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다치바나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다. 그의 유명세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첫인상은  이양반 대단하군 뭐 이런 것이었다. 여행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라는 생각이 보편적이 된 지 오래고 그에 따른 부산물로 무수히 많은 여행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나의 정서에 맞는 여행기는 정말 드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을 만난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시피 단순히 지도를 따라가면서 본 인상의 나열이라든지 아니면 자신이 겪은 모험이나 고통 따위의 회고 등은 여행을 인생에 대한 어떤 통찰이라고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는 작가의 말에 우선 공감했다. 그러나 다치바나의 이 책을 여행기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방면에 걸쳐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가진 그는 일단 프로다. 그리고 글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나)이라는 점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일상이라는 겉옷을 훌훌 벗고 떠나는 단순한 여행자와는 우선 다르다. 처음에 놀랐던 것은 그가 찾은 새로운 것, 낮선 목표에 대한 탐욕스러울 정도의 탐구심 때문이었다. 그가 저널리스트이자 르포작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말 전문적이며 심층적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도 그렇고 뉴욕에 대한 인상기나 에이즈에 대한 보고서가 그렇다. 그는 어떤 대상에 대해 한번 호기심을 가지면 그 대상이 가지는 핵심까지 건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같다. 글쎄 이런 사람이 쓴 글을 여행기라고 해야 할지.........그러나 다른 르포기사를 다 제쳐놓고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편 하나만 읽더라도 여행기로서의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청춘의 시절, 젊음이 유일한 자산이자 담보물이던 때, 여행을 하기에는 자신을 둘러싼 여건들이 너무 막막한 상태에서 낮선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하나하나 계획을 실현해 가고 드디어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는 다치바나. 나는 이제는 지나가버린 저 가여웠던 청춘의 시절을 회상하며 그에게 늦은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다치바나는 책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몸으로 느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생을 자신의 집 침대에 누워 지내면서 저 불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나 집필하는 동안 한 번도 하동 땅 평사리를 가보지 않았다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 여사의 경우는? 물론 선험적인 지식을 글로서 풀어내는 천재들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치바나의 말이다. ’이 세상은 가상인식장치를 통해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육체에 부속된 ‘종합적인 감각장치’, 리얼한 현실을 인식하는 그 장치를 현장에 가져가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인식이라는 것이 있다. 리얼한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리얼한 현실이라는 것이 있다. 여행이란 바로 그 리얼한 현실인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하나의 절차인 것이다. 여행이라는 작업을 통하지 않고는, 우리 육체에 부속되어 있는 ‘전방위적 전감각적 리얼한 현실인식장치’를 현장에 가져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가을, 책을 통하여서 한층 뻑뻑해진 머리를 위하여 두 다리와 손을 통한 자유를 허락함이 어떠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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