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앙 로즈 - La Vie en ros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친구를 만나면서 영화를 뭘 볼까 하다가 배경이 프랑스고 주제가 노래인데다 실화가 기본이라, 뭐 볼 만 하겠다, 라고 생각하고 골랐는데...내가 간과한 요소 하나는 이 영화 자체가 '프랑스산' 이었다는 거다. 아니 뭐 그래서 영 별로였다는 건 아닌데, 볼 사람들은 그걸 꼭 참고해야 할 듯.  

(근데 명보극장..간만에 갔더니 왜 그리 망해가는 분위기-_-;;; 매표소 언니들의 맹함도 그랬지만, 지하 상영관 분위기도 참..요즘 복합상영관에 비하면 꽤 큰 스크린이었는데, 일요일 오후에 관객이 스무명도 안 되더라. 게다가 그 관객층이...나랑 친구가 제일 어릴지도 모르겠다 싶은 아주 드문 시츄에이션-_-;;) 

1. 주제야 다 알려진 대로 에디트 삐아프의 생애, 인데, 이 영화가 맘에 안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다면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그 시간 구성 방식일거다. 첫 장면의 배경은 50년대 후반 정도였는데, 거기서부터 어린 에디트가 등장하는 1919년으로 돌아가더니 나름 회상같은 형식으로 과거의 시간이 흐르기는 하는데, 이게 죽 흐르는 회상이 아니라 에디트의 말년과 계속 크로스되면서 오버랩 플래시백 난리다;; 근데 그게 너무 잦고 딱히 유기적이지가 않다는 느낌이어서, 그야말로 정신없고 몰입을 상당히 방해한다-_-;;; 

뭐랄까, 프랑스 영화를 비롯한 유럽 영화가 솔직단순진부의 헐리우드식 작법을 경멸한다는 건 알겠고, 관객에 대한 친절함에도 별 의미부를 안 해서 우린 얘기할테니 알아들으려면 알아듣고 말려면 마,라는 모드인 건 알겠는데....일직선 코스의 진부함에서 탈피하려고 저렇게 나가는 건,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과했다, 싶었다.  뭐 이런 얘기 해 봐야 걔네는 들은 체도 안 하겠지만, 솔직히 이러니까 너네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이 안 되는 거라고-_-;;;   

2. 곡예사 아버지에 거리의 가수 엄마에 창녀집 포주 할머니-_-;;; 딱 봐도 참 인생역정 험난할 거 같은 출생이고, 실제로도 그랬던 삶이긴 했다만...보다 보면 아니, 그래 너 사는 거 힘든 거 알겠지만 술 좀 그만 처먹어-_-++++ 하는 생각이;;; 이건 무슨 20대 초반부터 오난전 알콜릭....그러니까 40대에 벌써 60대 할머니같은 거 아니냐고!!!! 중간에 나 마흔 네 살이야, 아직 얼마든 더 노래할 수 있어-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 정말 진심으로 놀랬다. 그 외모나 움직임이 정말 74살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았다고;;;(이러니까 난 유럽적 퇴폐보다는 차라리 미국식 청교도주의가 적성에 맞는 거다;; 유럽 중에는 그나마 건실한 데가 있는 영국이 낫고-_-). 

게다가 그 예술가 특유의 불안정이랑 괴팍함이 너무 강조되어서,그래 역시 예술가 부류는 멀리서 박수나 쳐주지 옆에 친구로 붙여놓을 건 못된다는 평소의 생각이 더 강해지는;;; 같이 본 친구 말대로 영화가 그런 편견을 더 확대재생산 하는 건 아닌지 몰라.  

3. 보고 와서 에디트 삐아프를 검색해서 봤더니, 아무리 만드는 사람 맘이라고 해도 전기영화라면 좀...넣을 건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이브 몽탕의 존재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냐.........

평생의 사랑이었다는 막셀 세르당과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메인이 되어서 그런가, 그래도 마지막 남편은 나름 등장했는데 다른 남자들은 영화에 콧배기도 안 비치고, 아, 마지막 회상씬에 딸이랑 같이 첫남편이 나오긴 하더라만..그건 정말 초뜬금-_-;;; 그 장면이 얼마나 뜬금없었으면 마지막에 딸 이름을 마르셀, 마르셀, 하고 부르는데 발음도 그렇고, 막셀의 자막 오타인 줄 알았다. 

근데 그 모몬느라는 여자친구와의 사이도...친구 맞니;;; 모호하게 나오긴 했지만 은근히 친구 이상이라는게 암시되고..아놔 암튼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_-;; 

4.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비추는 아닌게...일단 주인공 여배우 연기가 정말 괜찮고, 연기라기보다 실제 에디트 삐아프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마리온 꼬띨라르라는 이름, 한번 기억해 둘 만 하다.   


그리고 막셀 역 맡은 장-피에르 마틴(헉, 그야말로 너무 프랑스적인 이름;;;)이란 배우도 꽤 매력있었다. 뭔가 요즘은 굉장히 드물어진, 어딘가 그레고리 펙같은 예전 헐리우드 남자배우의 매력을 풍기는 타입.  

5.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음악.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 만으로도 두 시간을 투자할 만 하다. 메인이 되는 건 타이틀곡인 '라 비 앙 로즈' ' 사랑의 찬가' '후회하지 않아' 빠담빠담빠담' 정도인데..워낙 알려진 노래여서 귀에 더 익숙하고 강렬하게 와 닿는다.  

궁금한 건 영화 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실제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인지, 아니면 배우가 다시 부른 건지인데...실제 노래면 립싱크를 아주 잘 한 거고, 배우가 직접 부른 거면..배우 말고 가수도 해야 할 듯; 그 정도 부르는 거면 화제가 될 만 한데, 영화 정보에 딱히 그런 얘기가 없었으니 그냥 예전 음반에서 샘플링해서 쓴 건가..집에 와서 찾아 들어본 바로는 음색은 비슷한데, 음량의 차이인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훨씬 강렬했다는 느낌이어서.  

원래는 딱히 음악을 많이 듣지도 즐겨 듣지도 않는 편인데, 요즘은 이상하게 음악 영화가 끌린다. 지난번 카핑 베토벤도 그렇고, 이 영화도 영화 내러티브는 좀 아쉬웠지만, 음악 때문에 만족도가 올라갔던 영화들. 다음엔 오거스트 러쉬를 보고 싶은데, 같이 음악이 주제라도 그 영화는 성격이 좀 다르니까, 내러티브가 좀 만족스러웠으면 하는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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