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 The 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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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딱히 취향의 영화는 아닌데, 주변에서 워낙 떠들썩하길래 안 보고 있으니 좀 불편해서 보러갔다;; 여기저기 관련글이 엄청 올라오는데다 사람들 대화 주제로도 어찌나 자주 등장하는지..내가 이런 무드로 묻어서(?) 본 영화가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등등인데, 경험상 이 정도 무드가 조성되면 그 영화는 대박나더라. 

물론 역시나 저런 대박 무드인데도 너무 취향이 아니어서 끝까지 안 본 "올드보이" 도 있다. 올드보이도 뭐랄까, 아직 인구에 회자되는 부분이 많아서 관련된 얘기 나오면 혼자 따되는 무드지만 그래도 꿋꿋이 안 본다-_-  

2. 특히 이런 식으로 꼭 볼 건 아니지만 아예 안 볼 것도 아닌 영화는 스포일러니 뭐니에 시달리다 보면 그냥 가서 어서 보자, 무드가 되는데..이건 스포일러 위협만 떠들썩했지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_-;;; 오히려 같이 본 친구가 중간에 중얼거린 "쟤가 나중에 양자삼는다는 걘가 보네.."가 제일 제대로 스포일러..(라지만 역시 별 타격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강의 소재와 출연배우, 감독만 체크하고 일부러 스토리 소개는 안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사실 예전과 달리 영화 관련글을 덜 읽는 탓도 있고), 역시 영화보는 재미 쪽은 그렇게 기본지식이 없는 쪽이 낫다.  

3. 영화는 그냥 재미있었다. 두 시간 내내 정신없이 휘둘린 느낌이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괴물'이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수준. 무서움을 별로 안 타는 편인데 공포영화나 저런 재난영화는 워낙 싫어해서, 옆에 맘편하게 팔붙들 사람이 없었으면 아마 보는 내내 괴로웠을거다. 

영화평 보니까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에 찬사를 보낸 사람들도 많던데, 사실 이런 영화 보면서 그 디테일을 다 체크해낸 그 사람들이 더 대단..난 그냥 저 영화의 본질은 '괴물과 괴물한테 잡혀간 애를 구해내려는 가족의 사투"고 나머지는 뭐랄까,  어차피 그걸로만은 영화가 안 되니 이거저거 갖다붙힌 걸로 보였거든. 케익으로 치자면 예전 버터케익에 꽂혀있던 장미꽃 장식같은 그런 느낌...물론 다르게 본 사람들도 많겠지만. 

읽어내자면야 반미코드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한 무수한 비판과 풍자가 끝도 없겠지만 그게 오히려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으니까 '응, 그러니?"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4. 반미 얘기만 하자면, 이 영화도 참 교묘하게 최근의 반미트렌드를 아주 잘 깔고 있는 작품이긴 한데 "웰컴 투 동막골" 처럼 딱히 황당하거나 기분나쁘진 않더라. 오히려 미국사람들이 봐도 저런 부분은 반박을 못하지 않을까, 싶은 식의 묘사라서....(바베큐 최고-_-b) 

여담이지만 난 웰컴 투 동막골의 그 대책없음이 상당히 기분나빴었고, 특히 장진감독의 그 "내 영화는 반미영화가 아니다. 난 그냥 그런 전쟁씬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야"하는 멘트 보고는 그야말로 어이상실이었다-_-;; '아는 여자'로 "매력있는 싸이코"라 생각했던 장진에 대해서 "무책임한 싸이코"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도 그 영화가 계기였는데..뭐 그 이후의 행보를 봐서도 역시 내 생각이 맞았던 듯.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 쪽은 작가주의로도 평가를 받겠지만, 훨씬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긴 하다.  

5. 연기야 뭐 워낙 다들 잘 했지만, 역시 송강호의 그 추리닝 차림-_-은 못잊을 거 같고, 배두나 역시 저 역을 저렇게 소화할 만한 배우는 배두나 밖에 없지 않나, 싶었고. 현서 역의 고아성도 최고. 

박해일의 '박남일'은, 극본 쓴 사람이나 아주 가까운 주변사람이 '02년의 김남일팬'이었다는데 한 표;;. 

