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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 The Ho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사실 딱히 취향의 영화는 아닌데, 주변에서 워낙 떠들썩하길래 안 보고 있으니 좀 불편해서 보러갔다;; 여기저기 관련글이 엄청 올라오는데다 사람들 대화 주제로도 어찌나 자주 등장하는지..내가 이런 무드로 묻어서(?) 본 영화가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등등인데, 경험상 이 정도 무드가 조성되면 그 영화는 대박나더라.
물론 역시나 저런 대박 무드인데도 너무 취향이 아니어서 끝까지 안 본 "올드보이" 도 있다. 올드보이도 뭐랄까, 아직 인구에 회자되는 부분이 많아서 관련된 얘기 나오면 혼자 따되는 무드지만 그래도 꿋꿋이 안 본다-_-
2. 특히 이런 식으로 꼭 볼 건 아니지만 아예 안 볼 것도 아닌 영화는 스포일러니 뭐니에 시달리다 보면 그냥 가서 어서 보자, 무드가 되는데..이건 스포일러 위협만 떠들썩했지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_-;;; 오히려 같이 본 친구가 중간에 중얼거린 "쟤가 나중에 양자삼는다는 걘가 보네.."가 제일 제대로 스포일러..(라지만 역시 별 타격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강의 소재와 출연배우, 감독만 체크하고 일부러 스토리 소개는 안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사실 예전과 달리 영화 관련글을 덜 읽는 탓도 있고), 역시 영화보는 재미 쪽은 그렇게 기본지식이 없는 쪽이 낫다.
3. 영화는 그냥 재미있었다. 두 시간 내내 정신없이 휘둘린 느낌이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괴물'이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수준. 무서움을 별로 안 타는 편인데 공포영화나 저런 재난영화는 워낙 싫어해서, 옆에 맘편하게 팔붙들 사람이 없었으면 아마 보는 내내 괴로웠을거다.
영화평 보니까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에 찬사를 보낸 사람들도 많던데, 사실 이런 영화 보면서 그 디테일을 다 체크해낸 그 사람들이 더 대단..난 그냥 저 영화의 본질은 '괴물과 괴물한테 잡혀간 애를 구해내려는 가족의 사투"고 나머지는 뭐랄까, 어차피 그걸로만은 영화가 안 되니 이거저거 갖다붙힌 걸로 보였거든. 케익으로 치자면 예전 버터케익에 꽂혀있던 장미꽃 장식같은 그런 느낌...물론 다르게 본 사람들도 많겠지만.
읽어내자면야 반미코드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한 무수한 비판과 풍자가 끝도 없겠지만 그게 오히려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으니까 '응, 그러니?"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4. 반미 얘기만 하자면, 이 영화도 참 교묘하게 최근의 반미트렌드를 아주 잘 깔고 있는 작품이긴 한데 "웰컴 투 동막골" 처럼 딱히 황당하거나 기분나쁘진 않더라. 오히려 미국사람들이 봐도 저런 부분은 반박을 못하지 않을까, 싶은 식의 묘사라서....(바베큐 최고-_-b)
여담이지만 난 웰컴 투 동막골의 그 대책없음이 상당히 기분나빴었고, 특히 장진감독의 그 "내 영화는 반미영화가 아니다. 난 그냥 그런 전쟁씬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야"하는 멘트 보고는 그야말로 어이상실이었다-_-;; '아는 여자'로 "매력있는 싸이코"라 생각했던 장진에 대해서 "무책임한 싸이코"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도 그 영화가 계기였는데..뭐 그 이후의 행보를 봐서도 역시 내 생각이 맞았던 듯.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 쪽은 작가주의로도 평가를 받겠지만, 훨씬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긴 하다.
5. 연기야 뭐 워낙 다들 잘 했지만, 역시 송강호의 그 추리닝 차림-_-은 못잊을 거 같고, 배두나 역시 저 역을 저렇게 소화할 만한 배우는 배두나 밖에 없지 않나, 싶었고. 현서 역의 고아성도 최고.
박해일의 '박남일'은, 극본 쓴 사람이나 아주 가까운 주변사람이 '02년의 김남일팬'이었다는데 한 표;;.
6. 아무튼 이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고, 큰 기대없이 가서 그런지 돈 이 아깝다던가 실망스런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역시 두번 보고 싶지는 않다...(라지만 어지간한 영화가 나한텐 다 그렇긴 하다..)
과연 괴물의 약진이 왕의 남자를 넘어설까?하고 궁금한 게 바로 그 부분, 왕의 남자는 누구 표현대로 '일수찍듯 영화관에 왔던' 광팬들이 많아서 그 스코어가 가능했던 건데, 같은 영화 영화관에서 두 번 보는 적도 없는 나도 세번이나 봤으니까.