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이유 - 저주의 몫. 에로티즘 e시대의 절대사상 20
유기환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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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마오리(Maori)족의 믿음에 따르면, 물건 즉 타옹가(taonga)는 그것이 태어난 숲의 영 즉 하우(hau)를 품고 있다. 만일 타옹가의 수증자가 영원히 그 타옹가를 소유하려고 하면, 그는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타옹가의 수증자를 따라다니는 하우는 자신의 탄생지, 자신의 원소유자에게 되돌아가기를 소망하는데, 이 소망을 가로막을 경우 저주를 내리기 때문이다. 타옹가의 수증자가 이 하우의 주술적 힘에서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답례'밖에 없다. 폴리네시아 사회에서 부의 순환을 지배하는 근본 기제는 바로 물건의 영혼, 즉 하우이다.-70쪽

물건을 오래 간직하면 물건의 영혼의 저주를 받아 불행하게 된다는 고대사회의 세계관은 얼마나 지혜로운가. 현대사회에서도 이런 세계관이 유효하다면, 재산을 쌓는 일에 혈안이 된 부자는 사라지지 않을까? 주고, 받고, 답례하고……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답례하는 자가 명예, 위세, 마나(mana, 비인격적 초자연력)를 지니게 되는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그리고 정의가 공정을 전제로 한 최대한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런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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