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홀리데이 - The Holid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사실은 지난 연말에 봐 줬어야 할 영화였는데, 지난 연말은 과하게 바빴던 관계로 오늘에야 봤다. 그런데 이거, 완벽하게 내 취향의 영화라서 정말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보는 내내 이렇게 즐거웠던 영화, 무척 오랫만이다.  

1. 제목에서 연상되듯(원제는 로맨틱, 이 빠진 "The Holiday" 다. 우리말 제목, 이 정도 작명센스면 아주 훌륭하다), 스토리는 "휴가간 두 여자의 이야기"다. 사랑이 마음대로 안 되어서 인생 전체가 암울해보이는 상황에 처한 두 여자가 "Home Exchange" 사이트에서 만나 2주간 집과 차를 맞바꾼다. 그리고(당연하게도!!) 그렇게 떠난 휴가에서 두 여자는 인생을 뒤바꿀 사랑을 만난다. 

2.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LA에 사는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영국 서리에 살면서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신문사 결혼기사 담당 직원, 아만다는 동거하던 애인이 한참 어린 리셉셔니스트와 바람이 난 걸 알고 애인을 내쫓았고, 아이리스는 3년간 짝사랑했고 한때 사귀었으며 지금도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회사 동료가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약혼발표를 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지금, 여기가 싫어!!"를 외치게 된 두 여자, 앞에서 말한 대로 크리스마스 시즌 휴가 동안 집을 바꾸어서 아이리스는 야자수가 뻗어있는 따뜻한 LA로, 아만다는 눈쌓인 길이 좁아서 차도 들어가지 않는 영국의 시골 돌집으로 오게 된다. 

3. 보면서 사실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건, 저 두 멋진 언니(;;)가 철없는 20대가 아니라 인생의 단맛쓴맛을 아는 30대로 나왔기 때문일거다(근데 찾아보니 케이트 윈슬렛은 실제로 서른 넘긴지 얼마 안 되었건만...절대로 20대로 안 보였다는;;;;;). 둘 다 정말로 예쁘게 나왔던 예전 영화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나이가 든 티가 많이 나고, 카메론 디아즈는 심지어 눈가에 주름이 자글-_-한데도 극 중에서도 실제 배우로도, 참 보기 좋게 나이먹어 가고 있다는 게 보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다. 근데 카메론 디아즈, 눈 가에 주름이 있건 어떻건 정말로 사랑스럽더라. 예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의 그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기억나더라는.. 

출연진 프로필을 찾아보니 정말로 카메론 디아즈와 잭 블랙(마일스 역)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케이트 윈슬렛과 쥬드 로(그레엄 역)는 영국 출신이다. 이 영화, 실제로도 영미 합작 영화구나;;;;;

4. 사실은 아만다의 경우처럼 원나잇 스탠드 파트너가 지내보니 진정한 사랑이더라-_- 보다는 아이리스의 경우처럼 그저 아는 사이로 시작한 남자가 알고보니 진국이더라, 가 훨씬 더 바람직하고 있을 법한 사건이긴 한데, 아만다 커플이 더 좋아보이는 건 역시 주드 로의 매력때문인가..OTL (미안해요 잭 블랙. 영화니까 외모가 극복 안 되는 거 좀 이해해 줘 ㅠ.ㅠ) 

요즘은 일부러 영화 보기 전에 내용을 전혀 안 보고 가서 이 영화도 출연진 외엔 거의 아는 거 없이 갔는데, 같이 본 친구가 쥬드 로가 나무랄 데 없이 정말 괜찮은 남자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서 보는 중에, 아만다와의 스토리 전개도 좀 그렇거니와 중간에 소피니 올리비아니가 등장해서 대체 어디가 나무랄 데 없다는 거야!!! 했는데...그 소피니 올리비아니가 나름 반전이라면 참 반전;;;  

게다가 마지막의 그 울어서 얼굴이 엉망이 된 쥬드 로, 진짜 사랑스러워도 너무 과하게 사랑스럽잖아 ㅠ.ㅠ 

5. 영화 속에서는 영국 시골의 작은 돌집에 온 아만다는 다소의 열악함과 따분함에 금새 짐을 싸려고 하고, LA 호화저택에 온 아이리스는 환호작약하면서 집 정원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지만, 사실 나한테 휴가지를 고르라면 영국 시골의 그 돌집에 한 표, 정말이지 내가 지독한 유럽 편향이라는 거 영화 보면서 새삼 느꼈는데....그러니 쥬드 로와 카메론 디아즈의 그 짧은 야외 데이트 장면도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카메론 디아즈가 열렬히 달려가던 그 눈덮인 길까지. 

6. 아이리스와 마일스 커플 쪽은, 사실 생각해보니 그 둘 사이의 알콩달콩이 적어서 더 그쪽에 감정이입이 안 되는 듯도. 각자 서로를 반면교사삼아-_- 정말 나쁜 남자 나쁜 여자였던 예전 애인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오히려 핵심 키워드였던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결국 아이리스가 미국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 건 노인에 대한 친절한 배려-_-에서 시작되는 거였으니 이 영화, 나름 Good Girl이 되라는 계몽영화인지도;;;;;;

7. 사실 보면서 조금 훌쩍거렸고 많이 찡했던 건 그 옆집 할아버지, 아더가 "아더 애봇의 밤"에 참석하는 부분이었는데...요즘은 은퇴 후의 노인들이 나오는 부분에 이상하게 감정이입하고 남 일 같지 않게 보게 된다(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_-. 부모님이 생각나서 그런가). 은퇴한 왕년의 명 시나리오 작가 '아더', 세상에 대해 다소 "까칠하게" 살고 있던 그가 아이리스를 만나서 다시 삶에 대한 의욕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네 남녀가 사랑을 이뤄가는 모습 만큼이나 따뜻했다. 

8. 사실 요즘 마음에 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난 게 너무 오래되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 덕에 내 취향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새삼 확인했다.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서(사실 그 영화는 정치적 공정성에 대해서 다소 삐죽거리고 싶은 부분도 있었으니 어쩌면 이 영화 쪽이 더) 크리스마스면 항상 생각날 영화,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느 부분부터 봐도 기분좋을 영화가 리스트에 하나 추가된다는 것은 자주 맛보지 못하는 기쁨이라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내 입장에선 정말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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