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오르는 길
손재식 지음 / 그물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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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모두는 어차피 죽어갈 목숨들, 매 순간 치열하게 살다가 가고 싶은 생각이야 누구에겐들 없을까마는 그게 어디 그리 쉬운가. 일상의 권태속에 내던져진 생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질 때마다 어디 한번 자신의 삶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은 마음 또한 마찬가지겠거늘 그게 결코 만만한 것이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그런 삶을 살다간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그들의 삶을 추앙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삶이라는 것이 대부분 허점투성이요 공허한 시간들로 채워지고 마는 것을...... 이 책속의 젊은 사내들의 삶 또한 크게 다를 것이 무어 있었겠는가. 그들의 대부분의 일상도 나른하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허나 벼랑에 매달려 자일을 타고 바위벽을 혹은 설벽을 오를 때만큼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아니 거기에 다가서려고 스스로를 단련해 나가는 동안의 자세는 우리네 따분한 일상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으리라. 그건 한밤중에 따뜻한 이불속을 빠져나와 쩡쩡울리는 칼날 같은 추위의 벼랑속으로 사라져가는 것과 아침 늦게까지 이불을 땡겨가며 잠속의 조그만 즐거움을 버리지 못하는 것만큼의 차이일까.

삶과 죽음이 수직으로 교차하는 절체 절명의 순간에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니 죽음의 사신이 코앞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숨가뿐 벼랑으로 몸을 내던지는 그 몸짓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이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유였을까. 땅에 메인 자들의 숙명을 거부하고 버둥거리며 정상으로 기어 오르는 것. 그것은 시인 김수영의 시구대로 '자유'이면서 '비애'인가. 알 것 같으면서 모를 것도 같다 어쨌거나 이 광포한 자본논리의 시대를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짧았지만 명징한 삶은 긴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한국에 알피니즘의 대중화 바람은 있어도 머메리즘은 소리 없는 것으로 알았던 내게는 그들이 있었음이 한국 산악인들의 자랑이요 희망이 아닐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차피 나이 먹고 늙어 가는 내가 그들처럼 자유를 찾아 험난한 바위벼랑에 매달릴 수는 없는 일, 산이 아닌 일상속에 매몰되어 살아 가더라도 생활속의 머메리즘은 무엇인지 반성하고 찾아봐야 하겠다. 그들을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들 세명의 산사나이들과 같이 탈레이 사가르에 도전했던 지은이의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등산용어에 대한 충실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들로 해서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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