6. 아무튼 이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고, 큰 기대없이 가서 그런지 돈 이 아깝다던가 실망스런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역시 두번 보고 싶지는 않다...(라지만 어지간한 영화가 나한텐 다 그렇긴 하다..) 

과연 괴물의 약진이 왕의 남자를 넘어설까?하고 궁금한 게 바로 그 부분, 왕의 남자는 누구 표현대로 '일수찍듯 영화관에 왔던' 광팬들이 많아서 그 스코어가 가능했던 건데, 같은 영화 영화관에서 두 번 보는 적도 없는 나도 세번이나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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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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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축구팬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이겠지만, 요즘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정말 이 영화만은 꼭 보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꼭 봐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사회도 상당히 많이 했던 모양인데 시사회 신청에도 신경을 안 쓴건 꼭 돈을 내고 봐줘야겠다,싶은 영화였으니까.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내게 홍명보 자선경기라던가, 수원의 연간회원권처럼 내가 내 돈을 기꺼이 보태주고 싶은 영화였던 거다.  

1. 재미있었냐고 한다면, 뭔가 새로운 내용에 어머어머, 하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내 입장에선 없다-_-;; 영화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모르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작년 인천의 돌풍도 잘 기억하고 있지만 난 심지어 "파란-공포의 외룡구단"이라는 영화와 같은 컨텐츠의 책까지 사서 몇 달 전에 다 읽어치운 참이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기사도 다 읽었으니 그야말로 스포일러 만땅인 상태로 가서 다 아는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만 한 것.  

2. 그런데도 나는 중간중간 목이 메었고, 눈물이 솟았고, 가슴이 찡했다. 인천의 팬도 아닌데, 물론 리그팀들 중에 호감이 있는 팀이긴 하지만 내게는 인천과 그라운드에서 종종 맞붙는 훨씬 더 소중한 내 팀이 따로 있는데도 그랬다. 그랬으니 아마 인천의 팬이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겠지. 아니, 이렇게 확고한 내 팀이 생기기 전의 그냥 리그팬인 상태였더라도 훨씬 더 영화 속의 인천에 감정이입했을거다. 물론 그랬다면 또 영화 속의 인천에 내 팀을 대입하면서 들었던 감정은 또 느끼지 못했을 것 같지만. 

3. 대부분 실패한 적이 있는, 바닥까지 떨어져 본 적이 있는 감독과 선수들, 창단 첫해, 늘 지기만 했던 인천이 2005년 시즌에 장외룡 감독이 세운 목표를 그대로 이루면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고, 결국 마지막에 울산에 무릎꿇긴 하지만 준우승 트로피를 쥐기까지..영화는 그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몇 줄의 스토리만으로도 꽤나 드라마틱한 이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려낸다. 

카메라가 따라가는 그라운드, 연습장, 숙소, 라커룸....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했지만 쉽게 보지 못한 풍경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꽤 즐거웠다. 

4.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일단, 개인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조금은 외피만을 흩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아쉬움이다. 주인공급이라 할 수 있는 장외룡 감독이나 임중용 주장의 경우에도 조금 더 개인적으로 깊게 접근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느낌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시간적 순서에 따른 차분한 진행이 아니라 편집에서 시간이 앞뒤가 섞이면서 생겼던 산만함은 조금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화면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인 감동은 포기하고 철저한 다큐멘터리를 지향했다면, 배치 역시 철저히 시간 상의 순서에 따르는 것이 옳다. 

빠듯한 예산으로 찍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찍지 못한 탓인가, 하는 짐작은 가지만, 이스탄불 공항에서 전지훈련 장소로 가는 저가 비행기의 과한 연착으로 널부러져 있는 선수들을 보여주고 이어지는 나레이션상으론 전지훈련 장소 같은 다음 훈련 장면이 뜬금없이 다시 인천 문학구장으로 돌아오는 식의 편집은 실수인지 아니면 보는 사람이 모르고 넘어가주길 바란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일반관객이라면 모를 확률이 더 높지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나같은 리그팬의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 같으니 말이다.  

