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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귀한 선물 - 행복쌓기 4단계
제임스 헤리엇 / 일월서각 / 1993년 11월
평점 :
품절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제임스 헤리엇의 글을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 된 후, 학교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당장 구입해서 취향이 비슷한 몇몇 친구들과 참 아끼면서 읽던 책인데, 최근 웅진에서 김석희씨의 번역으로 다시 나오면서 꽤나 알려진 책이 된 모양이다.
이 '행복쌓기' 시리즈의 1,2권(사랑은 기적의 묘약, 우리 결혼합시다)은 헤리엇 시리즈의 1편이라 할 수 있는 'All Creatures Great and Small', 3,4권(그때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음을, 무엇보다 귀한 선물)은 그 다음 책인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의 번역본이다. 수의사 자격증을 막 딴 풋내기 헤리엇이 요크셔의 시골 대로우비에서 개업하고 있는 수의사 지그프리드 파논의 병원에 취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가 요크셔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지에서 거칠지만 마음 따뜻한 농부들이 키우는 동물들을 돌보면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역 농부의 딸인 아름다운 헬렌과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그녀와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 생활 속에서 지역 수의사로 뿌리를 내리던 차에 2차대전으로 인해 군대의 징집 영장을 받아드는 부분이 4권의 끝부분. 그 다음 권이라 할 수 있는 헤리엇이 군대로 징집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All things wise and wonderful'이 김석희씨의 번역으로 웅진에서 나온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그 다음에 나온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이 시리즈에서 3,4권으로 번역된 바 있는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을 재번역한 것이다.
번역가로서의 김석희씨의 명성이야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무엇이건 처음 접한 것이 익숙해지기 마련이라 나는 이 행복쌓기 시리즈의 번역자인 전덕애씨의 번역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대화체가 더 섬세하고, 사투리 표현도 더 실감나고, 헤리엇 특유의 유머도 이쪽이 더 제맛이 난달까. 옮긴이의 말에서 밝혔듯 전덕애씨 자신이 이 시리즈의 열렬한 애독자인 덕이겠지만 역자 자신이 굉장히 재미있어하며 번역한 느낌이 전해져서 읽으면서 더 즐거웠다.
'아름다운 이야기'쪽은 이미 가지고 있는 이 시리즈의 후편이라 기꺼이 샀지만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처럼 이미 썩 괜찮게 번역된 부분이 굳이 재번역되어서(뭔가 굉장히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 책으로 나오는 것은 좀 유감스럽다. 알려지지 않았던 이 시리즈가 웅진 쪽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알려진 것은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 나와도 적극적으로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묻혀버리는 현실이 좀 안타깝기도 했다. 나로서는 솔직히 일월서각의 이 시리즈가 그대로 재판이 나와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했는데...판권이나 기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겠지만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쉽지 않은가.
헤리엇의 광팬임을 자처하면서도 최근 새로 나온 '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등등을 구입하지 못하는 것도 이 시리즈를 다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내용의 상당부분이 겹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4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The lord god made them all'이나 빨리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