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박사 1
토마스 만 지음, 김해생 옮김 / 필맥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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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도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으며, 사실 아무것도 경험하려고 하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말의 표면적인 의미에서는 그랬다. 그는 변화, 새로운 느낌, 심심풀이, 휴가 등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특히 휴가에 관해 말하자면, 그는 꼬박꼬박 휴가를 가고 구리빛으로 피부를 태우고 체력을 기르는 사람들을 두고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비웃었다. 그는 "휴가는 휴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해"라고 말했다. 보고 느끼는 '교양' 목적의 여행을 그는 조금도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는 눈요기를 경시하는 사람이었으며, 청각이 그토록 예민했건만 한번도 그 청각을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시각적 인간과 청각적 인간을 무리 없이 정확하게 구별하고는 자신을 확실하게 두번째에 분류시켰다. 나는 이런 분류가 결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 그가 자신의 시각적 폐쇄성과 의욕부족에 대해 하는 말을 한번도 제대로 믿지 않았다.-283쪽

괴테도 음악은 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내적인 것이며, 외부의 영향이나 삶의 경험도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보는 것과는 좀 다른, 더 많이 볼 수 있는 내면의 시각이, 상상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이 시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드리안처럼 시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지각하기를 거부한다는 데는 심한 모순이 있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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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즈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교양문고 VS 시리즈
한대수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5년 2월
구판절판


미국의 패권화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지만 정말 부러운 점 중에 하나는 도서관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곳은 뉴욕에서는 중류층의 동네였는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도서관이 두 개나 있었다. '동네도서관'임에도 철학이나 종교에서 음악이나 오락에 이르기까지 귀한 책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의 책으로. 우리나라도 지역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보충되어야 한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듯이 가깝고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이 많이 생겨야 한다.-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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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수퍼레시피를 구독한 지 꽤 되었는데 직접 따라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
(자세한 레시피는 저작권 문제도 있고 하니 생략!)
청피망, 양파, 고추 등의 채소를 썰어 고추기름으로 볶다가 대충 익으면 밥 넣고 볶은 다음 (이때 간은 약하게!)
기름뺀 참치를 고추장 양념으로 비빈 것을 볶음밥 위에 슬쩍 올린 다음 통깨와 고명김으로 장식하면 끝!


비교적 간단하지만 의외로 설거지감이 많이 나온다는 게 함정! 매콤하니 입맛 없을 때 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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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이유 - 저주의 몫. 에로티즘 e시대의 절대사상 20
유기환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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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마오리(Maori)족의 믿음에 따르면, 물건 즉 타옹가(taonga)는 그것이 태어난 숲의 영 즉 하우(hau)를 품고 있다. 만일 타옹가의 수증자가 영원히 그 타옹가를 소유하려고 하면, 그는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타옹가의 수증자를 따라다니는 하우는 자신의 탄생지, 자신의 원소유자에게 되돌아가기를 소망하는데, 이 소망을 가로막을 경우 저주를 내리기 때문이다. 타옹가의 수증자가 이 하우의 주술적 힘에서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답례'밖에 없다. 폴리네시아 사회에서 부의 순환을 지배하는 근본 기제는 바로 물건의 영혼, 즉 하우이다.-70쪽

물건을 오래 간직하면 물건의 영혼의 저주를 받아 불행하게 된다는 고대사회의 세계관은 얼마나 지혜로운가. 현대사회에서도 이런 세계관이 유효하다면, 재산을 쌓는 일에 혈안이 된 부자는 사라지지 않을까? 주고, 받고, 답례하고……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답례하는 자가 명예, 위세, 마나(mana, 비인격적 초자연력)를 지니게 되는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그리고 정의가 공정을 전제로 한 최대한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런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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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품절


베끼기는 독학이 가져다주는 폐해도 막아준다. 독학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의 책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기 마련이다. 역사적인 연관이나 주제의 관련성에 유의하지 않고 읽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 결과 아는 게 많아져서 장광설을 쏟아놓는다. 게다가 그들은 최근의 것what's new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서 항상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장광설은 사라지고 말을 더듬게 되며, 그 점을 지적하면 원래 제대로 된 공부는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우격다짐을 하곤 한다. 언뜻 듣기에는 옳아 보이나 <학>이라는 게 <체계적 지식>이라는 말인데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대중의 수준에 걸맞게 성교육을 잘한다 해도 그는 성의학자가 아니며, 자장면을 아무리 많이 팔았다 해도 그는 경영학자가 아니다. 어쨌든 베끼기를 거치지 않은 독학은 시간낭비, 지적인 허영일 뿐이다.-183쪽

베끼기를 열심히 하다보면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체득하는 이점이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면 대개는 참고문헌 목록을 작성하고 이 책 저 책 들춰보면서 노트에 정리한 뒤 끝내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어떤 책도 기억에 남지 않고 문장 몇 개만 막연한 추억처럼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차라리 가장 표준적인 책을 한 권 정해서 모든 말과 문장을 따져가며 끝까지 읽는 게 낫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막상 실천하려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참고문헌을 적게 읽으면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거 한 권 읽다가 새로운 것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따위가 엄습하는 것이다. 이런 걱정과 불안이 생겨나는 것은 베끼기를 통해 축적한 기본이 없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사를 충실하게 읽은 이는 철학의 문제가 그렇게 쉽게 풀리는 건 아니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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