금전적인 문제와 다른 사정으로 개봉이 늦춰진 것은 알지만, 사실 이 영화는 올 초 쯤에 개봉되어야 했을 영화다. 그런데 오히려 올 한해 더 추가 작업을 하면서 시간상의 문제는 더 두드러졌다. 영화가 시작될 때 나오는 수원과 인천의 경기는 작년이 아니라 올해 3월의 경기다. 올해 수원으로 이적해 그 장면에서는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죽어라 악역으로 뛰어다니는 이정수는 영화 뒷부분으로 가면 다시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_-;;;;; 편집과정에서 '축구' 다큐멘터리라는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 경기 장면을 더 추가하기로 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가뜩이나 저예산 영화에, 듣기로는 그 장면을 찍느라 예산의 많은 부분이 소모되었다는 시간상의 혼동만 추가하는 저런 식의 인트로가 과연 필요했을까. 

(혹시라도 '축구' 영화에는 국가대표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누군가의 생각으로 상대팀의 김남일 송종국 이운재를 화면에 비춤으로써 일단 기선제압을 할 의도였다면....그야말로 안습이고;;;; 뭐 나야 사랑하는 우리 선수들 봐서 좋긴 했지만 영화 전체의 구성으로 보면 영....)  

5. 그렇게 아쉬움은 남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그렇게 서툴되 기본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다. 감동을 짜내기 위해서 억지로 장치를 만들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인천이라는 팀을 따라다녔다는 것,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이, 그 뒤에 서있는 감독과 스탭과 구단 직원들이, 땀흘리고, 뛰고, 때로는 상대와 때로는 자신과 싸우고, 이기고, 때로는 지고, 기뻐하고, 눈물 흘리는 그 모든 과정을 다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축구팬으로서 이 영화가 많이 고맙다. 많이 박수쳐주고 싶다.  

6. 연휴 직전 금요일 오후 8시 50분, 확대개봉을 했다고 하는데 종로의 필름포럼에서 나와 같이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모두 11명이었다. 그 중에 남자는 단 한 명, 누가 여자들이 축구를 싫어한다고 했는지가 새삼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마도 리그팬일 확률이 높을, 함께 본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느 팀을 응원하세요?라고 물어보고도 싶었다. 

극장을 나서는데, 관객 중 유일한 남자였던 이가 동행한 여자에게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 저기 나온 애들, 올해 대부분 다른 팀으로 이적할 거 같아서. 우리가 돈이 없으니까." 

...인천팬이었나보다. 새삼 짠해졌다.  

7. 리그의 모든 팀이 인천처럼 눈물겹거나 힘든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각 팀만이 떠안아야 하는 어려움도 분명 있기 마련이다. 내 팀은 인천처럼 연습장을 찾아 떠돌거나 돈 때문에 팀의 핵심선수를 팔아야 하는 일은 겪지 않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의 인천처럼 준우승 컵을 들고 환하게 웃지는 못한다. 한 번의 승리로 칭찬받고 흐뭇해 하지도 못한다. 사치스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늘, 당연히 이기기를, 1위를 차지하기를 모든 이가 기대하는 그것도 선수들에게, 감독에게, 그 팀을 지지하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또 분명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내가 이번 시즌에 뼈저리게 느낀 것이 바로 그런 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차이가 있다 해도,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모두가 같아진다는 것, 연봉이 얼마건, 가슴에 태극기를 달아보았건 아니건, 오직 공과 그라운드와 상대와 나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축구의 매력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을 십분 보여준 것이 영화 속의 인천이었고.  

축구를 사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영화 속 인천이 내 팀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인천과 그라운드에서 맞붙는 다른 팀을 응원하고 있다면 영화 속의 인천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그 팀을 대입하면서..'비상'은 그렇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마지막의, "이 영화를 K리그의 모든 선수와 관계자와 팬들에게 바친다"는 바로 그 자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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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홀리데이 - The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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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실은 지난 연말에 봐 줬어야 할 영화였는데, 지난 연말은 과하게 바빴던 관계로 오늘에야 봤다. 그런데 이거, 완벽하게 내 취향의 영화라서 정말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보는 내내 이렇게 즐거웠던 영화, 무척 오랫만이다.  

