혹은 진지하게 어느 목적있는 삶으로 태어나 한평생 보이지 않은 그 어떤 분의 계시에 따라 살다가 또한 그 뜻대로 사라져 가는 괜찮은 목숨인 것인가. 여하간에..... 사춘기를 지나고 이성을 자각하던 시간 이후로 인생의 갈피, 매 순간마다 나타나 또렷한 질문으로 던져지던 말. 도데체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삶 그 자체에 매몰되어 나날의 반복되는 상처와 작은 영광속에 잊고 있다가도 어느날 혹 바람결에 날려오는 이파리 하나를 쳐다보면서 다시 생각나는 의문들. 이렇듯이 고뇌하는 파우스트는 예기치않은 생의 여기 저기에 출몰한다. 한층 더 복잡해진 관계와 일상에 지쳐 저 파우스트박사처럼 온 몸으로 인생의 궁극을 찾아 헤메지는 못하지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한숨 쉬고 걸어갈 길을 생각하며 절망해보지 않은 인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괴테같은 문호도 이 책을 20대 청춘에 쓰기 시작해 80이 넘어서 완성했다니 평생에 걸쳐 파우스트의 유령에 붙잡혀 인생의 의미를 천착한 것이 아니었던가. 더군다나 나이 80이 넘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딸에게 말도 안되는 연정을 느끼고 방황해야 했던 괴테.  바로 그 자신이 파우스트였던 것이다.


파우스트는 낭송을 위한 시다. 물론 시의 형식이 장차 오페라를 염두해 둔듯이 씌여있지만 눈으로 그냥 따라 읽는 것보다는 소리내어 낭송을 하는 것이 파우스트를 보다 즐겁고 쉽게(?) 읽는 방법이다. 소리내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기쁨 슬픔 절망과 환희의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성서와 그리스 신화가 중첩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괴테 당시의 시대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등 다소 난해하고 지루한 부분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을 따라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면서도 결코 허망하거나 허황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괴테가 써내려간 문장의 견실함 때문이다.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이 책 파우스트를 읽으면서도 일관되게 느끼는 이 견실함이라는 단어는 괴테를 괴테이게 만드는 핵심단어이다. 때로는 과한 듯 보이지만 절제되고 정제된 그러면서도 삶의 온갖 감정들이 풍성하게 표현된 문장을 읽다보면 그 속에 은근하게 자리해 있는 알심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고전은 이래서 고전인가. 꽃이 피어 좋다가도 바람불어 그 꽃잎 떨어져 비에 젖는 걸 보면서 쓸쓸해지는 마음을 느껴본 적 있는가. 괴테를 소리내어 읽어 보시라. 그로 인하여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그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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