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어제의 세계'는 평생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소망했던 한 인간이 자신의 전생애에 걸친 시대와 사회

를 살아낸 이야기이다.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결국은 고향과 조국으

로부터 버림받은 삶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지만 평생에 걸쳐 통합된 유럽과 코스모폴리탄적 세계를 갈망

하였던 사람이다. 그 자신 정치에는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고 애정도 없었지만 바로 그 광포한 정치로 인해

여리고 순수한 영혼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스스로를 마음의 감옥속으로 유폐시킨 채 그토록 사랑하

고 그리워하던 예술과 낭만의 거리로부터 추방되었던 것이다.

문학으로 일군 명예와 영감이 넘쳐나는 예술가들과의 숱한 교류를 통한 정신적 고양을 경험하였지만 결국

덧없이 스러져가는 황혼처럼 죽음이 그의 신체와 영혼에 드리워졌다. 츠바이크는 유럽문화의 중심이자 예

술의 향기가 넘쳐나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태계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김나지움의 학교시절부터

도식적이고 제도화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름대로의 문학적 소통을 통하여 인생의 활로를 열어간다.

이런 상황은 베를린에 유학한 대학생활까지 이어진다. 일찍이 유럽의 다른 나라 시인들의 시를 번역하거나

혹은 여행이나 교류를 통하여 그들의 문화를 흡수하고 나누어 주었던 츠바이크의 관심은 전 유럽을 관통하

는 것이었다.

빈에서 태어나 짤즈부르크에서 오랜 생활을 살았지만 그의 생의 일관된 지향점은 울타리 없는 유럽의 정신

과 자유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유럽통합의 전사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

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내기 보다는 문학과 예술을 통하여 형성된 한 인간의 내면의 삶

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데 더 커다란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그의 인격형

성에 관계되는 온갖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등을 통하여 유럽의 어제의 역사와 예술지도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츠바이크의 자서전이라고도 하겠는데 전기작가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츠바이크가 자신의

일생을 자신의 방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 황혼이 깔려오는 석양 무렵 클래식기타나 피아노의 선

율이 잔잔히 흐르고 있는 카페에서 때론 나지막하게 때로는 격하게 자신의 일생을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는

츠바이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지만 그의 활동의 폭이 워낙 컸기에 그의

삶은 개인적인 일상으로 축소되기보다는 유럽의 지성과 예술의 역사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그의 매력적인 문체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책이다. 그의 문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더욱 빛

을 발하는 듯 하다.

유럽의 문학세계를 풍미하던 츠바이츠에게 찾아온 두 번의 전쟁은 너무나도 가혹했던 것 같다. 결국 말년의

츠바이츠는 전쟁을 피하여 브라질까지 멀어져 갔지만 상한 영혼은 더 이상 안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표현대로 성급하게 세상을 하직한다. 그런 면에서 츠바이크의 유서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안타깝게도 슬프다.

그리고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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