1. 제목에서 연상되듯(원제는 로맨틱, 이 빠진 "The Holiday" 다. 우리말 제목, 이 정도 작명센스면 아주 훌륭하다), 스토리는 "휴가간 두 여자의 이야기"다. 사랑이 마음대로 안 되어서 인생 전체가 암울해보이는 상황에 처한 두 여자가 "Home Exchange" 사이트에서 만나 2주간 집과 차를 맞바꾼다. 그리고(당연하게도!!) 그렇게 떠난 휴가에서 두 여자는 인생을 뒤바꿀 사랑을 만난다. 

2.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LA에 사는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영국 서리에 살면서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신문사 결혼기사 담당 직원, 아만다는 동거하던 애인이 한참 어린 리셉셔니스트와 바람이 난 걸 알고 애인을 내쫓았고, 아이리스는 3년간 짝사랑했고 한때 사귀었으며 지금도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회사 동료가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약혼발표를 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지금, 여기가 싫어!!"를 외치게 된 두 여자, 앞에서 말한 대로 크리스마스 시즌 휴가 동안 집을 바꾸어서 아이리스는 야자수가 뻗어있는 따뜻한 LA로, 아만다는 눈쌓인 길이 좁아서 차도 들어가지 않는 영국의 시골 돌집으로 오게 된다. 

3. 보면서 사실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건, 저 두 멋진 언니(;;)가 철없는 20대가 아니라 인생의 단맛쓴맛을 아는 30대로 나왔기 때문일거다(근데 찾아보니 케이트 윈슬렛은 실제로 서른 넘긴지 얼마 안 되었건만...절대로 20대로 안 보였다는;;;;;). 둘 다 정말로 예쁘게 나왔던 예전 영화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나이가 든 티가 많이 나고, 카메론 디아즈는 심지어 눈가에 주름이 자글-_-한데도 극 중에서도 실제 배우로도, 참 보기 좋게 나이먹어 가고 있다는 게 보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근데 카메론 디아즈, 눈 가에 주름이 있건 어떻건 정말로 사랑스럽더라. 예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의 그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기억나더라는.. 

출연진 프로필을 찾아보니 정말로 카메론 디아즈와 잭 블랙(마일스 역)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케이트 윈슬렛과 쥬드 로(그레엄 역)는 영국 출신이다. 이 영화, 실제로도 영미 합작 영화구나;;;;;

4. 사실은 아만다의 경우처럼 원나잇 스탠드 파트너가 지내보니 진정한 사랑이더라-_- 보다는 아이리스의 경우처럼 그저 아는 사이로 시작한 남자가 알고보니 진국이더라, 가 훨씬 더 바람직하고 있을 법한 사건이긴 한데, 아만다 커플이 더 좋아보이는 건 역시 주드 로의 매력때문인가..OTL (미안해요 잭 블랙. 영화니까 외모가 극복 안 되는 거 좀 이해해 줘 ㅠ.ㅠ) 

요즘은 일부러 영화 보기 전에 내용을 전혀 안 보고 가서 이 영화도 출연진 외엔 거의 아는 거 없이 갔는데, 같이 본 친구가 쥬드 로가 나무랄 데 없이 정말 괜찮은 남자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서 보는 중에, 아만다와의 스토리 전개도 좀 그렇거니와 중간에 소피니 올리비아니가 등장해서 대체 어디가 나무랄 데 없다는 거야!!! 했는데...그 소피니 올리비아니가 나름 반전이라면 참 반전;;;  

게다가 마지막의 그 울어서 얼굴이 엉망이 된 쥬드 로, 진짜 사랑스러워도 너무 과하게 사랑스럽잖아 ㅠ.ㅠ 

5. 영화 속에서는 영국 시골의 작은 돌집에 온 아만다는 다소의 열악함과 따분함에 금새 짐을 싸려고 하고, LA 호화저택에 온 아이리스는 환호작약하면서 집 정원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지만, 사실 나한테 휴가지를 고르라면 영국 시골의 그 돌집에 한 표, 정말이지 내가 지독한 유럽 편향이라는 거 영화 보면서 새삼 느꼈는데....그러니 쥬드 로와 카메론 디아즈의 그 짧은 야외 데이트 장면도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카메론 디아즈가 열렬히 달려가던 그 눈덮인 길까지. 

