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탐험가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 19세기 이성과 합리주의가 세상을 온통 지배하던 사회에 비이성적이며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정신심리학의 거대한 광구 속으로 돌진해 들어간 3명의 선구자 혹은 광신자

들에 관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세 명 중에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선구자로 그 이후 시대의 모든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사실 교과서적인 것 외에 얼마나 알고 있을까?)그

보다 앞선 시대의 프란츠 안톤 메스머나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창시자인 메리 베이커 에디는 그다지 잘 알려

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메스머나 에디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과 질환의 치료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주목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에 대한 접근방법이나 환자의 치료방법에서 매우 구별되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인

물됨 만큼이나 말이다. 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길은 사실 오늘날의 정제되고 세련된 의학적 기준에서 보

면 퍽이나 유치하게 여겨질 발상들이었지만 당시의 세계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생각들이었다.

메스머의 경우를 보자. 당시는 인간의 심리나 최면을 이용한 환자의 치료는 마술사 아니면 미친 약장수 취

급을 받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 놀라운 집중력으로 최면의 세계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였으니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평생을 음지의 학문연구 속에서 살아야 했던 불운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책에서 츠바이크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메리 메이커 에디는 그 극적인 삶으로 인해 아주 인

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마흔이 넘도록 중증 신경증환자였던 그녀가 어떻게 심리치료를 받고 자리에

서 떨쳐 일어났는가 아니 자리에서 떨쳐 일어난 정도가 아니라 가히 신적인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를

의학자적인 심리분석과 기자적인 호기심에 그만의 독특한 필치로 매우 다이내믹하게 형상화 해냈다. 이 책

은 절망의 나락에서 천상의 날개를 단 여인으로까지 극단적인 변신을 거듭한 한 여인의 삶을 숨가쁘게 추적

해 냄으로서 도데체 한눈을 팔 겨를 없이 단숨에 책을 읽게 한다.

이제 프로이트에 대하여 애기할 차례이다. 사실 100여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프로이트라는 거대한

산맥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나갔는데 역시 츠바이크구나 하는 경탄을 하

게 한다. 어렵다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핵심 개념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나마

군데 군데 설명해 가면서 그의 인물됨과 시대 배경을 적절하게 섞어가는 솜씨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그

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부분은 쉬운 프로이트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작가는 프로이트

생전에 그와 교류를 나누었던 사람이다. 프로이트라는 거장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그의 학문의 탁월성에 일

찌기 개안한 츠바이크는 그에 대한 경외감인지 조금 조심스럽게 프로이트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일부 소개하고 있어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때로부터 벌써 80여년이나 지난 오늘날에 의학적 혹은 심리학적 지식이 전무한 독자로서도

책의 내용은 사실 시사성이 떨어진 과거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인생의

변화가 시작되는가. 그에게 다가온 운명의 시간 그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을 어떻게 포착하여 순간을

영원으로 환원해 내는가 하는 것은 무릇 범인들의 끝없는 관심사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여전히 동시대에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정신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 전사로서의 역사의 인

물들에 주목하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독자같이 그 방면에 문외한인 자로서 한 인간의 지적 혹은

정신적 추구가 어느 경지까지 이를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어느 관점에서

읽더라도 츠바이크가 명징하게 펼쳐놓은 삶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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