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과 그 형제들 - 전7권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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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주님이 내안에서 거룩해지셨다'. 이 말은 이 책의 주인공 요셉이 자신을 끝없이 해하려는 난쟁이 두두와의 대화속에 자신의 지난 생을 회상하면서 고백한 말이다. 신이 거룩해지다니, 그것도 단점투성이인 인간의 몸을 빌어서. 인식의 능력을 가진 인간이 그나마 자신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신이 인간을 통해 거룩해질수도 있다는 말인가. 도데체 이런 말들을 어디에서 보았던가.

이는 신과 일상적으로 동행했던 혹은 대화를 나누었던 고대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토마스만은 이것을 신과의 거래 혹은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신은 인간을 통해서 그리고 인간은 신을 통해서 서로 거룩해지는 일이라고, 그러기에 사랑하는 요셉이 짐승에 찢기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야곱은 신에게 항의하며 부르짖는다. 나는 당신을 위해 할만큼 했는데 당신이 나에게 이럴수 있는거냐고......말이다)

이 책은 인류의 원형적인 존재로서의 인간들이 그들의 일생을 통하여 신과 동행하는 삶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수있다. 현재 우리 삶의 각각의 모습들의 원형으로서의 삶, 그 총체적 생활보고서인 것이다. 그러나 신이 내안에서 거룩해지셨다는 말은 요셉만이 할수 있는 고백이었다. 한 고대인이 자신의 일생을 일관된 섭리안에서 해석하고 그대로 따라가면서 결국은 자신의 표현대로 그를 통하여 신은 위대하게 재해석될수 있었다는 말이다.

요셉과 그 형제들은 성경에 나오는 짤막한 이야기 즉 야곱부족의 일대기를 그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성서의 이 짧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아주 훌륭한 소설이다. 파란만장한 삶.
아버지 야곱과 비슷하게 어린나이에 타의에 의해 집을 떠나 타향으로 가는 길, 그 나그네 삶의 여정이 얼마나 숨가빴을까.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들에게는 낯선곳에서도 자신을 들어올리시는 주님의 숨결을 간직한 자들이 아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소중히하는 삶의 교훈가운데 하나이다. 벼랑끝에서 평탄한 길로 연착륙하는 요셉과 야곱의 인생을 어찌 감동없이 바라볼수 있을까.

도데체 삶은 무엇인가. 세월이 흘러가도 나이를 먹어도 도무지 알수 없는 이 불가해한 의문앞에 어쩌면 토마스만은 한 해답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걸 무어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익살을 섞어서 웃으면서 말하고 있다. 삶이란 신께서 주관하는 한편의 거대한 연극이라고, 연극속에서 우리는 선한 역할도 할수 있고 악한 역할도 맞는 것이 아니냐고. 한 유쾌한 고대인의 삶이 오늘의 우리의 삶과 뭐가 그리 다를수 있겠느냐고. 그에게 섭리한 신의 뜻이 오늘의 우리 삶에도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고 말이다.

주인공 요셉이 자신을 아랬세상인 이집트로 팔아먹은 형들과 재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다. 요셉 스스로 각본을 짜면서 만들어가는 한편의 훌륭한 드라마. 스스로를 지난 신화속의 인물로 몸을 갈아입고(토마스만은 요셉이 신화를 가지고 놀았다고 표현했음) 앞으로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그의 연기앞에서 독자들이 어찌 넋을 잃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다. 그의 연기 앞에서 우리는 그저 멍하니 감탄만 하고 있는 관객인 것이다.

그 긴긴 세월을 어찌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죽었고 신화적인 역사가 돼서 지금 우리의 생각과 행동속에 당시와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어지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면 인류의 원형으로서 그네들을 선택하여 살과 피를 붙여 한편의 탁월한 연극으로 되살려낸 토마스만의 작업은 가히 소름끼칠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주절주절 말해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읽고 느껴보지 않고는...... 그러지 않고는 이렇게 뛰는 가슴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저기 청명한 밤하늘아래 사막길을 걸어가는 초롱한 눈을 가진 사나이의 뒷모습을 어찌 감동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길을 떠난 자들의 꿈과 소망을 어찌 다 일일이 기억할 수 있을까. 잊었다. 그 길이 너무 멀고 아득하기에, 그러니 오늘 이렇게 답답해진 마음에는 그냥 다시 책을 펼쳐보며 울면서 웃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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