6. 아이리스와 마일스 커플 쪽은, 사실 생각해보니 그 둘 사이의 알콩달콩이 적어서 더 그쪽에 감정이입이 안 되는 듯도. 각자 서로를 반면교사삼아-_- 정말 나쁜 남자 나쁜 여자였던 예전 애인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오히려 핵심 키워드였던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결국 아이리스가 미국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 건 노인에 대한 친절한 배려-_-에서 시작되는 거였으니 이 영화, 나름 Good Girl이 되라는 계몽영화인지도;;;;;;

7. 사실 보면서 조금 훌쩍거렸고 많이 찡했던 건 그 옆집 할아버지, 아더가 "아더 애봇의 밤"에 참석하는 부분이었는데...요즘은 은퇴 후의 노인들이 나오는 부분에 이상하게 감정이입하고 남 일 같지 않게 보게 된다(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_-. 부모님이 생각나서 그런가). 은퇴한 왕년의 명 시나리오 작가 '아더', 세상에 대해 다소 "까칠하게" 살고 있던 그가 아이리스를 만나서 다시 삶에 대한 의욕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네 남녀가 사랑을 이뤄가는 모습 만큼이나 따뜻했다. 

8. 사실 요즘 마음에 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난 게 너무 오래되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 덕에 내 취향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새삼 확인했다.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서(사실 그 영화는 정치적 공정성에 대해서 다소 삐죽거리고 싶은 부분도 있었으니 어쩌면 이 영화 쪽이 더) 크리스마스면 항상 생각날 영화,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느 부분부터 봐도 기분좋을 영화가 리스트에 하나 추가된다는 것은 자주 맛보지 못하는 기쁨이라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내 입장에선 정말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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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앙 로즈 - La Vie en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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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친구를 만나면서 영화를 뭘 볼까 하다가 배경이 프랑스고 주제가 노래인데다 실화가 기본이라, 뭐 볼 만 하겠다, 라고 생각하고 골랐는데...내가 간과한 요소 하나는 이 영화 자체가 '프랑스산' 이었다는 거다. 아니 뭐 그래서 영 별로였다는 건 아닌데, 볼 사람들은 그걸 꼭 참고해야 할 듯.  

(근데 명보극장..간만에 갔더니 왜 그리 망해가는 분위기-_-;;; 매표소 언니들의 맹함도 그랬지만, 지하 상영관 분위기도 참..요즘 복합상영관에 비하면 꽤 큰 스크린이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관객이 스무명도 안 되더라. 게다가 그 관객층이...나랑 친구가 제일 어릴지도 모르겠다 싶은 아주 드문 시츄에이션-_-;;) 

1. 주제야 다 알려진 대로 에디트 삐아프의 생애, 인데, 이 영화가 맘에 안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다면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그 시간 구성 방식일거다. 첫 장면의 배경은 50년대 후반 정도였는데, 거기서부터 어린 에디트가 등장하는 1919년으로 돌아가더니 나름 회상같은 형식으로 과거의 시간이 흐르기는 하는데, 이게 죽 흐르는 회상이 아니라 에디트의 말년과 계속 크로스되면서 오버랩 플래시백 난리다;; 근데 그게 너무 잦고 딱히 유기적이지가 않다는 느낌이어서, 그야말로 정신없고 몰입을 상당히 방해한다-_-;;; 

뭐랄까, 프랑스 영화를 비롯한 유럽 영화가 솔직단순진부의 헐리우드식 작법을 경멸한다는 건 알겠고, 관객에 대한 친절함에도 별 의미부를 안 해서 우린 얘기할테니 알아들으려면 알아듣고 말려면 마,라는 모드인 건 알겠는데....일직선 코스의 진부함에서 탈피하려고 저렇게 나가는 건,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과했다, 싶었다.  뭐 이런 얘기 해 봐야 걔네는 들은 체도 안 하겠지만, 솔직히 이러니까 너네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이 안 되는 거라고-_-;;;   

2. 곡예사 아버지에 거리의 가수 엄마에 창녀집 포주 할머니-_-;;; 딱 봐도 참 인생역정 험난할 거 같은 출생이고, 실제로도 그랬던 삶이긴 했다만...보다 보면 아니, 그래 너 사는 거 힘든 거 알겠지만 술 좀 그만 처먹어-_-++++ 하는 생각이;;; 이건 무슨 20대 초반부터 오난전 알콜릭....그러니까 40대에 벌써 60대 할머니같은 거 아니냐고!!!! 중간에 나 마흔 네 살이야, 아직 얼마든 더 노래할 수 있어-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 정말 진심으로 놀랬다. 그 외모나 움직임이 정말 74살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았다고;;;(이러니까 난 유럽적 퇴폐보다는 차라리 미국식 청교도주의가 적성에 맞는 거다;; 유럽 중에는 그나마 건실한 데가 있는 영국이 낫고-_-). 

게다가 그 예술가 특유의 불안정이랑 괴팍함이 너무 강조되어서,그래 역시 예술가 부류는 멀리서 박수나 쳐주지 옆에 친구로 붙여놓을 건 못된다는 평소의 생각이 더 강해지는;;; 같이 본 친구 말대로 영화가 그런 편견을 더 확대재생산 하는 건 아닌지 몰라.  

3. 보고 와서 에디트 삐아프를 검색해서 봤더니, 아무리 만드는 사람 맘이라고 해도 전기영화라면 좀...넣을 건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이브 몽탕의 존재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냐.........

평생의 사랑이었다는 막셀 세르당과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메인이 되어서 그런가, 그래도 마지막 남편은 나름 등장했는데 다른 남자들은 영화에 콧배기도 안 비치고, 아, 마지막 회상씬에 딸이랑 같이 첫남편이 나오긴 하더라만..그건 정말 초뜬금-_-;;; 그 장면이 얼마나 뜬금없었으면 마지막에 딸 이름을 마르셀, 마르셀, 하고 부르는데 발음도 그렇고, 막셀의 자막 오타인 줄 알았다. 

근데 그 모몬느라는 여자친구와의 사이도...친구 맞니;;; 모호하게 나오긴 했지만 은근히 친구 이상이라는게 암시되고..아놔 암튼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_-;; 

4.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비추는 아닌게...일단 주인공 여배우 연기가 정말 괜찮고, 연기라기보다 실제 에디트 삐아프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마리온 꼬띨라르라는 이름, 한번 기억해 둘 만 하다.   


그리고 막셀 역 맡은 장-피에르 마틴(헉, 그야말로 너무 프랑스적인 이름;;;)이란 배우도 꽤 매력있었다. 뭔가 요즘은 굉장히 드물어진, 어딘가 그레고리 펙같은 예전 헐리우드 남자배우의 매력을 풍기는 타입.  

5.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음악.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 만으로도 두 시간을 투자할 만 하다. 메인이 되는 건 타이틀곡인 '라 비 앙 로즈' ' 사랑의 찬가' '후회하지 않아' 빠담빠담빠담' 정도인데..워낙 알려진 노래여서 귀에 더 익숙하고 강렬하게 와 닿는다.  

궁금한 건 영화 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실제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인지, 아니면 배우가 다시 부른 건지인데...실제 노래면 립싱크를 아주 잘 한 거고, 배우가 직접 부른 거면..배우 말고 가수도 해야 할 듯; 그 정도 부르는 거면 화제가 될 만 한데, 영화 정보에 딱히 그런 얘기가 없었으니 그냥 예전 음반에서 샘플링해서 쓴 건가..집에 와서 찾아 들어본 바로는 음색은 비슷한데, 음량의 차이인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훨씬 강렬했다는 느낌이어서.  

원래는 딱히 음악을 많이 듣지도 즐겨 듣지도 않는 편인데, 요즘은 이상하게 음악 영화가 끌린다. 지난번 카핑 베토벤도 그렇고, 이 영화도 영화 내러티브는 좀 아쉬웠지만, 음악 때문에 만족도가 올라갔던 영화들. 다음엔 오거스트 러쉬를 보고 싶은데, 같이 음악이 주제라도 그 영화는 성격이 좀 다르니까, 내러티브가 좀 만족스러웠으면 하는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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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포터 - Miss Po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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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는 다소 시대물 홀릭에 유럽홀릭, 특히 영국홀릭이라 빅토리아조의 영국, 게다가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스토리가 엉망으로 칙칙하지만 않다면 어느 영화건 시간과 돈을 기꺼이 투자해줄 생각이 있다. 근데 스토리마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르네 즐위거와 이완 맥그리거라는 완소까지는 아니라 해도 나쁘지 않은 조합. 이건 어떻게든 보러가야겠다 하고 별렀던 영화였다.  

그리고 보는 내내 정말로 즐거웠다. 중간의 슬픈 장면에도 불구하고 내내 미소를 띄고 봤고, 나와 취향 비슷한 동행도 마찬가지.

1. 베아트릭스 포터에 대해서는 매우 좋아하는 영국문학기행문('김인성의 영국문학기행')에서 그녀의 대략적인 인생 스토리와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그녀가 어떤 관계인지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난 노만의 죽음이 별로 쇼크가 아니었는데 대부분의 관객에게는 그 부분이 매우 쇼크였던 모양(미리 본 친구 모양은 '반전'이라고까지 절규를;;;). 근데 스토리를 알고 간다고 영화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전기물이라는 건 아무리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서라도 실제 일어났던 사실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거고, 이 영화의 재미는 큰 스토리라인이 아니라 그 스토리가 어떻게 아기자기하게 풀려나가는지, 그리고 어떤 배경에서 어떤 그림으로 나타나는지니까. 

2. 영화 전체로 볼 때 내게 더 인상적이었던 건, 베아트릭스와 노만의 사랑 얘기보다도 스스로 그리고 쓴 그림과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베아트릭스 포터라는 한 여자의 자아실현 욕구 쪽이었다. 오늘날로선 당연하고 별 거 아니지만 가정 밖의 여성을 상상할 수 없었던 엄격한 빅토리아 시대에, 그것도 자기 스스로 빵을 벌어야 하는 계급 출신이 아니라(하긴 그 시대엔 그런 계급이면 일단 교육의 혜택을 받기 어려워서 자아실현이 불가능했을거다;;) 여자는 레이스와 보석으로 아름답게 차리고 돈많고 집안좋은 남편을 만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 믿는 귀족 바로 아래 상류계층이었던 집안에서 저런 욕구를 가졌던 그녀가 부모 및 주변과 얼마나 부딪혀야 했을지는 굳이 영화를 통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사실은 꽤나 싱크로가 되어서 더 와닿았을지도-_-). 

그렇기 때문에 작가로서 그녀의 성공이 어찌나 내 일처럼 흐뭇하고 기쁘던지. 자신의 재능으로 돈을 벌어서 온전히 자기 힘으로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언제건 누구건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이지만, 그 시대의 여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내가 그린 그림,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걸로 돈이 벌린다는 건 내가 낸 가게에서 물건이 불티나게 팔린다, 는 것보단 역시 좀 특별하지 않은가. 

3. 그렇게 보면 노만과의 로맨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원하는 그 소위 좋은 집안의 신랑감들을 모두 거부했던 베아트릭스가 노만과 사랑에 빠졌던 것은, 노만이 다른 사람들처럼 부유한 포터 집안의 좋은 신붓감 베아트릭스로 그녀를 보았던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녀를 한 인간으로 동등하게 대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노만이 그녀와 토끼 피터 래빗, 오리 제미마 퍼들 덕 같은 그녀가 만들어낸 세계를 존중해주는,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점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데 큰 이유였을 것이다. 베아트릭스가 장사꾼을 사위로 삼을 수 없다는(아니 물론 책도 상품이긴 하지만, 출판업자를 장사꾼이라고 하니까 좀 그렇긴 하더라;;)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하겠다고 주장할 정도로. 

그렇지만 사실 이 로맨스도 참으로 빅토리아적이긴 하다. 로맨스 장면 1,2,3이라고 하면 찻집에서 노만이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다고 하는 장면과, 크리스마스 파티에서의 청혼 장면, 기차역에서의 이별 장면 정도인데..사실 찻집에서의 장면은 "앞으로도 우리 같이 계속 책을 만듭시다"였으니 연인이라기보단 작가와 출판업자 사이의 관계에 더 가까웠고, 청혼 장면은 "When you taught me how to dance"가 흐르면서(짧게 나오지만 이완 맥그리거의 노래솜씨 여전히 근사하다ㅠ.ㅠ) 함께 춤추는 장면도 나오고, 무지 낭만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미스 포터" "미스터 원"이라고 부르면서 청혼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너무 빅토리아식 로맨스의 극치...(아니 난 그게 전혀 싫지 않았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이라는 거다^^). 

요새 기준으로 로맨스스러웠던 장면은 부모의 반대로 여름을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보내기 위해 떠나는 베아트릭스를 노먼이 배웅나온 기차역에서의 그 이별씬이었는데, 이 영화의 유일한 러브씬..이기도 하다. 그래봐야 아주 초건전 키스씬이지만^^. 반지를 건네주면서 서로를 겨우 노먼, 베아트릭스라 부르게 된 연인들의 빗속에서의 첫 키스씬은 이어질 비극을 예감하는 입장에서는 더 아련해보였다(여기서 갑자기 '당신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만을 남기고'라는 싯귀가 생각나더라는;;). 

아, 그리고 서로 런던과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주고받는 그 러브레터. 목소리로만 나오지만 서로에게 써보내는 그 글귀들이 어찌나 은은하면서도 달콤하고 로맨틱하던지. 오늘날 우리 대부분이 평생 그런 식의 러브레터를 주고받지 못한다는 게 정말 슬픈 일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4. 영화상으로는 노먼이 생뚱맞을 정도로(;;) 갑자기 죽은 후의 전개에서 제일 마음아팠던 것은, 부모의 반대로 노만의 가족에게도 그 약혼을 알리지 못했던지라 베아트릭스가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한다는 부분과,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식이 미친 듯 그림을 그려대는 것이었다는 장면..왠지 베아트릭스의 심정이 아플만큼 이해가 되어서 굉장히 짠했다. 

5. 그렇지만 베아트릭스가 꿋꿋하게 슬픔을 이겨내는 장면 역시 좋았다. 인세로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힐탑 농장을 사고, 그 주변 어렸을 적 뛰놀던 자연이 개발로 점점 망가지는 것을 참지 못해서 인세로 벌어들이는 돈을 모두 주변 농장을 사서 그대로 유지하는데 투자하는 모습은 저거야말로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쁘게 번 돈도 아니고,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동화책을 팔아서 번 인세(실제로는 인세도 인세지만 그녀의 토끼와 다람쥐들이 소위 '캐릭터 상품'이 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집에도 피터래빗 냄비꽂이, 피터래빗 지우개가 있는 걸 보면 납득이 가는 얘기..)로 자연보존을 위해 땅을 사서 그걸 결국은 공공재단에 기부하다니!!(그녀가 사들인 땅이 500만평에 달했고 그 모두가 그녀 사후에는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되었다). 이건 정말 이상적이라도 너무 과할 정도로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활동을 함께 했던 지역 변호사와 40대 후반에 결혼했고, 80에 가깝게 장수했다는 것 역시 흐뭇한 후일담이다. 

6. 영화에서 정말 좋았던 연출은 베아트릭스가 그린 동물삽화들이 순간순간 종이 위에서 살아서 움직이면서 베아트릭스와 교감하는 장면. 영화 전체에 딱 적절하게 동화같은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좀 아쉬웠던 건 한국어 자막. 큰 오역은 없었던 것 같지만 글자수가 한정된 탓인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중간중간 잘라먹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고.  

7. 개발이 대세이던 시절, 보존의 가치를 안 베아트릭스 포터는 오늘날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 지역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생긴 부가가치는 제쳐놓더라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고마워할만 하다(내가 다 고마우니 영국인들은 몇 배로;;;). 

어떤 삶이 조화롭고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굳이 이런 전기성에 기대지 않아도 '미스포터'는 그 자체로도 꽤 매력있는 소품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평가가 꽤나 좌우되겠지만, 나는 정말로 좋았으니까. 이런 영화, 좀 많이 나와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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